‘술을 끊었다’라고 선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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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끊었다’라고 선언하라
  • 황원준
  • 승인 2012.11.2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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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준의 마음성형] 알코올 중독



알코올은 의사의 처방이 없이도 법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며, 가장 흔히 사용되는 뇌중추억제제이다. 알코올과 연관된 법적인 문제도 일어나고 있지만 병적인 알코올 관련장애로 진단되지 않는 음주에 대하여 우리 문화권에서는 대단히 허용적이다.

일반인들이 말하는 알코올 중독을 정신건강의학과적으로는 ‘알코올 관련장애(alcohol-related disorder)’라고 한다. 그 질환 중에 알코올 사용장애로 알코올 의존과 남용이 있으며, 알코올로 유발된 장애로 알코올 중독이나 금단, 그로 인한 섬망, 지속성 치매, 지속성 기억상실장애, 망상이나 환청이 있는 정신장애, 기분장애, 불안장애, 성기능 부전, 수면장애와 간질 등으로 대별할 수 있다.

알코올과 같은 약물로 인한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정신장애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명절을 전후하여 알코올과 관련되어 입원하는 사례가 급증한다.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에 음주 섭취량이 상대적으로 평일보다 많으며, 기분의 변화가 커서 평소보다 정서적 불안정한 상태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명절에 가족과 친척이 만나게 되어 가족 내 갈등이나 의존성의 문제가 의식 밖으로 들어나 음주에 대한 욕구가 증가한다.

정신적으로 음주는 충족되지 못한 무의식적 의존성(依存性)이다. 의존성의 욕구 불만에 의해 생기는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 우울증을 극복해 보려는 신경증적(神經症的) 시도를 하는 것이다. 평소 부드럽게 표현하고 법이 없어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착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던 사람이 음주 상태에서 숨겨진 무의식적 적개심과 공격적 속성이 노출되고, 평소의 자주적(自主的) 인격도 없어지고 퇴행적인 의존성이 나타날 수 있다. 자기 주장이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은근히 기대고 싶어한다.

알코올 중독은 서서히 일어난다. 보통 사회적 음주(social drinking)로 시작하여 지나친 사회적 음주의 단계를 거치고, 건망증상(健忘症狀, blackout)을 보이며 결국 음주가 주요 관심사로 변한다. 술 마신 일과 그로 인하여 발생한 일들에 대한 기억을 무의식하(無意識下)로 억압(抑壓)시켜 버릴 수 있으며, 음주를 절제할 수 없다는 것을 부정(否定)하는 경향이 있다.

알코올 중독을 병으로 인정하지 않고 지나친 음주를 방치하거나, 알코올 중독자를 죄인이나 정신병자 취급을 하는 것도 치료를 거부하거나 비협조적이기 때문에 만성화되는 경향이 큰 문제이다.

알코올 중독은 치료가 필요하며, 치료해 주어야 할 질병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한다. 사회적 음주가 아닌 불안이나 불면증 해소를 위한 음주가 반복되면 알코올 남용이나 의존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치료는 입원, 부분입원, 외래치료 등이 있고, 약물요법, 정신치료, 다양한 집단치료 프로그램, 가족 치료 및 자조모임 등을 적용하여 치료한다. 최근 음주욕구를 저하시키는 새로운 약물이 나와 많은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치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환자의 끊고자 하는 동기이며, 스스로 음주를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하는 것이다. 단기개입, 약물치료, 행동조절, 가족치료, 재발방지, 사회기술훈련 등을 통한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의사는 모든 치료과정을 환자와 상의하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금주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술이 없으면 대인관계나 사업할 수 없다는 잘못된 신념과 생활 방식을 재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단주자조(斷酒自助) 모임에 참석하여 나도 단주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고 음주에 대한 충동이 생길 때 서로 도와줄 수 있게 한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자기가 맘만 먹으면 6개월이라도 마시지 않고 지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필자는 그렇게 말한다. 일반인과 다리 알코올중독자는 안 마실 때가 문제가 아니라 마실 때나 마시는 기간의 음주 패턴이 문제이며 병적이라고 설명한다. 병식이 부족해서 강제 입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문제는 인식하지 않고 강제 입원시킨 가족에 대한 원망을 하고 또 그 핑계로 술을 마신다. 결코 혼자만의 의지나 힘으로 중단할 수 없기에 가족은 물로 주변 지인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흔히 주변 사람들은 술 마실 줄 알면서 마시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필자는 신앙생활로 인해 금주하고 있는데, 가족 모임에서 ‘사람이 버렸다, 인간 다 되었다, 뭐 큰 잘못한 것 아니야, 죽을 때가 되었나’ 하며 갖은 비아냥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는 이렇게 말한다. ‘너 대단하다. 어떻게 결심하고 술을 끊을 수 있냐?’고.  간단하다. 먼저 환자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술을 끊었다’라고 감추지 말고 ‘선언’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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