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과 집단지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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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과 집단지성의 시대
  • 정영수
  • 승인 2013.06.0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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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정영수 / 프라임전략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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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학 창시자 골턴은 ‘우성의 유전자’를 소유한 소수의 엘리트들이 세상을 이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1906년에 영국 서부의 우시장(牛市場)에서 '황소 무게 맞추기' 경기를 개최하였다. 그 경기는 황소의 무게를 맞추는 사람이 그 황소를 차지하는 경기였다. 여기에 787명의 군중과 몇몇의 황소 전문가들이 참가했는데, 누구도 황소의 무게를 맞추지 못했다. 골턴은 '우성의 유전자'를 가진 황소 전문가들이 승리하지 못한 데 실망했지만, 적어도 군중들의 우매함은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황소 전문가들이 제시한 수치들과 군중이 제시한 수치들의 평균값을 각각 산출하였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군중의 승리였다. 787명의 군중들이 써낸 황소 무게의 평균값은 실제 황소 무게인 1,207파운드와 단지 0.8%의 차이만 있는 1,197파운드로 산출하였다. 이에 따라 골턴은 개개의 사람은 우매할지라도 집단의 수준에서는 '높은 단계의 지성'이 나타날 수 있고, 이를 'Vox populi('민중의 소리'라는 뜻의 라틴어)'라고 지칭하였다.
 
우리는 지금 집단지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같은 집단지성은 인터넷 기술 발달과 스마트폰를 이용한 SNS 기술 발달로 인해 더욱 고도화 및 가속화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집단지성 개념은 중요한 선거 전략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집단지성을 집단몰지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그 의미를 폄하하거나 정치적 의사결정의 주요변수에서 제외 할 때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된다. 대통령 방미 역사상 초유의 사태였던 윤창중 사건의 경우도 문제의 시작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윤창중씨를 임명하는 순간부터 배태된 것으로 생각된다. 야당 뿐 만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 조차 윤창중씨의 청와대 대변인 임명을 반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박근혜 대통령은 집단지성의 가치를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조세제도의 개편을 위해 당시로서는 결코 쉽지 않았을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던 세종의 정치철학은 다름 아닌 집단지성에서 출발한다. 백성을 피지배계층으로 인식했던 왕조시대에도 백성들의 집단적인 생각을 듣고자 했던 세종의 노력은 혁신적인 조세제도 개편으로 열매를 맺게 된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 중심 및 국민 행복의 국정철학을 표방하고 있다. 국민 중심, 국민 행복은 정부정책 관점에서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나 정치적 관점에서는 국민의 집단지성을 이해하고 이를 경청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6월 4일로 출범 100일을 맞는 박근혜 정부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고 가야할 길이 많은 남아 있는 정부이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대통령 스스로 집단지성을 특정세력의 이기주의나 불만의 발현으로 평가절하 하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통령의 통치철학은 국정운영 방향의 토대이고 정부정책의 근간이 된다. 대통령이 집단지성을 소중히 할 때 모든 정부부처 또한 집단지성에 관심을 갖게 된다. 집단지성이 정부정책과 연계되고 상호 교호작용을 하는 기제를 구축하는 것이 성공적인 박근혜 정부의 요소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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