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변화와 김한길 호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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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변화와 김한길 호의 과제
  • 윤세민
  • 승인 2013.05.0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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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세민 교수 / 경인여대 교양학부(언론학박사,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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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진보 색채 덜고 중도 성격 강화
민주당이 5월 4일 전당대회에서 당명을 다시 ‘민주당’으로 돌리는 가운데 비주류인 김한길 의원을 대표로 선출했다. 대선 패배 후 온갖 후유증 속에 국민의 신뢰로부터 멀어져 간 민주당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민주당은 당 강령 및 기본 정책에 있어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한반도평화 등 3대 기조의 원칙은 유지하되 당의 진보적 색채를 옅게 만들고 중도적 성격을 강화했다.
즉, 경제민주화 정책에서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활동 존중 및 지원'이라는 표현을 추가하고, 한미 FTA와 관련, '전면 재검토' 표현을 없애고 대신 “FTA를 포함한 모든 통상정책에 있어서 국익과 국내산업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며, 피해 최소화 및 지원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적극 마련한다”는 정책을 새로 만들었다.
 
복지 정책에선 '보편적 복지'라는 표현은 그대로 남겨두되 '복지와 함께 선순환하는 질 좋은 성장 지향'이라는 문구를 추가했으며, '무상의료'라는 표현도 '의료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및 의무의료'로 변경했다. '반값등록금'도 삭제되고 '국공립대 확대와 건전 사립대 육성'이 들어갔다.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선 북한의 핵개발을 '한반도 평화의 위협'으로 명시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 내용이 추가됐다. 진보진영의 뜨거운 감자인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인도적 지원과 남북 화해협력을 토대로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 북한주민의 민생·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리고 당대표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최고위원회 권한이던 당직인사 심의·의결권과 당 예산 심의·의결권이 당대표에게 넘어갔다.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시 전국대의원·권리당원 투표 반영비율을 70% 이상으로 하고, 일반당원·국민투표 반영비율은 30% 이하로 정했다. 당원의 당내 영향력을 확대시킨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 비주류 김한길
 
이날 전당대회에서 김한길 후보는 대의원 투표와 권리당원 투표, 일반당원·국민여론조사에서 모두 이용섭 후보를 큰 차이(최종 득표율 61.72% 대 38.28%)로 따돌리며 압승했다. 4명을 뽑는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박빙의 승부 끝에 신경민(17.99%), 조경태(15.65%), 양승조(15.03%), 우원식(15.01%) 후보가 1∼4위에 오르며 지도부에 입성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출신이 당 대표에 선출된 가운데 최고위원은 수도권 2명, 영남 1명, 충남 1명으로 구성됐다.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 지역 인사의 지도부 진출은 무산됐다. 계파별로는 유일한 '친노(친노무현) 인사'였던 윤호중 최고위원 후보마저 최하위에 그치면서 친노 진영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비주류의 김 후보가 이번 경선에서 대승을 거둔 것은 대선 패배 후 당내에 확산된 '친노 책임론'과 '세대교체론'이 당원들로부터 상당 정도 호응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범주류에 속한 이 후보는 강기정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친노·주류의 결속표를 기반으로 막판뒤집기를 위해 부심했으나 '김한길 대세론'을 꺾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투표 결과에서 보듯, 이번 전대로 당 주도권이 친노·주류에서 비주류로 넘어가면서 당내 세력교체가 이뤄졌으며, 야권 정계개편의 핵으로 떠오른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 설정 및 야권 재편 작업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따라서 민주당의 신임 지도부는 대선 패배 후유증을 수습하고 고질적 계파정치를 해소해내면서 혁신 작업을 통해 당을 재건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됐다.
 
대선 이후 여당이 주도해온 여야관계에도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김한길 후보는 선거 기간 '강한 야당'을 내걸고 "박근혜 정권과 싸우겠다"며 대여 강경투쟁을 예고해왔다. 이에 따라 당장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이나 경제민주화법 입법 문제 등을 놓고 당분간 여야간 힘겨루기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여야간 샅바 싸움보다는 초당적인 협력관계가 조성될 요인도 있어 주목된다.
 
김한길 호의 녹록치 않은 과제
 
당도 대표도 새롭게 바뀌었지만 민주당과 김한길 대표가 맞딱뜨린 정치현실은 여전히 엄혹하다. 지난해 총선에서부터 시작해 대선, 그리고 최근 4ㆍ24 재ㆍ보선에 이르기까지 연전연패의 수렁에 빠진 민주당을 어떻게 건져낼지가 김한길 호에 놓인 녹록치 않은 과제이다.
 
갈 데까지 간 듯한 당내 계파갈등 수습에서부터 결코 가볍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당내 사정도 복잡한데, 당 밖에서 돌아가는 상황도 더욱 간단치 않아 보인다. 여의도에 입성한 안철수 의원이 독자세력화 가능성을 키우며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호남지역에선 아직 생겨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민주당을 앞섰다는 얘기까지 나와 작금의 민주당은 뒤숭숭하기 그지없다.
 
이런 가운데 김한길 호의 개혁 작업의 1차 성패는 계파간 갈등을 극복하고 당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는 데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당지도부에 '호남ㆍ친노' 인사가 한 명도 없게 됐다는 점에서 계파 갈등은 더욱 첨예화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경선 기간 내내 "가슴에 달린 '친노 비노', '주류 비주류'의 명찰을 쓰레기통에 버리자"고 외쳐온 만큼 계파 갈등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은 계파를 초월한 능력 위주의 탕평 인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민주적 정당 운영으로 집약된다.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설정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독자세력화의 군불을 지피고 있는 안 의원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가 민주당의 장래와 밀접한 함수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 동안 안 의원의 민주당 입당을 기대하며 '러브콜'을 보내왔지만, 당분간은 운명공동체가 되기보다는 경쟁적 관계가 불가피해 보인다.
 
김 대표의 쇄신 드라이브가 성공을 거두면 '새정치'를 화두로 내세우고 있는 안 의원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의 경우라면 민주당이 ‘안풍의 위력’에 짓눌린 바람 앞 촛불 신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민주당으로선 10월 재ㆍ보선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단순한 선거패배가 아니라 야권의 새판짜기에서 주도권을 상실하는 최악의 상황도 맞을 수 있다.
아울러 제1 야당으로서 대여관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제 세팅을 마친 박근혜정부와 여당은 조만간 국회에서 추경예산안이 처리되면 이를 바탕으로 그 동안 준비해온 국정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전망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여당을 견제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모습으로 '수권 예비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차기 대선'을 기약할 수 있다.
 
 
민주당이 새롭게 변화하고 당대표도 새로 뽑았다. 그 새로움이 정녕 제1 야당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감격스러운 새로움’이 될지, 아니면 예의 실망과 체념으로 이어질 ‘구태의연한 새로움’이 될지를 온 국민은 예의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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