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학생에게만 집중해야 한다"
상태바
"교사는 학생에게만 집중해야 한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1.22 0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곡남초, 학기 중 '교사업무 없앤' 김동래 교장
 
김동래-3.jpg
 
 “학생들 가르치는 것은 힘들지 않다. 잡무가 많아 힘들어 죽겠다”고 말하는 교사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학교 현실은 지나친 업무로 교사가 힘들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가 있다. 담임교사는 학생들과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 부평구 산곡동 산곡남초등학교. 전국 최초로 담임교사 업무제로화를 추진해서 학생과 교사가 모두 행복한 학교다.
1월 21일, 공모 교장으로 이 학교에 온 지 두 해가 된다는 김동래 교장 선생님을 만났다. 그는 “아이들이 아프지 않나, 집에서 야단 맞고 오지 않았나, 시시콜콜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을 살펴봐야 한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살피면서 교실을 벗어나지 않는 게 원칙처럼 돼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에는 선생님은 아이들한테 집중해야 한다”면서 “행정업무 때문에 교사가 일에 치이고, 아이들이 교사의 손길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산곡남초등학교에서 모든 결재는 전화나 인터넷, 인터폰으로 한다. 비대면 결재, 즉 교장 얼굴을 보지 않고 결재하는 시스템이다. 처음에는 모두 ‘될까?, 결례가 아닐까?’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해냈다. 교장한테 결재하러 오느라 수업시간을 까먹거나 손님이 있다고 허탕 칠 일이 없다. 김 교장은 “평교사나 교감 때 경험을 돌아보니, 교사로서 일손을 너무 빼앗긴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교사들은 학기 중에 일을 '줄이는' 게 아니라 '제로화하는' 거다. 담임은 학기 중에 행정업무가 없다. 행정업무는 업무부장과 교장 교감, 회계직원이 나눠서 하면 된다. 교육력 향상을 위해 이 모든 시스템이 존재하니까 모두 동의한다”고 전했다.
경기도는 행정실무사를 따로 쓸 수 있는 예산이 있지만 인천은 재정상 불가능하다. 산곡남초등학교에서는 학교장 의지로 구성원 합의를 이끌어냈다. 비효율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 자체를 만들지 않고 좀더 효율적인 운영을 하자는 데 구성원 모두 자연스럽게 합의했다. 학기 중에 교사들의 업무를 없애기 위해서는 방학 중에 할 일이 많다. 학기 중 일어나는 내용을 미리 진단하고, 내부결재를 마친다. 계속 미팅을 해서 준비를 잘 해놓아야 3월 새학년이 되면서 학급에 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학하면 교사들이  방학 중 연구한 매뉴얼을 가져오고, 그 매뉴얼을 서로 조정하고 결재하고 동시에 취사선택을 한다. 학기 중에 학생들에게 올인하려면 방학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교사는 푹 쉬면서 자기가 할 일만 체크하면 된다. 이 점이 다른 학교와 많이 다르다.
김 교장은 “경험상 3월 한 달은 이런저런 결재를 주고받다가 다 지나간다. 3월이 되기 전에 조정하고 결재하면 일 년 교육과정이 한눈에 보이고 교사들이 학급에 올인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특히 초임교사인 경우에는 현장에 나오자마자 본업인 교실 수업 대신 행정업무 처리 때문에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자체 내에서 내실을 기하려고 만든 시스템이 우연히 외부에 알려지면서 본의아니게 매스컴을 많이 타게 되었다”며 “담임교사의 손길이 학생에게 미칠 때 유능한 교사가 나오고 주도적인 학생이 나온다. 관리자의 의지로 비대면 결재를 하고, 관리자가 먼저 다가가고, 방학 중 업무를 봐 학기 중에 효율적인 수업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또 “12월 방학 전에 교내인사를 다 끝낸다. 방학 중에 업무를 보고 다른 학교로 전근 가는 교사는 새로 오는 교사에게 인수인계를 한다. ‘학년부장제’도 없앴는데 문제되지 않는다. 교사들끼리 의논하고 합의해서 일을 결정하고 추진하는데 더 효율적이다. 학급은 교사가 책임있게 경영해야 한다. 알찬 수업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은 언제나 논스톱으로 해결해 교육의 질을 높인다. 초등학교에서는 기초학습 부진아가 있으면 절대로 안 되기 때문에 담임선생님이 책임지고 아이들을 가르치도록 돼있다”며 “일년 동안 시 대회목록을 분석해서 미리 준비한다. 3월 개학과 동시에 시 대회 목록을 배부하니 주먹구구식으로 준비하는 일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이 학교는 일년에 두 번 6월과 10월에 ‘교육콘서트’를 연다. 세미나실에서 학부모들과 함께 소통하는 날이다. 첫째 시간은 ‘별빛특강과 함께 음악산책’을 여는데, 여기에는 교사밴드 ‘도라에몽’과 학생밴드 ‘레인보우’가 참여한다. 둘째 시간은 특강이 이루어진다. ‘교육콘서트’는 학부모 200여명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교실수업을 우선으로 한 학교문화 정착을 통한 담임교사 업무제로화는 눈에 띄는 결과를 가져왔다. 업무경감 전국 최우수학교 교과부장관 표창, 인천광역시 독서대상 수상, 북부교육지원청 학부모 만족도 1위 표창, 방과후 만족도 1위 표창, 학력향상 우수학교 표창, 기초학력 부진학생 제로, 학교폭력 제로학교를 실현했다.

방학 중에 내부 결재까지 이루어지는 산곡남초등학교. 학기 중에 수업결손이 나올 수 없고, 지나친 행정업무로 아이들한테 소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기 중에는 학교 에너지가 고스란히 아이들한테 넘어간다. 전교생 735명과 교사가 행복한 학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