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 '마음이 힘든 사람' 구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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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 너머 '마음이 힘든 사람' 구조한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3.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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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생명의전화, "세월이 흐르면서 상담 내용도 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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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 부스 안에서 목소리만 듣고 상대방의 고충과 고민을 듣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힘이 다 빠진다. 현재는 24시간 두 명씩 120명 정도가 상담을 받고 있다." 인천 생명의 전화(이사장 남근형) 사무총장 김정미씨는 요즘처럼 살기 힘든 사회에서 '생명의 전화'가 할 일은 더 많고 중요하다고 전했다. "'생명의 전화'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순수민간 단체다. 사회가 힘들어질수록 마음의 병이 깊어진다.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순수한 자원봉사 정신으로 마음이 힘든 사람과 함께하는 분이 많으면 그나마 살기가 덜 힘들 것이다." 남구 주안6동에 있는 '인천생명의전화'에서는 4월 9일부터 6월 18일까지 38기 시민상담대학을 연다.
 
시민상담대학은 매주 화 목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10주 동안 진행한다. 강의내용은 인간관계론, 기질과 자기이해, 경청과 대화의 기술, 가정폭력의 이해, 성의식과 성문화, 중년기 위기의 상담, 자살위기상담, 청소년기 문제행동의 원리와 상담 등이다. 이 교육을 통해 자신의 상처와 갈등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정서적으로 건강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다. 또 졸업하고서 초 중 고교에 생명존중강사로 출강할 수 있는 기회도 얻는다.
 
 하루에 3,40통씩 받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리는 긴박하다. 물소리, 한숨소리, 술 마시면서 하소연하는 소리, 약에 취해서 목소리가 점점 변해가는 상황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내담자 번호가 뜨지 않는 게 '규칙'이므로 구조하는 건 쉽지 않다. 한 번은 상담자한테 이야기를 계속 걸어 정보를 알아내어 구조하기도 했다. 김씨는 '외로운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라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내담자의 정보를 알아야 한다, 아니다 하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아는 사람 얼굴을 보고는 하지 않으니까 더 진솔할 수도 있고, 반대로 장난으로 전화를 하는 사람도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이 가능한 시간에 맞춰 봉사시간을 잡는다. 일주일에 한 번 4시간씩 하는 사람도 있고, 주말만 오는 사람도 있고, 주로 밤에 전화를 받는 사람도 있다. 요즘에는 상담기관 소속이 많아지고 정부 지원을 받는 경우도 많다. "정말 상담답게 하시는구나 싶은데 빠져나가 다른 데서 일한다. 꼭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럴 때는 맥빠진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개척교회'라고 말한다. 죽어라고 교육을 잘 하고나면 교육 받는 사람들이 취미와 자존감이 향상되고 자신감이 생긴다. 결국 자기치유과정을 거쳐 그렇게 된 거다." 김씨는 일할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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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세월이 흐르면서 상담 내용이 '쎄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남편의 외도 같은, '옆집 아줌마한테 털어놓아도 될' 고민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 아내의 외도, 중년 남성의 명퇴로 야기되는 문제도 많다. 전화받자마자 "죽겠다"고 말하는 건 "나 여기 있다, 나 좀 봐달라"는 얘기다. 일단 전화를 거는 모든 사람이 죽음을 생각한다는 생각으로 상담에 진지하게 임한다. 또 예전에는 '들어만' 줘도 됐는데, 요즘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도 많고 '관계'가 힘든 사람도 많다. 처음 취지는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것'이었는데 상황이 힘든 사람이 많아 쉼터로 연계할 때도 있다. '잘 곳이 없다' '먹을 게 없다'는 사람이 많다.
 
 반복전화를 거는 노인들도 꽤 된다. "노인 상담은 정말 절절하다. 우리가 노인빈곤을 해결할 수 없어 안타깝다. 어떤 노인은 '가난해' 살기가 힘들어서, 어떤 분은 '고독'해서 '어디다 얘기할 데가 없어' 전화를 건다. 젊은 사람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을 얘기할 때가 많다. 자신이 쌓은 스펙은 없는데 사회에서 요구하는 건 많은 경우 그렇다. 학생들은 출강 다녀오면 성 상담을 많이 해온다. 어떤 분은 가곡을 불러도 되냐며 두 번 부르기도 했다." 김씨는 '외로운' 사람들의 전화를 받으면 '처방'도 내려준다고 한다. 날마다 외출해서 사람도 만나고 바깥바람도 쐬라고 한다. 창문을 열고 햇볕도 쬐고, 커튼을 열어젖혀 밖을 보거나, 신앙생활도 권한다. 특히 노인들은 반복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룹 홈'을 실시하는 곳이 있는데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그동안 살아온 생활습관과 사고방식이 굳어져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다. 당연히 싸우는 경우가 많다.
 
 전화 상담을 하면서 특별히 힘든 점이 무엇인가 물었다. "전화로 상담한다고 하면 '노력봉사'보다는 고상하고 우아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힘들다. '고독한 일'이다. 부스에 들어가 혼자 목소리만으로 정보를 알아서 상담해야 하니까 힘들다." 김씨는 자살은 세상 모든 일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가족과 이웃의 관심만이 예방이 될 수 있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 지지해줘야 해결될 것이다. 34분 만에 한 명씩 자살한다고 하니 얼마나 심각한 병인가"라면서 "부스 안에서 전화를 받는 일은 '섬'에 갇힌 것처럼 외롭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점점 살기 힘든 세상에서, 생명을 살리는 소중하고 귀한 일에 한 사람이라도 동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상담대학 문의 전화 032)438-9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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