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대선 패배 이야기
상태바
민주당의 대선 패배 이야기
  • 이준한
  • 승인 2013.02.18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칼럼] 이준한 교수 /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근혜1.JPG

민주당에서는 지금 대선 패배의 원인과 책임을 찾느라 해가 지고 날이 샌다.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밖에 없었는데 졌다고, 그래서 후보가 책임을 지라고 아니 그 반대편에서는 그게 아니라고... 선거가 끝난 뒤 벌써 세 달이 되어가는 데 다툼에 끝이 없다.
 
필자가 사후적으로 지난 대선을 돌이켜보니 민주당은 질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먼저 2012년 등록된 영남 유권자는 11,489,686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28.39%를 차지했지만 호남 유권자는 4,128,591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10.20%에 불과했다. 영남 유권자는 호남 유권자의 2.78배에 육박했다. 과거에도 분명 영남 유권자가 호남 유권자보다 훨씬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그 격차가 더 벌어졌을뿐더러 2030세대(36.4%)보다 5060세대(40.0%)가 더 많아지면서 그 효과가 더 커졌다. 2002년에는 영남 유권자가 더 많았지만 20-30세대가 48.3%로 29.3%에 그친 5060세대에 비하여 월등히 많았고 충청도 표까지 민주당이 흡수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이에 더하여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저소득층이 늘어나면서 민주당의 표밭은 더욱 협소해졌다. 원래 저소득층은 저학력층과 함께 진보적 성향의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는 게 통계적으로 확인된다. 계급에 의한 투표보다는 문화와 가치에 의한 투표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오래전부터 새누리당의 근거지로 변한 저소득층의 표를 빼앗아오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리 이러한 인구구조가 결정론적으로 선거결과를 규정할까? 좋은 후보에 좋은 리더십으로 변해나가는 인구구조에 걸 맞는 이념적 스탠스에 공약을 내걸고 당내외에서 똘똘 뭉쳐 과학적인 선거운동을 했다면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기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후보, 리더십, 스탠스, 공약, 일사불란한 선거운동 등, 그 어느 거 하나 확실하게 보여준 게 없다. 오히려 친노다 비노다 아웅 다툼을 하고 쇄신도 안 하면서 후보단일화에만 목을 걸었을 뿐이다. 이쯤 된다면 민주당 할아버지가 나와도 대선에서 새누리당을 이기기 어려운 법이다.
 
사실 이번 대선이 민주당에게 질 수 없는 선거였다는 소리는 2012년 4월 총선 뒤에도 없었고 여름 내내 지루한 공방을 벌이던 경선 과정에도 없었다. 그런데 후보가 결정되고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어, 이러다가 잘 하면 이길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퍼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아예 이번에는 이길 수밖에 없는 선거로 둔갑해버렸다.
 
필자는 사전에 조심스럽게 주장한 것이 있다. 투표시간 연장이 통계적으로 차이가 있을 만큼 투표율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없어서 다른 방식을 모색해야 하고 만약 법안이 통과 안 될 때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던 것은 자칫 이런 주장을 해서 스스로 참정권의 확대 보장에 반대하는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힐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권이 투표시간 연장법안을 통과시키려고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때 박근혜 후보는 공약을 잘 다듬어서 유권자의 마음을 빼앗고 있었다.
 
또 투표율이 높아지면 민주당이 유리해진다는 주장에 대하여 필자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미국에서도 투표율을 100%로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한 연구결과 투표율이 높아지면 민주당의 이득이 조금 있지만 실제 선거결과를 바꾸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한국에 적용해서 1992년부터 모든 대선, 총선, 지방선거의 설문조사를 이용하여 분석해본 결과 미국과 거의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고 이 연구결과는 2012년 12월호 Asian Survey에 발표된 바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선거결과가 뒤바뀌는데 이는 오히려 민주당이 승리했던 선거였다. 당시 득표율의 차이가 각각 1.6%p와 2.3%p에 불과하다보니 투표율이 높아질 경우 민주당이 불리해진 것이다.
 
이제 다시 사전적인 예측을 해보자. 민주당이 계속해서 “이번 선거에서 질 수 없었는데 후보가 잘못해서 졌다. 아니다 당이 안 따라줬다”하고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기만 한다면 앞으로 민주당의 미래는 결단코 없다. 갈수록 영남 유권자의 숫자는 호남 유권자의 수에 비하여 더욱 더 많아 질 것이고 5060세대는 2030세대보다 더 증가할 것이며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민주당의 표밭은 줄기만 하는데 서로 앞장서서 반성하고 변화하고 신뢰를 얻어야 희망이 조금이나마 생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