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시대, 궁핍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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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시대, 궁핍의 시대
  • 황명숙
  • 승인 2013.09.17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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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황명숙 /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인천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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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풍요의 시대에 살면서도, 만족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같다. GNP가 낮았던 20세기 보다도 여유를 잃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취업 시즌이 되면서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기위해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를 희망할 것이다. 경제 성장률이 높았던 1970-1980년대에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독립 생계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많았다. 대학을 졸업하면 중산층 생활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시골에서 땅을 팔고 소를 팔아서도 자녀를 대학교육을 시킬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지금, 2013년의 나라 밖 상황이나 국내의 상황이 대졸 청년들이 원하는 만큼의 좋은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세상이 많이 변한 것이다. 20-30대의 젊은이들이 경제적 신분 상승이 어렵다고 판단한 비율이 다른 세대보다도 월등히 높게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분명 지금의 기성세대보다도 풍요 속에 산 세대이다.
지금의 기성세대는 궁핍과 결핍을 몸으로 체득하면서 인내와 지혜를 학습하고 가난을 극복한 세대이다. 의식주 생활이 넉넉한 것은 고사하고 물자가 늘 부족했기 때문에 삶의 지혜를 가지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다.
우리가 어릴 때는 주택이 부족해서 주거환경이 좋지 못한 가옥에서 살았다. 지금은 전국에 있는 수만 가구의 미분양 아파트가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미분양 문제는 주택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 보다는 가벼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도 일자리의 질이 문제이지 본질적으로 일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정이 탄탄한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직난과 구인난이 같이 공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절박한 마음은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가 있다. 학자금 대출을 많이 받아서 빚이 많은데 취업이 되지 않아 상환을 못해서 신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현실에 처해 있다면 우선 어떤 일이든 닥치는 데로 열심히 일을 해서 조금이라도 빚을 갚아 나가면 현실의 어려움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을 것이다. 오늘을 100% 집중을 해서 살아가면 그 집중하고 성실했던 시간들이 모여서 미래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100% 좋은 미래에 도달할 것이다.
한 때 밑바닥 생활을 한 독일 백작 저널리스트인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의 가훈은 “현재를 즐겨라”이다. 그의 말을 빌리면 “나의 최대의 럭셔리는 현재의 순간을 정말 제대로 즐기며 사는 것이다.” 라고 했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면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시간이 없다.
돈이 넉넉하지 않다하더라도 마음이나 생각까지 여유가 없을 필요는 없다. 현실이 좋지 못해도 의연하고 우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고상하고 품위있는 생활이 물질의 넉넉함에 있지는 않다. 늘 품위와 고상함과 유머를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는 부유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교훈을 얻자면, 수많은 패배와 굴욕을 당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헝가리와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나라에서 한순간에 쇠락했음에도 자부심을 유지하고 있는 영국의 남다른 도량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현재에 충실하고 그래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현실을 받아들이고 궁핍 조차도 승화시킬 수 있는 품위와 참 지혜를 갖추는 것이 진정한 부유함을 누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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