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보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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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보수화
  • 이준한
  • 승인 2013.07.1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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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이준한 /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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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한국사회가 보수화되었다거나 50대의 보수화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필자도 2007년 대통령선거와 2012년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실시된 설문조사를 비교, 분석해보면 한국의 이념적 성향이 5년 사이에 적지 않게 보수화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의 설문조사에서 똑같은 질문(“매우 진보를 0, 중도를 5, 매우 보수를 10이라고 할 때, 선생님의 이념성향은 어디에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숫자로 적어주십시오”)이 사용되었다. 1200명 응답자의 평균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의 이념성향은 2007년 5.33에서 2012년 5.65로 더 보수 쪽으로 이동했다. 그까짓 0.32라는 차이가 무슨 대수인가? 그러나 이 차이는 t-test결과 신뢰구간 99%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 쉽게 말하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로 5년 사이에 이념적 평균치가 보수 쪽으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이를 세대별로 나누어서 5년 사이에 얼마나 바뀌었는지 살펴보면 더 흥미로운 사실이 확인된다. 과거 5년 사이에 이념적 평균치가 가장 많이 바뀐 세대는 놀랍게도 유신세대, 한국전쟁세대, 386세대 순서로 나타났고 모두 중간치인 5보다 훨씬 오른쪽에 놓였다. 이 모든 세대의 이념적 평균치의 변화에 대하여 t-test를 해보면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99% 신뢰구간)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검증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독재에 치이고 민주주의를 위하여 항거했던 정치적 경험을 공유하는 유신세대와 386세대가 2012년에 이르러서는 이제 보수적인 정치적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어느덧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청춘의 대부분을 보냈던 유신세대와 386세대는 이제 50대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들은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다른 연령대별보다 더 많이 투표에 참여했고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율도 꽤 높았다. 정치학적으로 보았을 때 같은 세대의 정치적 지향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세대효과가 있다면 나이를 먹을수록 점차 보수화된다는 생애주기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2012년 한국 유권자의 특성을 설명할 때 세대의 정체성이 점차 약해졌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세대효과보다는 세월에 따라 보수화되었다는 생애주기효과가 더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한국의 이념성향은 과거 한 세대 동안 진자의 추와 같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리고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가는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과거 5년 동안에도 점차 더 오른쪽으로 보수화되는 추세가 뚜렷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언젠가 때가 되면 오른쪽에서 점차 왼쪽으로 변화는 운동도 등장하게 될 것이다. 2012년에도 IMF세대와 월드컵세대가 5년 전보다는 이념적 평균치가 오른쪽으로 이동했지만 여전히 중간치인 5보다 왼쪽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아직 IMF세대와 월드컵세대는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주목을 끄는 지점은 아무래도 앞으로 세대들 사이의 이념적 성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IMF세대나 월드컵세대도 유신세대나 386세대와 같이 생애주기효과에 적용될 것이냐는 문제이다. 그리고 한국의 인구구성에 있어서 변화에 따른 사회전반의 보수화가 더욱 강해질 것이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도 이미 2030세대가 5060세대보다 적었다. 저출산과 인구의 고령화라는 현상은 5년 후의 대통령선거에서 2030세대와 5060세대의 격차를 더 넓힐 것이다. 결국 한국사회가 언제까지 계속해서 보수화되는 기간을 가질지, 386세대나 유신세대의 세대적 정체성이 계속해서 약화될지, IMF세대와 월드컵세대도 386세대나 유신세대의 전철을 밟을지는 모두 앞으로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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