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매몰비용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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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매몰비용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 박인규
  • 승인 2013.09.06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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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박인규 / 시민과대안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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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9일 인천시의회의 이도형 의원 등 5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한 ‘도시및주거환경정비조례 일부개정안’ 처리가 보류되었다.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진행하다 정비구역해제 등으로 사업이 중단될 경우 그 과정에 투입된 비용(매몰비용)의 처리방식을 둘러싸고 인천시와 인천시의회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개정 조례안이 입법예고된 이후 인천시가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고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매몰비용을 공적 기금(주거환경정비기금)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시의회가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매몰비용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것이 과연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일인지는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개정조례안에 따르면 추진위원회 업무를 위해서 사용한 비용 중 지출내역서 및 객관적인 증빙자료에 기초해 검증위원회가 검증한 금액의 70% 이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공동발의한 인천시의원들이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사항이 아니라 작년 2월에 개정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근거한 합법적인 것이다.

개정법에는 “‘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1/2 이상 2/3 이하의 범위에서 시·도 조례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동의 또는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로 추진위원회의 해산을 신청하는 경우’ 시장·군수는 추진위원회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며 “추진위원회 승인이 취소된 경우 시장·군수는 해당 추진위원회가 사용한 비용의 일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시·도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조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동법 시행령은 “비용의 보조 비율 및 보조 방법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시·도 조례로 정한다”고 규정하면서, 매몰비용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미 작년 9월에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추진위원회 단계의 매몰비용을 최대 70%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담은 조례를 개정했으며, 뒤이어 12월에는 경기도가 동일한 내용의 지원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처럼 인천시의회는 앞선 두 지방자치단체의 전례를 따라 뒤늦게 조례를 개정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개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다 발생한 손해를 공적 기금으로 보전해 주는 것은 혈세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조합 단계의 매몰비용 지원이 배제된 것과 비교하면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비사업의 성격을 보면 보다 명확해 진다. 정비사업은 토지등소유자가 자신의 자산을 출연해서 이루어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개인의 주거환경개선과 이익의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사업이지만, 근본적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국민들의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고 도시경관을 개선하고자 시작한 사업으로서 애초부터 공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등이 정비사업의 바람직한 추진을 위해서 공공관리제도를 언급하고 있는 것과 더불어 정비사업이 진행될 경우 주변의 기반시설 등도 함께 확충된다는 점에서도 정비사업이 갖고 있는 공공적 성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경기호황 시 지방자치단체가 정비구역 지정을 남발하여 오늘날의 문제를 유발한 책임 또한 크다는 점에서 모든 책임을 주민들에게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물론 주택을 주거가 아닌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삼아온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이 문제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정책적으로 부추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업성이 떨어져 정비사업이 난관에 부딪힌 정비구역 주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비구역의 존치냐 해제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주민들 간의 갈등으로 이미 충분히 고통을 받아왔고 매몰비용 분담에 대한 일부 책임 또한 불가피하기에 나날이 불어나고 있는 매몰비용의 부담을 하루빨리 경감시켜 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조합단계의 매몰비용은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추진위원회 단계의 매몰비용이나 조합 단계의 매몰비용은 본질적으로 같은 성격의 비용이라 추진위원회 단계의 매몰비용만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조합 단계의 매몰비용은 추진위원회 단계의 매몰비용 보다 그 규모가 훨씬 커서 문제의 폭발력 또한 크기 때문에 조합 단계의 매몰비용 처리가 오히려 시급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추진위원회 단계의 매몰비용이 대략 254억원에서 420억원으로 추정되는 것에 비해 조합 단계의 매몰비용은 최대 3,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 현재 인천시의 재정 형편으로 이 모든 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매몰비용 문제의 해결이 정부의 지원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여러 국회의원들이 조합 단계의 매몰비용을 포함한 중앙정부의 지원을 담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으며, 또한 건설사가 조합 등에 대한 채권을 포기하는 경우 법인세를 감면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지원방안을 담은 법률개정안이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난관에 부딪혀 있다. 따라서 인천시의원들의 발의 취지에 맞게 중앙정부의 지원만을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근거를 마련하면서 문제 해결을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재원 부족으로 인한 집행의 어려움과 사업 자체의 필요성은 별개의 문제다. 사업 자체가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지 예산상의 문제라면 사업의 우선 순위를 조정하면 되는 일이다. 정비사업의 공공적 성격으로 인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매몰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면 당장의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다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의 재원으로 매몰비용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엄청난 제원이 소요되는 조합 단계의 매몰비용은 시간을 두고 중앙정부와의 교섭을 통해 해결해 나가도록 하되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추진위원회 단계의 매몰비용부터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인천시가 이미 저층 주거지 관리 선도사업과 병행해서 도시및주거환경정비기금을 지속적으로 적립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선 정비기금의 확충과 이를 통한 추진위원회 단계의 매몰비용 지원이 조례 개정을 통해서 그 지원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리고 조례 개정 후 매몰비용의 산정 과정에서 추진위원회가 사용한 비용에 대한 검증을 철저하게 시행하여 시민의 혈세가 한 푼이라도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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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kdcks 2013-09-07 06:03:59
남구의 어느 재건축조합은 추진위원회 당시 추진위원회 임원들의 부정행위을 문제 삼고 있고
조합에서는 조합원들에게 매몰비용의 부담을 운운하며 협박을 하고 있는 상황.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조례등을 통해 중앙정부나 시에서 매몰비를 지원 하여서는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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