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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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 김현
  • 승인 2013.08.25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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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김현/은혜주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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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어나면서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을 부여받아 살고 있다.
영자, 영숙이, 영희, 철수, 민수...
결혼하기 전까지는 학교를 다니면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두 그 이름으로 불리며 살아왔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남성과 여성의 이름은 달리 불려지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은 철수씨, 민수씨로 불려지지만 여성의 경우는 인천댁, 서울댁, 영희엄마, 영자 엄마로 말이다.

여성의 삶은 이제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인천댁, 서울댁으로 살아야 하고, 영희엄마, 영자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역할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은 어떤 내재적인 소질, 재능, 욕망 등의 표현으로서가 아니라 집단속에서 차지하는 역할, 개인의 지위(position)와 역할(role)의 개념을 중심으로 지위와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그리고 내 속에 있는 자아 자신의 역할과 다른 행위자의 역할 사이에서의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여성은 이 두가지 상황, 즉 내 속에 있는 나 자신과 사회환경 속에서의 자신에게 부여받은 역할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고 선택한 삶을 살게 된다. 물론 이 두 자아가 서로 조화를 이뤄가며 사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원하는 최고의 자존감을 이루는 삶일 것이다.

내가 만난 여성들, 특히 남편으로부터 버림받고 엄마의 역할만을 부여받아 사는 여성들은 자신을 위한 삶이 없다. 우울과 함께 낮은 자존감으로 학습된 무기력만이 존재할 뿐이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디에 가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가물가물 잊고 오로지 남편과 자녀들을 위한 희생양인양 살고 있는 여성들이 많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김○○입니다”
“오늘부터 저희 직원들은 호칭을 김○○이라고 부를 겁니다. 그동안 아내로서 엄마로서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하셨어요. 이제 큰 결단과 각오로 우리 집에 오신 만큼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내 이름 김○○으로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과연 원하는 게 무엇인가? 나 김○○은 누구인가? 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일하는 은혜주택은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이다. 부부갈등으로 이혼의 위기를 겪는 여성들과 그의 자녀들, 이혼후에도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과 아이들이 함께 와서 숙식하며 한지붕 다가구로 살고 있는 집이다.
이 곳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그저 그들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시인 김춘수님의 시 ‘꽃’을 좋아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나도 그들도,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그 무엇이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아침을 이렇게 시작한다.
“잘 될겁니다!”
“잘 되고 있습니다!!”
“스마일 스마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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