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시장 임기 3년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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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시장 임기 3년을 바라보며
  • 박인규
  • 승인 2013.07.0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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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박인규 / 시민과대안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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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민선5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임기만료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3년이라는 재임기간이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지만 자치단체 발전에 대한 비전과 포부를 안고 불철주야 노력해 온 자치단체장들의 입장에서 보면 세월의 속도에 야속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로부터 재선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리기도 한다. 그래서 임기 말에 이르면 임기 중 자신의 치적을 다소 과장해서 홍보하는 것쯤은 애교나 현직 단체장의 프리미엄 정도로 봐줄 수 있다. 그러나 그 단체장이 추진한 수많은 정책 중에 성과가 있는 것도 있고 실패한 예산낭비 사례도 있을 것이며, 그 효과가 자신의 임기 중에는 나타나지 않아서 섣부르게 평가하기 어려운 정책도 있다. 더욱이 정책 하나하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경우도 많아서 추진된 몇 개의 정책만으로 지나온 임기를 모두 싸잡아 말하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는 송영길 인천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경제수도 인천’을 최고 슬로건으로 내건 시장의 입장에서 보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광역자치단체 중 올 1분기 외국인 투자유치 1위라는 지표와 글로벌 기업들과의 연이은 투자협정 등은 인천이 대한민국의 경제수도라는 위상에 한 발 성큼 다가서고 있음을 느끼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여기에 GCF 사무국 인천 유치를 통해 생태환경 보전을 선도하려는 도시의 이미지까지 포함되었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그로인한 자심감이 보다 진공적인 개발사업으로 유혹한 것일까? 진행 중인 각종 개발사업에 더하여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사업이라는 에잇시티 사업에 인천시가 100억대의 토지를 현물출자하고, 영종도를 동북아 레저복합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필수 시설로서 카지노를 유치하려고 한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한 신도시 사업이 탄력을 받아서일까? 재개발, 재건축의 희망이 걷히고 나서 고통과 주민간의 갈등만이 남아있는 구도심에 이름까지 바꿔가면서 임기 중 절반 이상을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한 원도심을 활성화하겠다고 야단법석이다.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알토란같은 자산인 터미널을 매각하여 만든 대금 중 천억원에 가까운 돈을 저층주거지관리사업에 투자하려고 한다.
기왕에 조성된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투자자본과 국내외굴지의 기업을 유치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만들려는 것은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개발사업을 통해서 지역발전을 이루고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려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나아가 낙후된 원도심에 재정을 투입하여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가려는 것은 칭찬하고 지지해 줄 일이다.
그러나 개별 사업의 호불호를 떠나서 여전히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 것은 바로 시정철학의 문제다. 실업률, 자살율, 이혼율을 비롯하여 각종 민생지표는 여전히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최고를 보이고 있고, 잠시 반짝 상승했던 학력마저 다시 최하위로 곤두박질 쳤다. 전국 최초의 무상급식 실시와 무상보육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복지 수준은 재정문제와 맞물려 제자리 걸음이다. 지상파 방송을 통해 보도되는 내용의 대부분은 각종 범죄를 비롯한 인천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며 인천의 이미지를 그림자지게 하고 있다. 당장의 팍팍한 삶에 고통스러워하고 재개발의 유혹에 정다운 이웃이 하루아침에 원수가 되어버린 시민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외자유치나 이름난 대기업의 투자협정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애초부터 신뢰하기 어려운 외국 사업자에게 수차례 기한을 연장해주고 인천시가 현물출자까지 해가면서 추진하려한 에잇시티 사업이나 부도덕하고 사업능력마저 의심받는 외국자본까지 끌여들어 카지노를 유치하려는 모습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많은 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민역량의 구축없이 서둘러 진행하고 있는 저층주거지관리사업은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위험이 있다.
진정으로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박제화된 수치가 아니라 당장의 내 삶의 변화를 생활속에서 감지하는 것이다.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송시장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의 모습이 보기는 좋지만 과연 속이 꽉 찬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삶의 현장에서 만난 시장의 미래에 대한 약속과 달변에 시민들은 잠시 위안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 위안이 고통의 무게를 모두 걷어낼 수는 없다. 더욱이 상실한 신뢰를 채워 넣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수천억에 이르는 엄청난 시민의 혈세를 쏟아 붓고도 실패한 도시축전사업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우지 못하는 무기력한 현실과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월미은하레일에 대한 처리 방안조차 시원하게 내놓지 못하는 상황은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직무유기에 가깝다. 그러기에 소통은 단지 만남이라는 형식과 멋들어진 말의 잔치만은 아니다. 상호간의 진정성이 느껴져야 한다. 그래서 진정한 소통은 자기 성찰에서 비롯되어야 하는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모르는 것 같지만 그저 다수가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진정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라면 표현하지 않는 것을 읽어 내고 그 곳에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송영길 시장이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인천시의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현안인 재정문제가 유동성 위험요소를 해결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순항 중이기를 진정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그러나 송영길 시장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아시안게임 이후 인천시의 파산을 우려할 정도로 재정문제에 대해서 상반되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또한 주민참여에 대한 관심과 여러 제도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부족한 행정의 모습에서 여전히 설익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세수 확대를 통한 안정적인 재원 확보, 원도심 활성화 그리고 문화, 복지, 교육사업 등에의 바람직한 투자가 선순환을 이룬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섣부른 기대는 또 다른 실망을 낳게 된다. 시민들은 불확실한 수 많은 사업의 나열과 거창한 구호 보다는 삶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한 가지의 분명한 성과를 원하고 있다.
물론 송영길 시장 임기 3년의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한계는 있지만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경색된 남북관계를 조금이나마 풀어보려는 노력은 그 성과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마땅히 인정되고 칭찬받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일을 우선하지 않는다면 인천시의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도 단지 하나의 이벤트에 불과한 일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래서 송영길 시장의 남은 임기 1년은 벌이기 보다는 추스리고 마무리하는 기간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내년 지방선거의 표를 의식한 꼼수 행정이 아니라 지나온 시정을 성찰하면서 시민을 바라보고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시정철학의 재정비가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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