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집은 줄을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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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국수집은 줄을 서지 않는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5.06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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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들은 사람 대접을 받으면 삶 전체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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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600~700명 정도가 식사하러 오는 곳. 이곳에는 조직도 직원도 따로 없다. 동네사람들이 거들고 손님이 식사하러 왔다가 거든다. 이곳을 찾는 손님은 노숙하는 사람이 많다. 10년째 민들레국수집을 꾸려가는 서영남 대표는 이 손님들을 VIP고객들로 맞이한다. 지난달 2일에는 가톨릭 인천대교구장 최기산 주교가 집전하는 미사를 열고, VIP손님들과 갈비탕을 먹었다.

민들레국수집은 지난달에 ‘할아버지 할머니 민들레국수집’도 열었다. 처음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한 곳에서 2,30미터 떨어진 곳이다. 서 대표는 “여기 국수집은 동네분도 오신다. 할아버지 할머니 식당을 또 만든 까닭은, 재정이 어렵다고 구마다 예산을 줄이느라고 해당 구에 거주하는 사람만 밥을 먹게 한 데 있다. 주민등록증을 검사한다.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먹는다고 한 군데 경로식당만 다니게 한 것이다. 한 끼는 해결이 되지만, 안 주는 날은 갈 데가 없으니까 이곳으로 오기 시작하더라. 그런데 노숙하는 분들과 음식 취향도 다르고 자리도 부족하고… 그래서 여기를 만들었다. 동네 사람이든 지나가는 사람이든 누구든지 국수를 드신다. 두 그릇 이상을 먹어도 되고, 하루에 몇 번 와도 된다. 밥도 있다.”
 
민들레국수집은 초창기에는 말 그대로 국수를 삶아 냈지만, 곧 국수 대신 밥과 반찬, 국으로 바꾸었다. 노숙하는 사람들이 국수 먹고서는 하루를 버틸 수 없기 때문이었다. 민들레국수집에서는 줄을 서지 않는다. “줄을 서는 것은 힘없고 약한 사람을 몰아가는 거다. 줄 세우고 시간 정하고 밥을 먹으라고 하는 건, 인격과 존엄을 무시하는 것이다. 폭력이다. 보잘 것 없는 밥 한 그릇이지만 주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받는 사람이 기분이 나쁘고 상처 받을 수 있다.” 그는 또 “선착순은 끔찍하다. 1등만이 살 길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1등도 꼴찌도 괴롭다. 줄을 세운다는 것은 비인간적이고 사람 살 데가 못 된다”고 강조하면서 “민들레국수집은 줄을 서지 않아 새치기도 없고 싸울 일도 없다. 줄만 안 서도 사람들이 부드러워진다.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선한 마음을 발현시킬 수 있다. 밥 한 그릇이 아니라 사람 대접을 하는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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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 동안 수도원 생활을 접고 나온 서 대표. 그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한다. 10년 전 4월 1일 문을 연 민들레국수집에 이어, 5년 전에는 민들레국수집 부설 어린이밥집과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오고, 어린이밥집에서는 간식을 먹는다. 어머니가 일하느라 늦게 오면 저녁밥도 먹는다. 동네 아이는 누구든지 와서 책을 읽고 간식을 먹을 수 있다. 이곳을 찾는 어린이들은 대개 지역아동센터에도 못 가고 학원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공부를 왜 못하냐고 지적만 받던 아이들이 책을 보거나 동화구연을 하면서  서서히 책을 읽는 습관이 생겼다. 변변한 가게가 없는 이곳에서는 간식도 무척 중요하다. 밥집 주방장과 아줌마는 저녁식사로 카레라이스를 준비해놓고, 아이들이 김치를 잘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민들레국수집에는 멀리서 오는 노숙자들이 많다. 수원에서 천안에서, 전철이 닿는 곳에서 많이 온다. 이들은 밥을 먹고 나서 민들레희망지원센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희망지원센터 1층에는 책과 컴퓨터가 마련돼 있어 맘대로 이용할 수 있고, 2층에는 샤워실이 있어 샤워도 하고 빨래도 하고 낮잠도 잘 수 있다. 샤워하고 갈아입는 옷은 준비된 옷을 입어도 되고 민들레가게에서 옷을 고를 수 있다. 물론 모두 무료다. 손님들은 발만 씻어도 양말, 속옷을 무료로 제공받는다. 그러고는 차와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다. 희망지원센터는 문을 여는 5일 동안 날마다 ‘독후감 발표회’가 있다. 책을 읽는 게 목적이 아니라 ‘발표하는’ 게 목적이다. 날마다 50~60명이 책을 읽고 말한다. 그대로 베껴도 된다. 늘 지적만 당하던 이들은 ‘스스로 말하는’ 연습을 함으로써 많은 것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기를 주저하거나 벌벌 떨면서 말하던 사람들이 점점 자신감이 붙어 직장도 구하게 된다. 삶 전체가 바뀐다. '독후감 발표회'가 끝나면 이들에게는 현금 3천원이 ‘상’으로 주어진다. 또,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인문학 강의에는 60~70명이 찾는다. ‘왜 사는가’ ‘왜 우리가 노숙자가 됐나’ ‘돈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한다.

서 대표는 “감기 몸살로 몸이 불편한 분에게는 찜질방 티켓을 준다. 근처 찜질방과 계약해서 티켓을 싸게 구입하고 노숙자들이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노숙한다고 지저분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 VIP손님들은 다 깔끔하다. 또 노트 한 권을 다 쓰면 소원을 하나씩 들어준다. 운동화나 점퍼를 갖고 싶어한다”면서 “또 당뇨와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 약을 무상으로 나눠준다. 한 달에 두 번 인하대 병원에서 여덟 분이 와서 진료해준다. 느티나무 있는 집이 진료소다. 느티나무 아래 벤치와 민들레가 그려진 집이다”라고 설명했다.

민들레국수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 또 프로그램을 응모에 예산을 확보하지도 않는다. 조직도 없는 데다, 후원회도 없다. 조직이 없지만 살아있는 조직이어서 가장 강하다.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은 오고 싶은 날 와서 하고 싶은 만큼만 한다. 부자들이 생색내기식으로 주는 돈은 절대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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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서 대표는 오가는 손님들을 다 기억하면서 알은척한다. “VIP손님이잖아요!” 그는 치아가 약한 손님이 오자 가위와 숟가락을 드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10년을 돌이켜보면 신기하단다. “2003년 4월 1일 식탁 하나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10년 동안을 생각하면 참 신기하다. 지금은 필리핀 민들레밥집을 준비 중이다. 아이들한테 먹히고 입히기 위해서다.” 10년 전 만우절에 문을 연 민들레국수집은 거짓말처럼 잘 된다. 함께 사는 세상을 몸소 보여주는 사람들이 모인 까닭이다. 서 대표는 지지난해에 국민추천 포상자로 훈장을 받았다.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추천한 상이다. 올해는 코스코 청암봉사상을 받았다. 이 상금으로 필리핀에도 본격적을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올해 준비해서 내년에 문을 열 '공동부엌' 일도 추진 중이다. 집밥을 먹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와서 먹거나, 혼자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반찬을 만드는 일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가능할 것이다. 예산확보를 안 해서 가능하고, 지원을 받지 않아서다.” 서 대표 목소리가 씩씩하다. “마음이 있으면 된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돈이 우선이 되었다. 돈이 조금만 있어도 살 수 있는 마을이 되면 좋겠다. 조금만 나누면 배고픈 사람이 없어야 한다. 잔머리 굴려서 떡고물 떼어먹으려고, 긁어모으려고 하니까 늘 돈이 없는 거다.”

민들레국수집, 민들레꿈공부방, 어린이밥집, 희망지원센터, 진료소 등 민들레 식구들이 모여사는 ‘민들레마을’에는 선물이 많이 들어온다. “별의별 선물이 다 들어온다. 우리 손님들이 맛있는 거 먹을 수 있어 좋다. 노숙자는 술 먹고 행패 부리지 않는다. 우리 민들레마을에서는 ‘민들레’와 관련되어서는 다 무상이다.” 그렇지만 그가 슬쩍 걱정되는 일이 있다. “쌀 떨어질까봐 걱정이다. 손님들을 대접하고도 쌀이 남으니까 어렵게 사는 이웃사람들과도 쌀을 나눠먹는다. 십년 동안 20㎏짜리 6천 포대를 나눠먹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사람들이 다 힘들어서인지 예전같지 않다. 많이도 필요없고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되는데, 요즘에는 어렵다고 쌀 나눠달라고 하는 이웃분들한테 못 드려서 죄송하다. 국수는 시장에서 사다 쓰고, 쌀은 하루에 20㎏짜리 5포대 먹는다.”

민들레국수집은 어버이날을 맞이해 고기음식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미 돼지고기 100근 넘게 양념해놨고, 파김치 열무김치 오이무침까지 담가놨다. 이곳을 찾는 VIP손님들의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게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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