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삼치구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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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삼치구이 어떠세요?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9.0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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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전동, 동인천 삼치골 <인천집>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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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질펀하게 수다를 떨고 싶다면?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까? 주머니 사정이 뻔한 직장인과 대학생들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만한 곳이 있다. 그날이 마침 비라도 내리는 날이라면 분위기도 최고다. 바로 동인천 삼치골목. 중구 전동, 삼치집이 길게 늘어진 골목에는 삼치집 열다섯 군데가 있다. 지금보다 젊은 시절, 이 골목을 찾았던 사람들은 가격과 맛에 이끌려 다시 갈 수밖에 없다. 이 골목의 명성을 익히 들었던 사람들이라면 삼치골목에 들어서면서부터 알맞게 구워지는 삼치냄새로 입맛을 다실 것이다. 이 골목에서 ‘정을 나누는’ 장사가 재밌다는 ‘인천집’ 사장님 김범년(55)씨를 만나 삼치집 이야기를 들어봤다.     


삼치는 밥하고 먹으면 '반찬', 술하고 먹으면 '안주'
“손님들은 대개 차를 갖고 다닌다. 무엇보다 주차장이 넓어야겠더라. 옆에 있는 ‘인하의 집’과 주차장을 함께 쓴다. 주차할 데가 난감한 현대인들이 좀 편하게 올 수 있도록 했다. 또 삼치값도 저렴한 데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식사도 푸짐하게 할 수 있다. 1만5천원짜리 삼치모듬구이에 알탕이나 찌개를 시키고, 공기밥을 시키면 대여섯명이 점심식사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김씨 말대로 삼치는 밥하고 먹으면 '반찬', 술하고 먹으면 '안주'다. 점심식사 하러 오는 손님들이 제법 많아 오전 11시 30분에 가게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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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방'으로 꾸며진 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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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 좋은 '인천집 코스',1만9천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방 인기 좋아
삼치집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창 사람이 많을 때는 가게 안이 ‘너무 시끄럽다.’ 손님들이 각자 테이블에서 떠들면 일행끼리조차 말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떠들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조용한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김씨는 이 문제를 해결했다. “밤 8시가 되면 엄청 시끄럽다. 서로 말하는 소리가 안 들려 얘기를 할 수가 없다. 둘다 충족시키기 위해 방을 따로 마련했다. 가게를 넓혀 전직 대통령 방을 만들었다. 친구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싶거나, 회사 부서별로 회식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 ‘전 노무현 대통령 방’이 인기 있다. 삼치골목에서 향수나 추억에 잠기는 것도 좋지만, 장사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가게를 고급화시켜야 한다.” 삼치골목의 명성은 일찍이 인천을 벗어난 지 오래다. 인터넷이 발달하고는 정보가 공유돼 멀리서도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


‘인천집 코스’ 메뉴 찾는 사람 많아
김씨는 12년 전에 우연히 가게를 인수했다. 그전에는 중국집을 오랫동안 운영했는데, 김씨 자신이 조리사 출신이다. 처음에 삼치 장사를 해보니 손님은 많지만 메뉴가 다양하지 않아 답답했다. 김씨는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해보는 자신의 성격을 삼치집에서 십분발휘했다. “예전에는 큰 삼치만 있었다. 뭔가 메뉴를 개발해야 할 것 같았다. 카레삼치, 치즈양념삼치, 양념삼치, 삼치조림, 삼치탕수육 등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만들었다. 특히 반+반 삼치(양념+일반)는 일반삼치에 비해 네 배 정도 많이 팔린다. ‘인천집 코스’(반반삼치+계란말이+파전) 메뉴는 1만9천원이고, 내놓은 지 3년 됐는데 인기가 엄청나다.” 김씨 자신이 조리사 출신이어서인지 음식 개발할 때 힌트를 얻는 일이 많다. “내가 직접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서 많이 알고 있고, 그걸 응용하고, 직접 할 줄 알아 장사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골목에서는 인천집, 인하의 집이 터줏대감이다. 우리는 40년 됐고, 인하의 집은 3년 먼저 있었으니까, 43년 정도 됐다. 12년 전에, 가게를 인수하고보니 시설이 많이 낙후돼 있었다. 그 모든 걸 막 뒤집었다. 음식점은 음식을 많이 팔면 되고, 어부는 고기를 많이 잡으면 되는 거다. 밖에서 본 만큼, 소문난 만큼 실속이 없더라. 내가 사먹으러 다닐 때랑 직접 운영할 때는 천지차이였다. 그때가 동인천역을 중심으로 원도심이 쇠락하던 때라, 장사가 사양길이더라. 하지만 이 골목에서 인천집과 인하의 집이 살아야 골목이 산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많이 바꾸고 노력했다. 덕분에 손님은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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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듬구이(삼치+고등어+꽁치+갈치+조기+가자미),1만5천원에 갖가지 생선구이를 맛볼 수 있다.
 
 
 

삼치집에서 주인공은 삼치와 막걸리
김씨는 직접 소스를 다 만든다. 음식맛이 일정하게 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치도 3년 전까지는 수입산 뉴질랜드산을 썼지만, 지금은 부산 인근해에서 잡는 삼치를 쓴다. 손님들 식성이 고급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맛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사실, 수입산과 맛이 많이 다르기도 하다. 예전에는 음식 양을 중시 여겼지만, 이제는 음식의 질로 승부해야 한다. 음식점에서 음식맛이 좋아야 하는 거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재료부터 조리까지 신경을 많이 쓴다. 그는 또 인천 막걸리에 대해 애정이 깊다. "삼치집에서 주인공은 '삼치와 막걸리'다. 우리는 가게 이름이 ‘인천집’인 만큼 인천막걸리 소성주를 많이 판다.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가게 자리는 소성주의 원조격인 대아막걸리를 숙성하던 곳이었다. 이런 집들이 모여 가좌동에 소성주를 만든 거라고 하더라. 인천에서 장사를 하면서 인천시에 세금을 내니까 소성주를 써야 할 것 같았다. 우리가 파는 막걸리의 98%가 소성주다.”


비 오는 날엔 길게 줄을 서야
“요즘에는 아파트에서 생선을 굽기가 어려워서 가족 단위로 많이 찾아온다. 주택구조상 생선을 구워먹을 수 없는 사람들이 여기에 와서 골고루 실컷 먹는다. 예전에는 8월이 비수기였는데,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그렇지도 않았다. 평일에는 늘 사람이 많고, 비 오는 날에는 줄을 서야 한다. 딱히 계절별로 손님이 많이 차이 나지는 않는다. 우리 가게는 정감이 있는 곳이다. 서민적이다. 그리고 고마운 건 손님들이 내 말을 잘 듣는다. 금연도 잘 지켜준다. 60% 남짓 단골손님이라 서비스가 나갈 일이 많은데, 손님들이 무척 반가워하면서 고마워한다. 정을 주고받으며 장사하는 게 적성에 맞는다. 여기에 있는 오래된 물건들은 내가 모으기도 하고, 손님들이 가져다주기도 한다. 집사람은 싫어하지만, 주워와서 닦으면 새것이 된다. 손님들은 쓸모없어진 물건을 처리해서 좋고, 나는 이렇게 실내장식을 할 수 있어 고맙다.”

김씨가 여유있는 마음으로 장사를 하는 데는 늘 함께하는 식구들 덕분이다. 아내는 물론이고, 아들 김준호(30)씨가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준다. 예전에도 가게에서 서빙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3년 전부터는 알아서 관리를 하고 있다.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도 많아 가게에 도움이 많이 된다. 김씨는 모든 걸 척척 알아서 하는 아들이 대견하다.


'4월 삼치는 한 배만 건지면 평양감사도 조카 같다'
‘4월 삼치는 한 배만 건지면 평양감사도 조카 같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삼치 맛이 좋아 비싸게 팔렸으며, 많이 잡히면 한 밑천 촉촉이 건지는 생선이라는 말이다. 삼치는 다른 생선에 비해 기름기가 없어, 구우면 솜 같아 푸석푸석 맛이 없다. 그래서 반은 굽고 반은 튀긴다. 좋은 식용유로 튀겨서 삼치맛이 촉촉하니 입안에서 부드럽다. 삼치 빼고는 모든 생선은 굽는다. 삼치는 10월 중순에 많이 잡힌다. 김씨는 몇 년 전부터는 부산 근해에서 잡히는 삼치를 쓴다. 3000박스가량을 소금에 재어놨다가 필요한 만큼 서울로 올라오고, 또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이삼백 박스를 인천으로 가져온다. 하루에 12박스 정도 작업해서 쓴다. 머리, 꼬리 잘라내서 ‘몽둥이 삼치’라고 했고, 인천에서만 썼다. 1년 쓸 재료를 한꺼번에 마련하니 가격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삼치가 비싼 생선이 아니니까 수입이 안 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수입업자들이 수입을 하지 않아 가격파동을 겪는다. 가격이 들쭉날쭉하면 소비자들이 가장 골탕 먹는다. 삼치가 예전에는 비싼 생선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비싸다. 어느 날, 고급생선이 됐다. 사실 고등어과 생선인데도 비린내가 나지 않으며, 회로 먹어도 부드럽고 구워먹어도 맛있다.


예전엔 시계 맡기고 먹는 사람도 많아
인천집을 찾는 손님은 20대부터 50대까지다. 특히 3,40대가 많다. “솔직히 장사하기 쉽다. 소득이 있는 30,40대가 오니까 비교적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사람들이다. 전직 대통령 방으로 꾸민 곳은 예약으로 운영하고, 하루에 한 팀으로 끝날 때가 많다. 퇴근 후 6,7시부터 10시까지 한 팀 정도 받는다. 가족이 예약하기도 한다. 우리는 홍보를 하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다. 괜히 홍보했다가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요샌 떼쓰는 사람도 없고 외상으로 먹는 사람도 없다. 예전에는 시계를 맡겨놓고 먹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샌 카드로 계산해서 장사는 편하지만 정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 받아놓은 시계가 아직 많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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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찬바람이 돌면 삼치골목이 더 바빠진다고 전했다. 추석 지나면 친구들끼리 직장 동료들끼리 많이 찾기 때문이다. “예전엔 막걸리 하면 삼치골목이었다. 술도 말통으로 받아다 썼다. 하지만 지금은 위생법이 강화돼 말통 술이 없어진 지 4년 정도 됐다. 술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경기가 좋지 않아 1차로 끝나는 사람이 많다. 예전에는 2차, 3차까지 갔는데 이제는 여기서 1차 하고 바로 집에 간다. 우리는 거의 1차 손님이라 골목이 조용하고, 손님들이 덜 취해서 매너가 좋다.” 그는 또 비 오는 시간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밤 11시가 넘어서 비가 오면 재미가 없고, 오전 10시부터 저녁까지 내리면 손님이 많다. 토, 일요일에 비 오면 ‘무섭다’며 활짝 웃었다. 받을 수 있는 손님은 정해졌는데 다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끔 친척들을 모시고 오는 손님들이 있다. 그럴 때는 자부심을 느끼면서, 내가 그 친척 손님을 대접하는 기분으로 대한다. 그 분들은 사람이 꽉 차 있는 곳에 와서 기분 좋아한다. 가끔 체인점을 내라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내가 약아질까봐 싫다. 사람이 너무 약아지면 사는 데 재미가 없을 것 같다. 그저 듬뿍듬뿍 주고, 손님들과 어울리면서  장사하는 게 좋다. 단골손님이 가게에 들어오면서 나랑 하이파이브하면 정말 기분 좋다. 단골손님이라 더 많이 주고 서비스를 내야 하지만, 그것도 무척 기분 좋은 일이다. 막걸리를 매개로 서로 쉽게 친해질 수 있다. 그런 손님들을 보면서 이 장사를 평생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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