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산역'에서 기차 타고 유라시아를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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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역'에서 기차 타고 유라시아를 가면 좋겠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8.31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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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팝 포엠, 이상국 시인이 들려주는 따뜻하고 넉넉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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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남동구 구월동 ‘리스팝’ 카페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시낭송회가 열린다. 다달이 마지막날에 열리는데, 이달처럼 마지막날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금요일에 만난다. 8월 29일 오전 11시, 남동구 구월동 ‘리스팝’에는 시가 좋은 사람들 40명가량이 빼곡하게 모였다. 시인을 찾아 일부러 온 사람이 많아서인지 다른 때보다 웃음이 훨씬 더 많았다.
 
이날 시 이야기를 들려준 이상국 시인(67)은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났으며, 1976년 <심상>에 <겨울추상화>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동해별곡>, <내일로 가는 소>, <우리는 읍으로 간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뿔을 적시며> 등이 있다. 1999년 백석문학상, 2011년 불교문예작품상, 2012년 지용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시인이 들려준 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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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시인.
 
 
 
저녁
 
어느 날 한 아저씨가 내 속으로 들어왔다
더 갈 데가 없었는지
제 집처럼 들어왔다
아저씨는 바퀴처럼 닳았다
그래도 아저씨는 힘이 세다
아저씨라는 말 속에는
남자들의 집이 들어있다
어느 먼 길을 걸어왔는지
아저씨에게는 어스름한
저녁의 냄새가 난다
 
 
“한복을 꿰입고 길을 가는 사람에게 ‘아저씨’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하지만 옷을 허술하게 입은 사람에게 길을 물을 때는 마음에 부담이 없다. ‘아저씨’는 왠지 두루뭉술하고, 만만하고, 대강해도 될 것 같다. 시 제목은 처음에 ‘아저씨’라고 했다가 ‘저녁’으로 바꾸었다. ‘바퀴처럼 닳았는데’ 힘이 센 사람은 아저씨다. 힘든 삶을 견인하다가 자기 속으로 들어오는 걸 내면화하고 상징화했다. ‘아저씨’는 내 자신이다. 바퀴처럼 닳고, 외롭고, 힘이 세다.”
 
 
 
강변역
 
강변역 물품보관소 옆 벽에는
밤눈*이라는 시가 걸려 있다
추운 노천역에서 가난한 연인들이
서로의 바깥이 되어주고 싶다는 시다
나는 그 시 때문에 볼일이 없는데도 더러 거기로 갔다
바깥이란 말 때문이었다
내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그 시의 바깥에 오래 서 있고는 했다
 
*김광규의 시
 
 
“애들 집에 갈 때 속초에서 차 타고 오는 곳이 강변역이다. 김광규의 시에는 ‘화장실 옆’이라고 돼있다. ‘물품보관소 옆’에서 ‘옆’을 꼭 넣어야 하나 고민했다. 이 시는 쉽다. 여러분 마음 속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바깥’이라는 게 늘 문제다. <밤눈>은 참 좋은 시다. 이 시는 진화를 한 시다. 하지만 너무 진화하면 밍밍해진다. ‘오줌’이라는 말이 이 시에서 불경한 것은 아니지만, 이 언어는 늘 존재감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볼일’은 좀 점잖다.(웃음) ‘바깥’이라는 말은 김광규 시인이 쓰긴 했지만, 낱말을 잘 썼다고 생각한다. 강변역에 가면 화장실 옆에 꼭 가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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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좋아 참석한 사람들. 이들 가운데는 처음 오는 이도 있고, 날짜를 꼭 챙겨서 오는 이도 있다.
 
 
도라산역에서
 
비로소 이스탄불행 표를 산다
신의주 베이징을 지나 유라시아로
혹은 더 먼 아프리카로
백년 안팎 이 길은 죽어 있었다
그러나 밟으면 꿈틀거리는
구렁이 같은 길을 가기 위하여
많은 역사가 죽고 다치고 감옥에 갔다
 
사정없이 커다란 지구
 
푸른 눈의 여자들과 맨발의 아이들
불패의 인민들이 제국주의와 무참하게 싸웠던
카불 하노이 혹은 꾸르안의 나라와 네루다의 조국과
더 먼 고구려로 나는 간다
 
나는 너무 오래 불구를 노래했다
 
그러나 이 길을 지나 더 가야 할 데가 있고
기어코 이렇게 떠날 줄 알았다
장단 땅 두벌김 맨 벼들이
처녀애들 단발머리처럼 출렁거리고
황새는 논바닥을 차고 미끈하게 솟아오르는데
기차는 기적을 울리고
나는 가슴이 쿵쿵 뛴다
 
 
“도라산역은 죽은 역이나 마찬가지다. 뉴스에서 보니 외국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라산으로 온 것 같더라. 이 시는 뭔가를 써봐야겠다, 기여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의도적으로 썼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 중국에 가서 보는 조선은 웃기다고 했다. 당시 잘난 선비들이 문집에 실리면 자랑하고 싶어하고 우쭐해했다. 연암도 중국에 가기 전에는 그랬을 것이다. 연암이 살 때는 조선은 나라 하나였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조선은 반 토막이다. 바다를 거치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나는 50살에 처음 외국에 나가봤다. 유럽 쪽 소설이나 전기를 읽으면 서로 국경을 넘나든다. 우리나라는 중고등학생, 대학생 때까지는 국경을 넘어볼 기회가 거의 없다. 유럽 쪽 사람들은 갇히지 않고 밖으로 나갈 수 있어 생각이 많이 다르다. 삶의 질,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웅지를 갖고 도라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유라시아로 가보면 얼마나 좋을까? 이 시는 쓰면서 별 고민을 하지 않았다. 연암이 중국에 가서 바라보던 조선, 삽자루에 반토막 난 조선이 답답해서 써봤다.”
 
“어쩌다 좋은 말이 떠오르면 시상을 떠올리는 건 쉽지 않다. 정현종 시인은 “좋은 말 하나가 떠오르면 머리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고 했다. 황영조 선수는 길을 가다가 자신이 올림픽에서 1등 한 생각이 떠오르면 웃음이 난다고 했다. 떠오른 말을 언어와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건 어렵다. 하다하다 안 되면 다른 시에 넣기도 한다. 좋은 말을 만나면 일주일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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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직접 낭송한다.
 
 
세탁소에서
 
아끼던 골덴 재킷의 왼쪽 소매가 너무 닳았다
털이 빠지고 오래되긴 했으나
사실은 내가 왼손잡이어서 그렇다
다른 데는 다 멀쩡한데 하며
세탁소집 여자는 뜨악하게
수선한들 별로 돈이 안 된다는 표정이다
왼손이 불편하긴 하지만
사실 나는 내가 왼손잡이어서
누구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다
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을 때
불쌍해서 눈이 붓도록 울거나
언젠가 평양 만경대 갔다가
흰저고리 검정치마 안내원에게
악수를 청하고는 누가 봤을까봐
아직도 꺼림칙해 하는 정도다
그러나 요즘은 자식이 취직을 하거나
군인을 가게 되면 그 애비가
어느 손을 주로 쓰는지도 알아본다고 해서
나는 할 수 없이 좌우를 다 잘라달라고 했다
소매가 불구처럼 뎅겅했지만
아무도 눈여겨 볼 것같지는 않았다
 
 
“어려운 데가 없죠? 우리 동네에 세탁소가 있는데, 난 거기에 유감 있다.(웃음) 주인이 문 잠그고 없는 때가 많지만, 독점체제라 어쩔 수 없이 또 간다. 어느 때는 담배 피고 술 마시고 있을 때도 있다. 삶이 팍팍해서 그런 것 같은데, 어쨌든 상당히 피곤한 주인이다. 언젠가 골덴자켓 한쪽 소매끝자락이 닳아서 한 쪽만 하면 짝짝이가 될 것 같아 양쪽 다 했다. 이 시는 좌편향에 대한 역설이다. 씁쓸하다. 언젠가 만경대 갔다가 흰저고리 검정치마를 입은 안내원의 ‘주체어법’이 얼마나 와닿는지 울었다. 얼마나 절실하고 애절하던지, 어법이 청승맞고 아련해서 눈물이 났다. 김남주 시인은 “우리가 먹는 밥에도 분단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사는 어느 것 하나에도 분단은 다 있다. 우리가 사는 게 다 절실하다.”
 
“아이들이 커서 졸업하고 취직을 하려니까 내 생각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다. 시를 쓰는 것뿐인데, 뭔가 꺼림칙했다. 혹시 멍에가 되지 않을까 고민했다. 소심한 나는 아무 잘못도 안 했으면서도 자기검열을 한다. 그러면서 감옥에 가고 할 말을 다 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을 알아줘야 하는데 무심하지 않나 싶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할 말을 했다는 자기만족일 것이다. 이 시는 역설적인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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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된 시인의 시 열 편은 책으로 묶인다. 이 책은 리스팝과 같은 건물에 있는 건축사 사무실에서 무료로 만들어준다.
 
 
국민을 계도하다
 
나는 어느 날 본의 아니게 국민을 계도했네
<올바른 음주문화 정착> 팻말 들고
아는 사람 만날까봐
고개를 있는 대로 숙이고
음주 단속하는 경찰 옆에서
딴전을 보며 두어 시간 버티면
면허정지 기간에서 깎아주는 열흘을 벌려고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국민이란 걸 계도했네
그렇잖아도 조잔하고 비굴하게 허겁지겁
어떡하든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을
국가라는 게 참 더럽고 치사하게
고작 점심에 소주 몇 잔 한 걸 가지고
정말 이렇게 못살게 굴어야 하는지 어디
두고 보자며 국민을 계도했네
근무 끝나면 한 잔 하자며
새파란 경찰들은 음료수를 나눠 마시고
하루벌이를 마친 선량한 국민들은
그들의 커다란 경례를 받으며
사뭇 거만하게 집으로 돌아가는데
어두운 고가도로 아래서
나는 외롭게 국민을 계도했네
 
 
“이 시는 천신만고 끝에 나왔다. 요샌 대리운전을 부른다. 음주운전에 걸리면 ‘장난이 아니더라.’ 과태료가 적은 돈이더라도 기분 나쁘다. 그렇지만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려고 하는 건데 지켜야 한다. 난 실제로 ‘계도’했다. 반나절 동안 사는 곳에서 떨어진 곳에서 했다. 일이 많은 때라 출퇴근해야 하니까, 시간을 줄여야 해서 했다. 비참했다. 그러면서 문득, 돈 많은 사람들이 걸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들은 기사가 따로 있으니까 괜찮을 것 같더라. ‘죄인’이 된 내가 팻말을 들고 국민을 계도해야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더라. 중요한 행사가 있어 많이 돌아다녀야 하니까 빨리 해결하려고 했다.”
 
 
 
금요일
 
보통은 금요일 오후에 로또를 산다
시가 안 되는 날은 몇 장 더 산다
 
나는 언젠가 내 밭에서 기른 근대로 국을 끓여 먹거나
머잖아 이웃에 대하여 관후(寬厚)를 보이게 될 것이다
 
로또는 인류와 동포를 위한 불패의 연대이고
또 그들이 나에게 주는 막대한 연민이다
 
나는 부자가 되면 시는 안 쓸 작정이다
 
어쩌다 그냥 지나가는 금요일은 불안하다
누군가에게 이 세계를 그냥 줘버리는 것 같아서다
그리고 은밀한 곳에서 그것을 맞춰보고는
 
아 나는 당분간 시를 더 써야 하는구나 혹은
아 시도 참 끈질긴 데가 있구나 하며
 
다시 금요일을 기다린다
 
 
“로또 맞추고 있는데 애들이 부르면 난감하다. 아버지가 의지대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못 보여주고 고작 1만원어치 로또를 사다 열심히 체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럴 때는 ‘패자’ 같다. 나는 ‘근대’를 좋아한다. 로또가 되면 땅을 사서 근대를 기를 작정이다.(웃음) 그러면 세탁소 아줌마가 옷소매를 잘못 잘라도 너그럽게 대할 것이다.(웃음) 로또는 안 사면 불안하다. 혹시 이럴 때 되는 거 아냐? 그러면서 로또가 되면 과연 시를 쓸까, 하는 생각도 했다. 부자가 되면 시를 안 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떨까? 그럼, 시를 쓰기 위해 가난해야 하나? 난 로또가 되면 아내 3억, 자식들 3억씩, 아는 사람 가운데 나이 들고 가난한 분이 있는데 그분한테 3억… 이렇게 몫을 나눠놨는데도 로또가 안 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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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ajji Road
 
강변역을 떠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낙타를 갈아탄다
이 길은 천 리 밖 동해를 떠난 내가
月谷에 깻잎 장아찌를 전해주는 길
실크로드의 어딘가에 頓皇이 있었던 것처럼
낡은 벽화로 가득한 이 동굴에서
나는 대개 경전을 읽거나
눈을 감고 면벽한다
月谷에는 자식들이 있다
그들은 나의 古國이다
스쳐가는 역마다 지푸라기 같은 사내들과
아이를 못 낳는 계집들과
핸드폰을 든 행자들이
티끌처럼 아우성을 친다
험준한 산악을 넘어 여기까지 오는 데만
예순 해가 더 걸렸다
月谷은 西에 있고
동쪽에서 살던 일을 다 잊지는 않았으나
月谷에 이르면 나는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곳은 발굴될 것이다
나는 고단한 낙타에게 물을 먹이고
해지는 풍경을 보고 싶었으나
주린 낙타는 고개를 높이 쳐들고 막무가내
사막의 풍진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경전을 덮고 月谷을 향하여
지금 미아역을 지난다고 문자를 날리는데
스크린 도어가 닫히고
언뜻언뜻 맞은 편 동굴 벽에
그림자 같은 내 모습이 지나간다
 
 
“의미 위주로 쓴 시라 읽기가 어려운 시다. ‘실크로드’는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가로지르는 먼 길이다. 경전을 구하고 비단을 팔러가고…. ‘실크로드’에 대입해서 장아찌를 가져다주는 길로 대입했다. 시의 내용을 보면 더 큰 제목이 나와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아찌를 가져다주는 일밖에 없는 ‘삶의 소소함’을 표현했다. 전철을 타면 사람들 표정이 ‘딱딱하다.’ 그 모습을 보면 절망을 느끼기도 하면서, ‘어떻게 따뜻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애들한텐 가져다준 장아찌를 검사해보니 그대로 있더라. ‘먹을 시간이 없다’고 안 먹는다. 나이를 먹으면서 생활일선에서 퇴장하고, 아이들에게 뭔가 전해주면서 쓴 시다. 아이들을 ‘고국’이라고 표현했다. ‘장아찌’를 ‘Jangajji’라고 쓴 건 이목을 끌어볼까 해서다.(웃음) 내 시에서 영어가 들어간 건 이게 처음이다. 이 시는 다른 시에 비해 감추고 상징화하고, 공을 들였다. 언어 속에서 배어나오게 하려고 애썼다. 시를 쓸 때는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출력해보고, 꼭 몇 번씩 낭송해본다. 읽는 데 방해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소나무숲에는
 
소나무숲에는 뭔가 있다
숨어서 밤 되기를 기다리는 누군가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렇게 은근할 수가 있는가
짐승처럼 가슴을 쓸어내리며
모두 돌아오라고, 돌아와 같이 살자고 외치는
소나무숲에는 누군가 있다
어디서나 보이라고, 먼 데서도 들으라고
소나부숲은 햇불처럼 타오르고
함성처럼 흔들린다
이 땅에서 나 죄없이 죽은 사람들과
다치고 서러운 혼들 모두 들어오라고
몸을 열어놓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바람 부는 날
저렇게 안 우는 것처럼 울겠는가
사람들은 살다 모두 소나무숲으로 갔으므로
새로 오는 아이들과 먼 조상들까지
거기서 다 만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밥 짓는 연기들은
거기 모였다가 서운하게 흩어진다
소나무숲에는 누군가 있다
저물어 불 켜는 마을을 내려다보며
아직 오지 않은 것들을 기다리는 누군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날마다
저렇게 먼 데만 바라보겠는가
 
 
“소나무는 고향을 상징하기도 하고, 우리나라 산천을 대표하는 말이기도 하다. 바람이 불 때 소나무숲에 가면, 우는 소리가 들린다. 큰 가지와 몸통이 흔들리면서 내는 소리가 들린다. 소나무는 참 위대하다. 쭉 올라가는 몸매, 사시푸른 어떤 것들, 그런 것들을 표현하려고 애썼다. 이 시에는 내 뜻이 충분히 들어갔지만 겹치는 부분이 있다.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어서 그냥 두었는데 <국수가 먹고 싶다>도 이런 경우다. 앞으로, ‘소나무’는 다른 각도로 더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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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에는 비애와 세계를 슬프게 보는 게 있다. 누가 나를 억압하거나, 또 먹고 살기가 힘든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를 생각해봤다. 청장년기를 지나고 노년기를 지나면서 ‘기’가 빠져서일까? 왜 그럴까? 복권이 안 맞아서 그렇지,(웃음) 누가 나를 억압하거나 흉보지 않는데 내 시에는 왜 비애가 흐를까? 그래서 세상과 맞붙어 보자고 결심했다. 언어라는 건 내가 불러내는 언어가 나를 끌고 가면 끌려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하는 말에 내가 따라갈 필요는 없다. 생을 튼튼하게, 여유있게, 씩씩하게 금요일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시의 방향을 잡아가려고 한다. 어차피 문학은 슬픈 거다. 기쁘면 안 나온다. 슬프고 좌절해야 나온다. 세상을 따뜻하고 넉넉하고 여유롭게 볼 생각이다.”
 
 
9월 리스팝 시낭송회에는 <그리움의 넓이>(창비시선)를 쓴 김주대 시인이 시 이야기를 들려준다. 9월 30일 오전 11시에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10월에는 송경동 시인을 만날 수 있다. 032)473-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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