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십년후', 사랑으로 버터 낸 18년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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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십년후', 사랑으로 버터 낸 18년 '독재'
  • 이장열 기자
  • 승인 2013.04.29 19:1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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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대 사람들 톡톡인터뷰(13) 최원영 '극단 십년 후'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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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 오전 간석동에 자리한 3층 개인 연구실에서 최원영(57) 극단 '십년후' 전 대표를 만났다. 최 전대표는 <십년후>는 창단한 원년 멤버이자, 18년 동안 극단 대표로 활동한 이다. 작년 극단 대표 자리를 최 전대표 표현대로 18년 장기 독재를 마무리하고 물러나, 현재는 극단의 영원한 후견자로서 뒤로 물러나 있다.  
 
기자를 맞이한 개인 연구실은 책 보기 딱 좋다고 최 대표의 첫마디로 시작됐다. 새벽 5시쯤에 와서, 책을 보고, 읽기 시작해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다고 말했다. 책 읽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최 전 대표는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최원영 전 대표는 대구 대연동에서 10남매 가운데 9번째로 태어나 세 살 때, 인천으로 올라 왔다. 동인천고등학교와 경인교육대학교를 나와, 교사로서 사회에 첫 발을 디뎠다. 교사 생활이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9세 나이에 돌연 사표를 던지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최 전 대표의 말대로 '예쁘게' 교사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가 예쁜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에 오랜 시간 동안 방황과 고뇌를 한 끝에, 미국으로 떠나는 머리 속에는 '추한 조직'을 대신 할 '아름다운 조직'을 만들 궁리만 들어 있었다고 회상했고, 곧장 그 생각도 오만했다고 말했다.
 
헌신할 '십년후' 극단이 있어서 나는 행운아였다
 
- <십년후> 대표를 그만 둔 이유는...

제가 아름다운 조직을 만들어야겠다고 교사직을 내던지고 미국으로 유학길에 오른 것은 29세 때였다. 10년 뒤에 다시 돌아와 만든 게 '극단 십년후'다. 사랑을 기반으로 한 조직체로서 18년 동안 제가 열과 성의를 다해, 극단 식구들과 일궈냈고,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다고 판단됐다. 그래서 이 조직을 확산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판단에서, 그리고 이 조직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후임자를 선택하면서 물러났다. 그래서 영원한 후견자로서 남게 돼 마음이 너무 편하고, 외곽에서 더 도울 일이 많이 보인다.

- 미국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는데, 극단 창단은 의외인데...

"1984년에 교사직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간 이유는 당시 군부독재가 추한 조직이라고 판단했고, 방황과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사랑에 기반한 아름다운 조직을 만들어 볼 방법을 찾고자 미국으로 유학길에 오른 것이다.
당시 제 친구 한명도 유학길에 올랐는데, 그때 떠나기 전에 10년 후에 다시 돌아와서 뭔가를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을 해서, 각자 유학길에 올랐고, 약속한 대로 10년 뒤에 귀국해서 만났고, 그 친구가 연극을 전공했던 이유로 극단을 만드는 것이 10년 전 우리가 의기투합해서 만들 '아름다운 조직'이라고 생각해서 극단 창단으로 이어졌다.
 
저에게 극단이든, 그 뭐든 사랑을 기반으로 한 아름다운 조직을 실현할 수 있는 씨앗이 될 것이라면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서 다른 사람들이 제 공부한 것과는 생뚱맞다고 생각하는 극단을 설립하게 됐다."

- 극단 <십년 후>가 19년을 유지되어온 뭔가가 있나...

"제가 지난 18년을 되돌아보면, 답이 간단하다. 극단 식구들의 희생적 사랑이 밑바탕이 되어서 극단 창단 19년을 이어져 가고 있다. 그것 말고는 딱히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제가 대표직을 맡고 있을 때에는 제가 희생하고 사랑하면 되고, 될 것이라는 환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극단 식구들이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서 저에게도 사랑을 줘서 18년 극단 대표로서 남게 된 것이라는 깨달음이 최근에 와서 다가오면서, 대표직을 물러줘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제 이런 판단과 선택은 올바른 생각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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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년 후'와 다른 극단의 차이가 무엇인가...

"저는 연극이 교육적인 기능도 있어야 된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그래서 기획한 것이 뮤지컬이다. 뮤지컬에 역사와 문화, 철학적인 내용이 들어가면 관객들의 생각도 넓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뮤지컬을 기획할 때 쉬워야 한다는 것,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 철학적 사유가 들어가야 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런 기획과 접근이 '십년후'가 다른 극단과의 특별한 차이가 아닌가 싶다.
 
처음 시도한 작품이 이강백 선생의 '삼신할머니와 아이들'이라는 뮤지컬이다. 처음에는 설화를 기본으로 삼은 내용인데, 전국에서 300회 이상 공연이 이뤄졌고, 오는 5월에도 부평아트센터에서 다시 무대에 오른다. 그 다음은 역사에 착목해서 '단군신화', '꽃님', '소서노' 등의 작품으로 이어졌다가, 다시 현대극 정극으로 돌아오는 기획을 펼쳐냈다.
 
이런 기획 의도를 잘 따라준 극단 식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십년후에서 창단 때부터 인문학 강의를 정기적으로 한 것이 큰 버팀목이 된 것으로 저는 확신한다. 인문학 강의는 제가 지금도 맡아서 한시도 빠지지 않고 줄기차게 진행하는 것이다. '십년후'를 지탱해주는 밑단에 인문학이 놓인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우리 극단 식구들이 다른 차이가 외부에 연극 공연을 하고 나올 때, 그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오는 예의를 갖추고 있다는 것도 극단 '십년 후'의 힘이자 에너지다."
 
지역의 눈높이가 필요하다

- 지역에서 극단 운영하기가 힘든데, 지역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연극은 종합예술이다. 그래서 돈이 많이 든다. 재원은 유료관객이고 그 다음이 기업협찬(메세나)인데, 인천에서 이 두 가지 모두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늘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지역의 대표들은 악덕 사장이 되거나, 그러면서도 금전적으로 빚을 질 수 밖에 없다.

이른바 서울에서 공연되는 공연과 인천에서 공연 수준을 똑 같은 눈높이에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지역의 눈높이에서 지역 연극을 보는 배려가 필요하다. 세계적인 연극 '캣츠'를 본 시선으로 지역의 연극을 보지 말자고 당부하고 싶다. 지역민들은 지역 연극공연에서 와서 봐주는 '격려'와 연극 수준이 부족하지만 '후원'하거나,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지역문화를 살리는 길이고 지역에 사는 시민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다.
 
이와 함께 지역 극단들도 지역민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제가 생각한 것이 바로 연극이 쉽고, 재미있고 철학적인 내용도 결합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지역의 관객들이 연극 공연장에서 와서, 실망하지 않고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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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극단 대표로서 받은 봉급은 5만원이었다.
-. 극단 십년 후 만의 전통을 꼽는다면...
 
"제가 18년 동안 극단 대표를 하면서, 공식적으로 받은 돈은 5만원이다. 그 18년 세월 동안 극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표로서 빚을 지게 되는 것은 저만 겪는 일은 아니다. 대부분 같은 처지일 것이다. 제가 받은 5만원은 매년 연초에 진행하는 위크샵에서 단원들이 대표도 '목욕비'는 필요하다고 봉투를 만들어 놨더라, 받은 봉투를 집사람에게 그대로 내밀었다. 집사람이 웃더라.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극단 '십년 후'는 단원들이 바구니에서 봉투 하나를 끄집어 그 봉투에 이름이 쓰인 단원에게 건네주면서, 포옹하는 전통이 있다. 해당 공연의 스텝들의 기여도를 서로 상의해서 골고루 나눈다. 그것도 당사자가 직접 받아가는 것이 아니라, 봉투를 끄집어 낸 사람이 봉투에 적힌 다른 단원들에게 건네주는 전통이 여전히 이어져 가고 있다."  

-. 앞으로 10년 후는 모습은 무엇인가...

"여전히 그대로다. 극단 '십년 후' 대표를 그만둔 것이지, 후원자로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일주일에 한번 극단 단원들에게 하는 인문학 강좌는 단원들의 생각의 밑단을 단단하게 하는 일이기에 앞으로 계속해 나갈 일이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요즘 들어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인문학의 확산을 위해 제 자신의 노력은 새벽에 개인 연구실에서 꾸준하게 독서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제가 목표로 한 아름다운 조직을 만드는 튼튼한 밑단을 만들어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영 전 대표의 개인 연구실에는 인문학 관련 책과 경영학에서 리더쉽에 대한 책들도 섞여 놓여 있었다. 인문학을 경영학에 단순히 접목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 스스로 몸에 체화하고, 그것을 극단이든 그 어떤 조직에서든 스며들게 하려는 열정적인 모습들이 인터뷰 하는 내내 묻어났다. 최 전 대표가 인문학의 고리로 개인과 조직에게 튼튼하고 사랑스러운 사다리를 구축할 수 있는 어떤 방도를 정교하게 구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지며, 얼른 책 읽는 시간이 농축된 그 아득한 방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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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순 2013-07-14 02:10:30
십년후 극단~~인천의 연극 발전을 위해~~ 화이팅입니다
연극 소문도 잘 봤습니다

evergreen 2013-05-08 03:20:56
아름다우신 모습.. 배우고 되돌아보고 인천의 희망도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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