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쌓인 직원 실수로 탄생한 '광신제면'의 쫄면
‘쫄깃한’ 쫄면은 인천에서 태어났다. ‘광신제면’이라는 면발 만드는 공장에서 직원이 사출기 구멍을 잘못 맞추는 바람에 탄생했다. 40~50년 전부터 돌기 시작한 ‘광신제면’ 기계는 아직 돌아가고 있었다.
1월 3일, 인천시 중구 경동 동인천역에서 배다리쪽으로 한 정류소만 가면 ‘광신제면’이 있다. 오래된 건물 지하로 내려서니 하경우(56), 이영조(52) 부부가 생면 면발을 뽑고 있었다. 10년 전에 공장을 인수해 이 일을 시작했다는 부부는 동인천에 있는 한 식당에서 주문한 물량을 채우고 있었다. 날이 추워 물이 안 나오는 바람에 늦게 일을 시작했다. 요즘처럼 겨울에는 주로 떡국떡과 생면을 뽑고, 봄 여름 가을에는 쫄면과 냉면을 주로 뽑는다.
“우리 물건은 방부제를 안 쓰니까 냉동실에 보관해야 돼요. 냉동실에 보관하면 더 쫄깃해지죠. 생면은 오래두면 상하니까 빨리 먹어야 하구. 우리 음식은 맛있어요. 다 손작업이니까 맛있을 수밖에 없죠. 먹어본 사람은 계속 먹어요. 방부제 냄새 나면 못 먹죠.” 이영조씨 말이다.
하경우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쉬는 날에 주문량을 만들어내고, 주로 아내 이영조씨가 일을 한다. "이것만 하면 살기 더 힘들죠. 물론 여기가 잘 되면 여기에 옴팡 매달리겠지만, 지금 현재로선 그렇게 돈이 되지 않거든요. 광고를 하면 좀 나아질 수도 있지만 돈이 들어가니까 생각만 해요. 예전에는 월미도를 비롯해 연안부두까지 돌면서 식당에 댈 때는 그런 대로 됐지만, 요샌 힘들더라구요. 젊은 사람들은 여기가 있는지도 몰라요. 이 동네는 인구 자체가 줄었잖아요. 지금은 다 빠져나갔죠. 예전엔 학교도 많았고, 월미도 군부대도 있었고, 주변에 큰 공장도 많았잖아요."
"예전에는 동인천역에서 배다리쪽으로 청과물도매상이 있었잖아요. 그쪽으로 물건 사러 온 사람들이 여기에 와서 면발을 빼는 대로 다 가져갔대요. 새벽까지 면발을 뽑아도 항상 모자라고 직원들은 무척 힘들었겠죠. 그러다 보니 당연히 '불량품'이 나오는 거죠. 잠도 모자라고 얼마나 힘들었겠어. 그러다 어떤 직원이 면발 굵기를 조절하는 사출기 구멍을 잘못 넣은 거죠. 그래서 냉면보다 굵은 면발이 나오고, 주인은 버리기 아까우니까 활용한 거죠. 주변에 있는 분식점에 넘겼는데, 한 집에서 고추장 양념해서 내놓았고 그게 대박을 친 거예요. 그게 쫄면이죠. 더 굵고 맛있거든, 쫄깃하고."
전처럼 이 지역에 유동인구가 많다면 하경우씨는 면발 만드는 일에만 매달릴 수 있는데, 그게 안 돼서 속상하다고 했다. 때마침 놀러와 있는 하경우씨 지인 김남재씨는 "전철도 여기 동인천부터 개통됐잖아. 하인천부터 여기까지 얼마나 번화가였는지 몰라. 80년대만 해도 전국에 있는 사람들이 인천에 와서 다 먹고 살았어. 지금은 여기에 사람이 없어, 내참" 이라며 답답한 상황을 전했다.
사실, 인천시 중구는 70,80년대만 해도 최고의 번화가였다. 먼저 학교들이 많았다. 유동인구가 많다 보니 분식점을 비롯해 대형문구점, 화방, 학원, 사진관이 밀집돼 있었다. 특히 분식점은 골목마다 즐비했다. 특히 '쫄면'은 빼놓을 수 없는 추억거리다.
70년대말에 인천여고를 다녔다는 박미경씨는 "친구들끼리 쫄면계를 해서 한 달에 한 번 쫄면을 먹었죠. 명물당, 맛나당, 감미당, 만복당같이 '당'자 붙은 분식점이 유난히 많았어요. 매운 쫄면 먹고 서주 아이스바 하나 먹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었죠" 라며 학창시절을 기억해냈다.
"새콤 달콤 매콤했죠. 부산에도 있었어요. 중학교 때 부산교대 다니던 큰누나 따라갔다가 찹쌀비빔국수라고 해서 먹었는데 참 맛있었어요. 나중에 인천에 와서 보니 그게 쫄면이었죠." 남동구 장수동에 사는 김두희씨 말이다.
하경우씨는 광신제면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어차피 지금 하는 일도 계약직인 데다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 일을 그만두면 당장 돈이 달리고 살기 빡빡해지죠. 이 일이 잘 되면 여기에만 매달릴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니 안타깝죠. 사람들이 우리 면발 많이 쓰면 정말 좋죠. 신포동 분식점이나 화평동 냉면골목에서도 우리 꺼 안 쓰거든요. 방부제 안 넣고 만드니까 단가가 안 맞거든. 그쪽에서는 좀 더 싼값으로 식자재를 원하고, 그 사람들이 원하는 가격에 맞추려면 질이 떨어지니까 서로 안 맞죠. 음식은 좋은 재료로 만들어 먹어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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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후문에도 맛있는 쫄면 파는 데가 없다고 그러더라구요.
70~80년대 중고등학교 다닌 사람들은 짜장면보다 쫄면이 먼저였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