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과 주변인, '자살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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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과 주변인, '자살생존자'
  • 안은주
  • 승인 2013.01.0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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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안은주/푸른마을아동복지종합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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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한 유명인이 자살한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면서 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201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연간 자살자는 1만5천566명으로, 인구 10만명당 31.2명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자살은 암(28.2%), 뇌혈관질환(10.4%), 심장질환(9.2%)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4위(6.1%)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전국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전 국민의 3.2%가 평생 한 번 이상의 자살기도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적으로 자살 사망자의 약 7.5배가 지난 1년간 자살기도를 한 적이 있으며, 자살 사망자의 10.7배는 평생 1번 이상 자살기도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은 말 그대로 자신을 향한 살인행위이다. 자살이란 장차 초래될 결과를 알고 자신에게 행하는, 적극적 또는 소극적,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모든 죽음의 형태를 포함한다. 실제로 자살은 우울증이나 정신병과 관계가 많다. 더군다나 타살, 가출행위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정신의학적 응급상태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러한 엄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사회통념상 반드시 정신병으로 간구되지는 않는데, 이는 자살을 사회정신의학적 현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와 연관된다. 자살은 특정 사회가 갖는 그 집단 특유의 태도와 관념의 영향을 받으며, 현실적 고뇌와 자신의 내적 갈등에 의해 좌우된다.
많은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성공적 자살수행률이 높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즉 노인, 남자, 이혼자, 독신자, 자녀가 없는 기혼자,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 가족 또는 친척 중에 자살의 사례가 있는 자, 자살기도의 기왕력이 있는 자, 사랑 또는 건강을 상실한 자, 기분장애, 정신분열병, 만성 뇌증후군 및 만성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거나, 진단내용과 관계없이 모든 우울증 등의 자살률은 매우 높다고 한다. 자살자의 거의 대부분은 자신의 가족 또는 친척이나 배우자 가족 중에 자살자가 있다. 자살은 핵가족에 더 많으며 또 도시에 더 많고, 그 중에서도 인구 밀집지역일수록 높은 경향이 있다.
자살은 자살의도, 자살기도, 자살수행으로 나누어 평가된다. 자살수행은 사전에 자살의도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밝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만약 이러한 의도를 사전에 알게 된다면, 죽음에 관한 솔직한 대화를 통해 입원을 포함함 모든 가능한 예방 및 치료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개 자살자는 자살 전에 “세상이 싫다”, “죽고 싶다”, “죽으면 어떻게 될까?” 등의 메시지나 마치 자신이 어디론가 떠날 것처럼 상대방의 안부를 당부한다던가 하면서 어떤 모양으로든 거의 반드시 자살의 의도를 주변사람에게 암시한다. 예고없는 자살은 거의 없다. 그것은 살려달라는 “최후의 호소”와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대개 주변 사람들은 그 예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자살의도를 단순한 의사표시로 취급한 나머지 구원의 울부짖음을 간과하여 훗날 자살한 다음에 후회해서는 안된다.
어떻게 하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가? 안타깝게도 자살예방의 방책은 별로 뚜렷한 것이 없다. 예방해야 할 자살후보자들이 자살을 결행하기 전에는 잘 표출되거나 판명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급증하는 자살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여 지난 2011년 3월 국회에서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자살예방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수립, 자살실태조사 및 정보관리체계 구축, 자살예방센터 설치, 자살 위험자 지원 및 정신건강증진 대책 마련, 자살예방 상담과 교육, 자살유해정보 예방체계 구축, 자살자 및 자살시도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살예방법이 제정됐지만, 지금도 과연 이 법이 자살을 막을 수 있을까 의심하는 이가 많다. 부족하나마 만들어진 제도에 대해서 국가와 사회가 관심을 갖고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매스컴이 적극적으로 국민을 계도하면 달라지게 된다고 믿어보자. 그리고 혹시라도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혼자 알아서 하겠거니 생각지 말고 가족이나 책임있는 사람에게 알리고 혼자 있지 못하게 하고 자살을 시도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나 상황에 두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고, 전문가를 빨리 만나도록 도와야 한다.
 
자살은 특히 살아있는 가족, 친지와 지인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자살자를 사랑했기에 자살자가 떠난 후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사람을 '자살생존자'라고 부른다. 그들은 자살자가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자신이 노력했으면 자살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문하면서 자살을 유도했을 것으로 보이는 주위 여건을 증오하며 여생을 살아간다.
이 때문에 자살생존자에게는 더욱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자살사후개입이란 엄밀하게 자살자에 대한 개입이 아닌 자살자의 주변인, 즉 자살생존자들에 대한 개입을 의미한다. 자살자 가족을 포함한 자살 생존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1960년대 쉬나이드먼이 심리부검(psycholigical autopsy)을 시작하면서 확산되었다. 심리부검이란 자살생존자들의 개별상담을 통해 자살자의 심리적 정황을 파악하는 것으로서 자살원인을 파악함과 동시에 자살생존자들의 고인에 대한 애도와 사별과정을 조력하여 이들의 심리상태를 안정화시키고 자살의 전염성과 모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또한 자살자의 행적과 글, 주변인의 진술, 질병, 가족관계, 학력, 거주 형태, 소득, 가족 갈등 등을 조사 항목에 포함시켜 사망 이전 일정 기간 심리상태와 그 변화를 재구성하는 작업으로 어떤 성향의, 어떤 심리적 환경에 놓인 사람이 자살 고위험군에 포함되는지 체계적으로 파악한 뒤 집중 관리함으로써 자살률을 줄이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현행 자살예방프로그램은 유족을 포함한 자살생존자보다 자살자와 시도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회적 인식과 관리 체계가 부족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유족들을 위한 정서관리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족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 시작 단계인데다가 홍보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계 1위 자살공화국이라는 불명예스런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복합적인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관의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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