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은 모든 사회적 문제가 집약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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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은 모든 사회적 문제가 집약된 곳"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8.06 0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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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시인, '평화가 뭔가' 물음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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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지 않은 공간에서 독자들과 열심히 시에 집중하면서 시 이야기를 하는 게 좋습니다. 다른 데서는 강의안이 따로 있고, 문학관을 포괄적으로 이야기하죠. 그런데 리스팝 포엠에서는 시 열 편을 읽고 이야기합니다. 시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죠. 시인도 객관화해서 볼 수 있구요.” 한 달에 한 번 마지막날 오전 11시에 시낭송회를 열고 있는 리스팝 포엠 주인장인 조정 시인을 만나 시와,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한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2000년 한국일보에 <이발소 그림처럼>이라는 시로 당선됐고, 2007년에 같은 제목의 시집 <이발소 그림처럼>(실천문학사)을 냈다.


시를 잘 읽고 써야겠다
“제 주변에 시를 쓴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요. 시를 쓰는 기술은 좋고 열정은 있는데 시를 읽지 않더군요. 시를 쓰려면 읽어야 하잖아요. “시 좋아하세요?”하면 거의 다 그렇다고 하거든요. 또 시인은 좋아하지만 시는 전혀 읽지 않는 사람도 있고요. 이래저래 사람들이 시를 안 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를 읽는 게 어떻게 좋은지도 모르고. 저는 크리스천이다 보니 성경 읽는 걸 좋아해요. 성경은 시적인 책이거든요. 구약도 원본은 시였지만, 번역하면서 산문화했고요. 은유와 함축이 다 들어있습니다. 시적 은유나 함축을 모르면서 시를 읽으니까 깊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이유로 나 자신부터 시작해서 당대까지만이라도 잘 읽고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의 질료는 언어와 우리글이잖아요. 우리가 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언어, 글, 표현입니다. 누구나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전문적인 시인이 되니까 삶을 바쳐 모국어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 이런 게 다 합쳐져서 일반 주민한테 접근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 동네에 사는 주부들이나 직장인들에게 시를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한 거죠. 4년 전에 20명 안팎이 모여 시를 읽었습니다.”


강정마을은 모든 사회적 문제가 집약된 곳
“한국작가회의 여성과인권위원장을 맡아 활동했어요. 아무래도 인권문제에 참여하다 보니, 제주도 강정마을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여성이 차별 받지 않고 가장 힘있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체적으로 위축돼 있었어요. 문단 내에서도 여성은 많이 소외돼 있죠. 여성 작가들이 남성작가에 비해 운신의 폭이 좁습니다.”

“고양시에 살면서 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을 맡았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전력문제에도 관심이 많죠. 원자력발전소를 없애는 것이 언 발에 오줌 누듯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인류멸망의 첫 번째 원인은 원자력발전소 폭발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원자력발전소를 없애고 다른 대안을 찾는 것, 그 일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더불어 강정마을은 모든 사회적 문제가 집약된 곳입니다. 국가, 미국, 재벌, 환경, 공동체, 인권유린 등의 문제가 집약된곳이죠. 그나마 바람직한 건 그전에 ‘평화’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평화가 뭔가?’ 우리 모두가 그랬습니다. 강정 해군기지를 통해 평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깊이와 확장성을 통해 커질 것입니다. ‘평화가 뭔가’를 각자 자기 분야에서 생각하게 됐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강정마을’에 대해 동화형식으로 삽화 넣어 10회 연재할 예정이에요. 고학년과 어른들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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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접하지 못한 분들이 많이 왔으면
“시는 본업이니까 계속 써야죠. 첫 시집을 낸 지 6년이 됐는데 그동안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걸 좋아합니다. 은근히 완벽주의자이다 보니 시를 꼼꼼히 봐야 합니다. 내년쯤 시집을 낼 예정입니다.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7년 만에 시집을 냈고, 내년에 내면 또 7년 만에 내는 셈이죠. 사는 데, 다른 일들이 생기지만 초조해하진 않습니다.”

“시낭송회는 나름대로 작은 ‘헌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나 경제적으로 투자해야 하죠. 신경도 많이 쓰입니다. 평소 메뉴에 없는 걸로 점심식사도 대접해야 하고요. 효과면에서도, 시의 독자만 오면 되는데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요. 혹시 ‘헛짓’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잉여’인 것을 하는 게 아닌가, 하고요. 그러나 한두 번 ‘그런 때’가 지나면 또 괜찮습니다. ‘인연’에 대해 생각하죠. 시냇물에 씨앗을 뿌리는 것처럼 어디선가 꽃을 피우듯, 아니어도 되고… 시를 매개로 한 달에 한 번 좋은 낯으로 만나서 좋습니다. 시를 접하지 못한 분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또 이 팀을 운영하는 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카페운영팀이 있어서, 접수도 하고 기록 정리도 하고, 자발적으로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인천은 문화적으로 충전되는 장소가 필요한 도시
“인천은 광역시인데 인구에 비해 문화적으로 참 열악합니다. 문화적으로 충전되는 장소가 있어야 하는데 그럴 데가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한 달에 한 번 하는 시낭송회를 잘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예전에 월요일 아침마다 본격적인 시 읽기를 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이런저런 문제로 그만두었지만, 그런 시 그룹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어른, 주부, 학생 등이 모여 시를 외우고 이야기를 나누면 삶이 달라질 겁니다. 바로 앞에 큰 아파트단지인데, 시작만 하면 사람들이 모일 것도 같은데 그게 안 돼 안타깝죠.”


시인은 시 쓰는 데 집중해야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시인이 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년한국일보에서 학교마다 돌면서 백일장을 열었는데, 그때 장원을 했죠. 동시, 산문 구분도 못했는데 산문을 쓰고 동시를 썼죠. 그후 시인이 되려고 애쓰지도 않았고, 등단을 늦게 한 셈이죠. 인쇄물에 관심이 있어 뭐든 열심히 읽긴 했죠. 1994년에 직장 다니면서 혼자 시를 썼어요. 친구 하나가 투고한다고 시를 빼앗아간 게 조선일보 최종심에 올랐어요. 그때 시 쓰는 즐거움을 살짝 잃어버렸어요. 내가 쓴 게 시가 되나? 그전에도 내가 쓰는 게 시가 아닐 거라는 건 아니었지만, 그때부터 ‘타인의 시선’을 인식하면서 썼어요. 그전에는 자족적이었죠. 심사받고 나니까 의식하게 된 거죠. 1997년에는 자진투고해서 문화일보 최종심에 올랐어요. 그후 1999년도에 직장 끝나고 정호승 시인한테 시를 배웠습니다.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거고요. 정호승 선생님한테 시를 쓰는 태도, 겸손함, 시인으로서의 태도를 알게 됐어요. ‘시인은 시 쓰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성실함과 열성을 배웠죠. 당연한 것 같지만 쉬운 건 아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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