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꽃 길게 늘어뜨리는 나무, 해즐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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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꽃 길게 늘어뜨리는 나무, 해즐럿
  • 신종철
  • 승인 2013.05.1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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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들꽃산책⑫ 개암나무
개암나무.jpg
 
<강화뉴스 - 인천in 협약기사>
 
생강나무 꽃이 노랗게 필 무렵 산행을 하면서 보면 수꽃을 길게 늘어뜨리는 나무들이 있다. 개암나무를 비롯해서 오리나무, 자작나무의 꽃이 그것인데 동물의 꼬리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여 꼬리꽃차례(한자로는 유이화서=?荑花序)라 한다.
이렇게 길게 늘어뜨리는 이유는 바람을 이용해서 꽃가루받이를 하려는 것으로 잎이 달리기 전에 일찍 꽃을 피운다. 나무에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면 꽃가루를 옮겨주는 바람을 막아 꽃가루받이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을 피우고 한참을 지난 다음에 잎이 나오기 시작한다. 자연의 신비, 아니 하나님의 창조의 신비가 놀랍다.
 
개암나무는 이른 봄에 한 나무에서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데 길게 늘어뜨려 피는 것이 수꽃, 겨울눈처럼 생긴 끝에 빨간 암술대만 삐죽 내밀고 있는 것이 암꽃이다. 가을에 열매가 영글면 모양과 맛이 밤을 닮았지만 밤보다는 맛이 덜하여 ‘개+밤’이라 하였다가 ‘개암‘이 되었다고 하는데 지방에 따라 깨금이라고도 부르며 한방에서는 가을에 열매를 따서 말린 것을 진자(榛子)라 하여 원기를 높여주거나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눈을 밝게 하는데 쓰인다고 한다.
 
필자의 소년시절 가을에 산을 오르다가 개암나무를 만나 열매 몇 개를 따 먹으면서 간식으로 삼았던 기억이 난다. 그 때 개암을 깨물 때 껍질이 깨지며 ’딱‘하고 나는 소리와 고소한 맛이 지금껏 나에게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 지금껏 잊고 있다가 부활절 지난 주간에 혈구산을 오르며 한창 노랗게 꽃피운 생강나무를 사진에 담으려 가까이 가니 그 옆으로 수꽃을 길게 늘어뜨린 개암나무가 있었다. 가을에 열매는 보기도 했고 먹어도 보았지만 꽃을 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어릴 때의 추억에만 있던 개암나무를 뜻밖에 만나 꽃을 보다니 이렇게 기쁠 수가! 들꽃은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갖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맛이 고소한 개암은 예전엔 밤, 잣, 호두, 땅콩, 은행과 더불어 대보름에 깨무는 부럼 중 하나였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효심이 깊은 나무꾼이 깊은 산속으로 나무를 갔다가 길을 잃고 날은 어두워 낡은 빈집으로 가 잠을 청했는데 얼마 후에 도깨비들이 우르르 들어오더란다. 그 집은 도깨비 집이었던 것이다. 놀라서 다락에 올라가 숨은 나무꾼은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두드리며 놀고 있는 틈을 타서 배고픔을 달래려고 낮에 주어 주머니에 넣어둔 개암을 하나 꺼내 ’딱‘ 하고 깨물었단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도깨비들은 집이 무너지는 줄 알고 놀라 도망을 치고 착한 나무꾼은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집에 돌아와 큰 부자가 되었단다.” 어릴 적 어른들이 들려주던 ‘개암나무와 도깨비방망이’란 전래동화의 내용이다.
꽃말이 ‘화목’인 것은 액운을 쫓는 부럼으로, 마음 착한 나무꾼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 도깨비방망이 때문인가 보다. 개암(헤즐넛)이 서양에서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4대 견과류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하니 우리 산에도 개암나무를 많이 가꾸었으면….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국화리 시리미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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