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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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의 의미
  • 박영일
  • 승인 2010.05.18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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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박영일 교수 (인하대 / 국제통상학부)

   지난 14일 6·2 지방선거의 후보 등록이 끝남으로써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다. 지방자치는 자기지배, 자기통치라는 민주주의의 이념과 원리를 일상생활 차원으로 끌어내려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훈련하는 장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국민의 정치적 참여에 있다. 대의제민주주의 하에서 참여의 제일차적 임무가 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유권자에게 평등하게 보장된 투표행위다. 투표는 민주시민의 신성한 권리임과 동시에 의무다.  
  
   그렇다고 단순히 투표만 하면 다가 아니다. 선거의 의미를 진지하게 음미하여 투표권을 올바르게 행사해야 한다. 유권자가 공공적 이성을 저버리고 파당적 이해에 얽매이는 것은 진정한 참여가 아니다. 그것은 동원되는 것에 불과하다. 주인이 아니라, 꼭두각시다. 현실의 대의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부패와 정치인의 독선에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권자의 높은 지성과 도덕성이 요청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6·2 선거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인천여성연대가 주관하는 10대 인천여성정책 발표 기자회견이
지난 10일 인천시청 본관 앞에서 열렸다.
이날 인천여성연대는 여성유권자 1000명이 선택한
여성정책을 발표하고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지방자치의 본령, 토호부패 세력의 척결을 통한 주민의 삶 질 향상
   
   지방자치의 본령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  지역주민이 사람답게 살고 사람 노릇을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복지, 즉 의료·보건, 출산·보육, 교육, 고용·일자리, 연금, 주택을 효과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중심은 ‘개발’이 아니라, ‘복지’다. ‘경제’가 아니라, ‘생활’이다. 물질, 돈이 아니라, 사람을 중시해야 한다. 지역은 경제활동의 공간이기 이전에 주민이 행복하게 살아갈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지역을 개발하여 소득을 얻고 부를 쌓기 위한 사업·취업기회를 늘리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주민이 사람다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물적 토대를 얻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한국의 지방자치는 실시한지 15년이 지났지만, 지역개발이라는 겉치레 성장에만 치중하여 생활환경이나 삶의 조건을 도외시해 왔다. 지방자치하면 주민 부재의 토호비리부패세력의 유착구조가 연상된다. 그래서 지방자치에 의문이 제기되고, 심지어는 지방자치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제 폐단의 핵심에 지역 개발과 성장을 빙자한 토목·개발 사업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개발논리다. 
  
    대규모 토목사업은 지역경제의 양적 성장을 가시화하는 데 용이하다. 동시에 막대한 개발이익과 투기차익이 발생한다. 그래서 개발논리가 매혹적이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서는 이권의 배분을 둘러싼 지방토호세력, 건설업자, 부동산투기꾼, 지방정치권력, 검찰 등 국가권력기관, 이를 감시할 지방언론이 유착하여 먹이사슬을 형성한다. 그들이 지방권력을 장악하여 주민들의 주인노릇을 훼방 놓고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을 조장한다. 그 결과가 형해만 남은 이름뿐인 지방자치가 돼버렸다. 토호부패세력을 심판해야 할 지방선거가 오히려 유착구조를 더욱 고착화되고 확대 재생산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공천을 둘러싸고 오가는 돈뭉치, 막대한 불법 선거비용, 끊임없이 제기되는 지방정부·의회의 비리와 부패를 보시라.  
  
    그 폐해는 모조리 지역주민의 몫이다. 지방자치의 혜택은커녕 부담만 지게 되었다. 지방정부의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주민복지나 편의시설공급이 그 만큼 줄어든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현재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재정부채의 거의 대부분이 그 효과조차 의심스러운 무분별한 건설사업, 전시성 행정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

   선거는 기본적으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여당에 대한 평가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오는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 실적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중앙정부의 권한이 막강하여 지방자치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업무배분이나 재정에 있어서도 자치권이나 재량권이 대단히 낮다. 지방자치의 암적 존재인 토호부패세력의 척결도 결국 중앙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년 반 동안에 일부 특권층을 제외한 대다수 보통사람의 삶과 사회는 황폐화되었다. 수많은 국민의 투쟁과 희생으로 쟁취한 민주주의와 인권이 유린되고 화해와 평화를 향하던 남북관계가 적대와 대결의 냉전시절로 회귀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약했으나 1%의 상위특권층만을 챙기는 정책으로 일자리와 복지서비스가 줄어들고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됐다. 거짓이 판을 치고 돈만 된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졸부근성으로 인간사회의 기본조건인 도덕과 원칙, 신뢰가 무너졌다. 법 집행이 자의적·불법적이어 법  질서까지 무너지고 있다. 금수강산도 신음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하는지도 모르는 4대강 사업으로 민족의 생명의 원천이자 문화의 원천이 망가지고 있다.

   인천의 지역문제 

   냉전체제 하에서 인천은 동북아경제권의 중심에 위치하는 항구도시로서 자주적이고 균형 있는 도시발전 기회를 갖지 못했다. 대신에 수도권의 임해공업단지, 서울의 위성도시로 발전했다. 그 결과, 생산지표상으로는 우등생이지만, 생활지표상으로는 열등생이다. 양적으로 급격하게 팽창했지만, 생활공간으로서 매력은 없다. 전형적으로 삶의 질을 소홀히 한 채 양적 확대에만 치중한 한국경제의 불균형발전의 상징 도시가 됐다. 그리하여 지역의 높은 생산력이 인천시민의 소득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고 서울로 유출돼 버리고, 생산과정에서 야기된 공해, 환경파괴, 과밀, 소음 등 사회적 비용만 막대하다. 각종 지표들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인천시민의 삶의 질이나 생활·문화 환경은 다른 광역도시권은 말할 필요조차 없고 중소도시보다도 열악한 형편이다. 인천시민이 인천에 애착과 긍지를 갖지 못하고 시민의식, 주인의식이 결여된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도시발전에 대한 발상도 전환해야 한다. 쾌적한 생활·문화환경, 시민의 정체성, 높은 소득기회라는 3가지 요소가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 모든 인천시민의 삶터로서 시민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사회문화공간,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장문화공간, 시민이 지역의 정치권력을 주도하고 동원하여 주체적인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정치문화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수년 간 인천은 대규모 토목건설사업의 메카였다. 송도·청라·영종지구의 경제자유구역 지정, 인천대교 개통, 인천세계도시축전,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 등으로 관련 사업에서부터 신도시, 도심 도처의 재개발에 이르기까지 도시전체가 감히 공사판이라 할 정도로 건설 붐이다. 초고층아파트가 올라가고 전국의 투기꾼이 몰려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돈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에 비례해서 시민의 삶은 팍팍하다. 구시가지에 거주하는 서민들의 주거환경은 말이 아니다. 복지혜택도 크게 줄어들었다. 프레시안이 집계한 바에 의하면, 2009년도 인천의 주민1인당 편의시설지출액은 64만원에 불과하다. 서울(192만원)의 3분의 1, 산업도시 울산을 제외한 광역시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에 2003년 이후 지방정부의 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2009년 말 현재 주민1인당 총부채는 74만원에 달해 서울의 3배 이상이다. 개발논리에 편승한 전시성 행정, 외화내빈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다.   
  
    인천이 남북협력의 길목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사실 인천지역에 굵직굵직한 국책사업이 유치돼 지역경제가 타 광역시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활발한 것은 냉전구조가 해체되고 중국과의 교류, 남북협력이 본격화된 때문이다. 인천이 동북아의 교통, 물류 중심도시로 부상한 때문이다. 사실 남북관계의 화해와 협력, 교류 확대는 인천발전에 불가결한 조건이다. 역사가 입증하듯이 남북협력이 없는 인천의 발전은 서울에의 종속을 심화시킨다. 도시는 팽창하도라도 또 다시 정주생활공간, 문화공간으로서 기능을 훼손될 것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대북적대정책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방정부 차원에서라도 남북협력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오는 지방선거는 지난 4년의 지방자치, 2년 반의 이명박 정부를 심판함과 동시에 인천이 경제적 매력뿐만 아니라, 생활적 매력, 문화적 매력, 사회적 매력, 정치적 매력, 자연적 매력이 넘치는 삶의 터전, 평화의 도시, 통일의 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는 비전과 정책역량, 추진할 수 있는 의지를 지닌 정치세력을 만들어내는데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투표는 최선이 아니라, 최악을 피한다는 생각으로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에 임하도록 하자.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시국 미사를 마친
사제와 수도자를 비롯해 신자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대형 현수막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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