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이창희 / 인천사랑병원 소화기내과

새벽부터 배가 찢어지게 아파요, 배가 콕콕 쑤셔요, 배가 더부룩하면서 은근히 아파요, 배가 쥐어짜는 것 같아요, 굶으면 괜찮은데 뭐만 들어가면 배가 아파요, 화장실 가기 전에 배가 너무너무 아파요.. 등등 갑자기 배가 아파 응급실이나 병원 진료실을 찾는 환자분들이 많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필자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다 들 곤히 잠든 한밤중이나, 모처럼 놀러간 여행 중에, 혹은 의료시설이 없는 곳에서 갑자기 배가 아플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 난감하다. 병원 응급실로 뛰어가야 할지,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려 볼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뱃속에는 위나 장, 담낭, 췌장 등 소화기계통 장기도 있지만, 신장이나 방광 등의 비뇨기계통 장기도 있고, 대동맥, 복부 내장으로 가는 크고 작은 혈관들도 있으며, 자궁, 난소(여자들의 경우)같은 생식기도 있고, 그 외 비장 까지 정말 여러 가지 장기가 모여 있다. 이중 한곳에서라도 병이 난다면 모두 복통이 생기기 때문에, 어디에서 어떤 병이 생겼는지 알아내는 일은 간단치 않으며, 경험이 많은 의사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배가 아파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의 상당수는 그 병이 가벼운 장염이나 식중독, 월경통 등 심각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환자가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여 입원을 하게 되어도 대부분은 하루, 이틀 내로 좋아지는 가벼운 병으로 판명될 때가 많다. 그러나 가끔은 응급수술을 요하는 심각한 병이 있기도 하고, 엉뚱하게 폐렴이나 심근 경색증 등 복부 이외의 장기가 원인인 경우도 있다.
갑자기 배가 아플 때 우선 “어느 곳이 아픈가?”, “어떻게 아프기 시작 했는가?”를 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명치부위의 통증은 주로 위, 십이지장, 간, 담낭, 췌장 등에 병이 있는 것이고, 배꼽 주위의 통증은 소장에 병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배꼽 아래 쪽 아랫배 통증은 대장이나 생식기, 비뇨기 계통에 병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배를 갑자기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쥐어짜듯이 아픈 것은 위나 장이 터졌거나, 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혀 창자가 썩게 되는 급성 장간막 허혈에 의한 병일 가능성이 높다. 처음엔 막연히 복통이 있다가 오른쪽 아랫배로 점점 통증이 오면 급성 충수염(맹장염)을 생각해 볼 수 있고, 통증이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는 양상이라면 요로결석, 담석, 장의 폐쇄 등에 의한 병일 수 있다. 배가 아프면서 구역질이나 구토가 나면 장의 폐쇄나 급성 췌장염 등을 생각해야 하겠고, 피를 토하거나 혈변이 나오면 위나 장에 궤양이나 심한 염증, 암 등이 있을 가능성이 많다.
여성의 경우에는 월경의 유무를 반드시 확인해보아야 하며, 자궁외 임신이나 골반염, 난소 파열 등 생식기관의 병으로 인해 복통이 생길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당장 배가 아플 때 꼭 병원으로 뛰어가야 하는 경우로는 무엇이 있을까?
- 배가 너무 아파 견디기 힘들 때
- 시간이 지나도 도저히 복통이 사라지지 않을 때
- 시간이 지날수록 복통이 점점 심해질 때
- 심한 복통 후에 구역과 구토가 지속될 때
- 배가 만지지 못할 정도로 아프며 나무판자처럼 딱딱할 때
- 심한 열이 지속될 때
- 피를 토하거나 혈변이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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