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민족의 허울을 벗겨 다문화사회를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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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민족의 허울을 벗겨 다문화사회를 바라보다
  • 김명남
  • 승인 2013.07.18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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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 김명남 / 시인
우리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인물인 반기문 UN 사무총장. 2007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했을 때 한국인 못지않게 기뻐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중국 허난성 싱양현 판야오춘(반씨 집성촌) 사람들이었다. 우리나라 희귀 성씨 중 하나인 반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광주 반씨로 시조는 반충이며, 반충은 거제 반씨 시조 반부의 7세손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조상이 되는 반부는 송나라 출신으로 고려 충렬왕의 아내가 된 제국대장공주를 따라 고려에 온 후 일본 정벌에 공을 세워 벼슬을 지내고 고려 땅에서 여생을 마친 귀화인이다. 그렇기에 반씨는 귀화 성씨이며 반기문 총장 역시 귀화인의 후손인 것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바다와 대륙이 만나는 지정학적 특성상 바깥세계와 많은 물적·문화적·인적 교류를 하면서 외부세계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그러는 과정에서 다양한 민족과 피가 섞였으며 그 피를 이어받아 현재에 이르렀다.
역사적으로도 우리는 단일민족이 절대 아니다.
귀화정책이 가장 개방적이었던 고려 초, 100여 년 동안 무려 20만 명 정도 귀화했으며, 고려는 ‘들어오는 사람은 거절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귀화인에게 포용과 우대의 선정을 베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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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한겨레, 문명교류기행, 정수일 교수의 ‘고려 품에 안긴 귀화인들’>[ 2005.03.21.(월)]에서 발췌
 
우리나라 성씨는 세종실록지리지 250 성씨, 동국여지승람 277 성씨가 기록되어 있으며, 이중 귀화 성씨로는 신라시대 40여성, 고려시대 60여성, 가장 폐쇄적으로 알려진 조선시대에도 30여성이 새롭게 들어왔다. 국내 성씨 절반에 가까운 숫자인 것이다. 2000년 11월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씨는 총 286개 4200여개 본관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한국인으로 귀화하면서 새로 만들어진 외국인 성은 한국인 토착성보다 1.5배 많은 442개로 집계됐다. 21세기 들어 본격적인 다민족, 다문화사회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자료인 것이다.
모든 역사학자들은 순수 단일 민족은 없다, 라고 딱 잘라 말한다. 단일민족이란 순수 혈통을 의미하는 단일이 아니라 역사, 문화적, 정신적 요소에서의 단일화, 일체화, 동질화이며 이것이 순수한 의미에서의 단일민족이고 단일국가로서의 원천이 된다고 말한다.<KBS1 TV 역사스페셜(2010.07.17.)에서 부분 인용>
아무도 모른다 나를
단비르 하산 하킴
세상이 옛날처럼 돌고 있다
모든 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항상 바쁘다
달과 태양 그리고 별들이 옛날처럼 빛을 주고 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어둡다
나는 왜 나처럼 되었나
나의 마음은 아프다
어느 날 하루 나는 마른 꽃처럼 마음도 말랐다
당신은 나를 알아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바보처럼 당신에게 다가가고 있다
하나의 진실을 꼭 잡으면서
너는 나를 버린다 나를 바보라고
그래도 나는 왔다 당신의 사랑을 위해
당신은 나를 모른다 하늘은 있지만 구름이 없다
나는 어디에도 없다
바람은 있지만 나는 어디에도 없다
계간 『작가들』 (2006년 가을호)에서 인용(번역 오성혜, 이세기)
위 시는 1977년 방글라데시 포리풀에서 태어나 고교 졸업 후 1994년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와 이주노동자로 살아온 단비르 하산 하킴이 2006년 인천 가좌동에서 PCB 노동자로 일할 때 쓴 것이다. 이 시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품고 있는 동남아 외국인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느낄 수 있어 안타깝다. ‘나는 왜 나처럼 되었나’ 하는 시인의 마음이, ‘바람은 있지만 나는 어디에도 없다’라는 존재에 대한 부재감이 시를 읽는 독자들을 더욱 슬프게 한다. 그를 그처럼 만든 것은 우리들의 따가운 시선일 것이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잘못된 국가정책일 것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타인종, 타국 사람들을 대하는 우리 한국 국민의 이중성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유럽이나 미주 대륙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굽히며 과잉 친절을 베풀지만 동남아 사람들에게는 함부로 대하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우리 국민들의 치졸하고 부끄러운 이중성 말이다.
걱정 마
정진숙
눈이 크고 얼굴이 까만
나영이 엄마는
필리핀 사람이고,
알림장 못 읽는
준희 엄마는
베트남에서 왔고,
김치 못 먹어 쩔쩔매는
영호 아저씨 각시는
몽골에서 시집와
길에서 마주쳐도
시장에서 만나도
말이 안 통해
그냥 웃고만 지나간다.
이러다가
우리 동네 사람들 속에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그래도 할머닌
걱정 말래.
아까시나무도
달맞이꽃도
개망초도
다 다른
먼 곳에서 왔지만
해마다 어울려 꽃피운다고.
우리나라에 다문화, 다문화가정, 다문화가족이라는 용어 자체가 들어온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전에는 단일민족이라는 강한 의식 밑에 깔려 있는 부정적인 용어였던 혼혈가정, 혼혈인 등으로 불렀다. 그러다가 21세기 들어 외국인과 결혼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다문화’라는 용어가 생겨났으며, 우리 국민들의 부정적인 정서와 시각으로 인해 많은 다문화가정이 피해를 보고 차별받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서양의 일부 인종주의자, 순혈주의자 백인들처럼 타인종, 타민족을 배척하고 차별하는 헛된 생각과 삿된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이며, 나라마다 민족마다 인종마다 문화가 ‘다름’을 이해하고 그 ‘차이’를 인정하며 존중하는 다문화사회가 올바르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는 유럽인, 아시아인, 아프리카인 뿐만 아니라 탈북자들까지 포함시킨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그 문화의 다양성을 통한 정치, 경제, 사회적인 기틀을 조직하는 일이 우리의 과제로 남았다. 또한 이질적인 문화의 융합이 사회통합과 소통으로 가는 또 하나의 지름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위에 인용한 <걱정 마>는 2010년에 새로 개정되어 2013년 현재까지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읽기 교과서 8~9쪽에 실린 동시이다. 우리는 이미 다 다른 먼 곳에서 왔지만 어울려 꽃피워 살았던 아름다운 문화가 있기에 앞으로도 어울려 꽃 피울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렇다. 우리 사회는 이미 다문화사회인 것이다.
자, 그럼 다문화가정, 다문화사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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