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공학인들의 든든한 지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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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이·공학인들의 든든한 지원군
  • 이예원 대학생기자단
  • 승인 2013.10.1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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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 한국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 인천지부 센터장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남성의 것이라고 여겨져 왔던 이공계 분야에서도 여성들의 활약이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변화를 위해 노력해온 인하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이자, 한국여성과학 기술인지원센터(WISET) 인천지부 센터장인 최순자 교수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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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인천지부 센터장  

최순자 교수(인하대 화학공학과 전임교수)는 오랜 기간 동안 이공계 여성인력 양성에 힘써왔다. WISET(Women Into Science and Engineering Technology)이라는 프로그램이 최 교수의 대표적인 이공계 여성인력 양성사업이다. 그의 WISET 프로그램은 인천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 이공계 여성인력 양성에 힘쓰게 된 계기는? 여성 공학인으로써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겪은것은 아니신가요.
 
△ 제가 취직을 했어야 하는 당시는 훨씬 더 남성 지배적인 사회였어요. 원래 하고자 했던 일은 철학이나 심리학, 기자 이런 쪽이었는데, 특히 기자 같은 경우는 전부 다 남자로만 구성되어있어서 그 쪽 진로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던 중, 현재의 SK석유화학 회사에 당시에 여자 부장님이 계시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고 그를 계기로 공과대학으로 진학했죠.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졸업 후 취직하려고 보니까 기업에서는 이력서를 받아 주지조차 않는 거예요. 당시에는 공대에 여학생이 있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어요. 제가 학교 다니던 당시만 해도 전교 통틀어 여학생이 4명밖에 없었으니까요. 
공대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회사에 들어가 여성 엔지니어가 되어야겠다고 한 꿈은 결국 펼치지 못 한 거죠. 때문에 저는 평소 제 자신이 ‘개천에서 난 용’ 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지요. 그래서 젊어서부터 항상 마음속의 빚이 제가 이룩한 그 무엇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것이 바로 후손을 위한 교육이라고 생각했지요. 마침 그 교육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지면서 열정을 가지고 올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WISET이 있는데, 그 밖에 진행하고 계신 다른 프로그램은?
 
△ 요즘은 WISET뿐만 아니라, 교육기부 활동도 하고 있어요. 예전엔 공대를 졸업하면 준교사 자격증이라고 해서 교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줬었어요. 그래서, 시험을 보고 교사가 돼서 중학교에 10개월 정도 있다가 부천공고로 가서 3년 반 정도 있었어요. 제가 살아온 여정 중에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쳤던 그런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중고등학생 애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아요.
그 일환으로 지금 ‘Edu Aid INHA' 라는 순수 교육기부단을 결성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공대 및 IT공대 교수님 30여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40여명으로 늘었어요. 인천시내 중고등학교를 방문하면서 학생들의 인성과 적성, 또는 진로 선택에 대한 특강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학생을 중점적으로, 학교폭력이나 가출, 왕따 등을 줄이고 학교생활을 즐기게 하려는 인성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요즘은 인문사회계열 교수님들도 진로지도를 위하여 협조를 해 주시어 이 사업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목적은 단순한 인하대 홍보가 아니라, 정말로 중고등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교육을 해주는 것이에요.
 
 
- WISET은 전국적으로 지역 사업단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천은 교육적 측면에서 타 지역에 비해 ‘공부를 잘하는 지역이다.’라는 인식은 부족한데 WISET에서 인천지역의 성과는 어느 정도 인가요?
 
△ 예, 전국의 16개 사업단 중에 하나입니다. 16개 사업단이 다 평가를 받는데, 최우수는 아니더라도 우수는 받아요. 좋은 성과를 이룩하고 지원금도 더 받아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저 스스로는 전국의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지요. 2007년 당시에는 우리나라가 전국적으로 이공계 여학생 수가 가장 낮은 해였어요. 인천은 전국 평균보다도 더 낮았죠. 그 때 정부도 이공계 분야에 학생들을 유치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전국적으로 이공계 학생 수가 증가했는데 인천은 더 많이 증가했어요. 그래서 이공계 분야 학생수가 인천이 전국 평균보다 4~5% 정도 더 높아요. 이러한 성과로 보았을 때, 인천시의 성과가 좋다고 보고 있어요.  WISET이 10년이 되면서, 이제는 여학생만이 아니라 인천시의 우수 남학생을 이공계에 유치하려는 노력, 더 나아가 인천시의 공교육 교육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업을 할 때에, 그 사업을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당사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그램이 끝나면 다 같이 모여 장단점을 얘기해 보고, 당사자들이 말한 문제점들을 수용하고 다음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등의 피드백 과정을 굉장히 중요시 합니다. 아무리 내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도 나 혼자서는 작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느끼기 위해선 이런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도. 이러한 과정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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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ET 인천지역사업단의 활동으로 인한 인천지역 이과 여학생수의 증가
 
 
- 그렇다면, 그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면서 겪으신 어려움이나 문제점이 있으신가요?
 
△ 어려움이란 결국 예산 문제이지요. 교육은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입니다. 즉 직접 만나고 스킨십이 필요하지요. 이를 위하여 많은 사람이 움직여야하고, 그러기 위하여 예산이 필요하지요. 다행히, 인천 WISET사업단은 국가의 지원 이외에 지역사회에서 인하대, 인천시, 생산기술연구원, 극지연구소, 행양기술연구원 등의 경제적 지원이 있습니다만,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 혹시 그에 대해서 인천시 차원에서 지원해주었으면 하시는 부분은 있으신가요?
 
△ 지난해부터 인천시에서 연 4천만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미래란 교육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인천시는 물론 각 구청에서 구청 구민의 자녀를 위한 교육사업에 좀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 인천지역에 있는 여고를 순방하며 강연도 하시는데, 특별히 느끼신 점은?
 
△ 교육 기부 활동에 많은 학생을 만나지요. 지난 5-6월에는 고등학교 4곳, 중학교 20곳을 다니며 진로/인성에 대한 특강을 했습니다. 고등학생보다는 중학생이 더 기억에 남는 학생이 많으며, 저는 중학생에게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중학생은 본인의 진로에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중요한 시기를 사회도, 학교도, 부모님도 방치하고 있다고 봐요. 제가 접한 학생 중 제게 이메일을 보내 그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상담하는 학생을 접하면서 중학생에게 이 교육기부를 더 올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학교 선생님들도 노력을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강연을 하다보면 학교 시설은 좋은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찬 바닥에 그냥 앉힌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요. 선생님들이 조금만 신경을 써 주시면 학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강연을 들을 수 있을 텐데, 사실 누가 강연을 하는지 보다는 어떻게 강연을 하고 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지 못한 환경에서는 어떤 강연도 잘 들어오지 않으니까요.
 
 
- 요즘 여학생들을 보시면서 과거와 비교해 발전했다거나 하는 차이를 느끼실 때도 있으셨나요?
 
△ 많이 발전했지요. 예전에는 영어 회화와 같은 능력을 학생 때 갖추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어요. 요즘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이른 나이에 그런 능력을 쌓을 수 있으니 환경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죠. 더불어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많은 것도 발전된 점이라고 할 수 있죠. 근데 그 많은 정보를 알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아요. 정보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런 부분에서 발전이 있지만, 사회와 사람 모두 진보하고 발전하고 있으므로 여학생도 더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하여 본인은 물론, 가정, 학교, 사회가 모두 교육이라는 한 틀에 맞는 조화로운 협조가 필요합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보다 보면, 1~2학년 여학생들은 또랑또랑 한 모습이 있는데 3~4학년이 되면 남학생들한테 기가 눌려서 쳐져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어요. 남학생들은 군대를 다녀오면서 성장하는데 그에 반해 여학생들은 협동심이나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하죠. 이런 부분이 사회로 진출할 때에 걸림돌이 되는 거에요. 남학생들에 비해 부족한 점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여학생들은 이런 점들을 다른 활동들을 통해 보완해야 해요, WISET멘토단에서는 여학생들에게 이런 부분을 스스로 깨우치게 하고 있어요. 실제로 스스로 느끼고 노력하는 모습도 볼 수 있지요.
 
 
- 이같은 프로그램들을 통해 이공계 여성인력 양성 측면에서 이룩하고자 하는 교수님만의 목표가 있으신가요?
 
△ 우리사회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교육 역사도 짧고, 남성의 군대 경험, 그리고 결혼하면 여성에게 가정사에 대한 책임이 더 주어지는 문화라 사회에 진출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취약점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사회는 여성이라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과 같은 한 개체로서의 활용을 요구하고 있지요. 그러므로 이와 같은 취약점을 극복하고 남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생활하기 위해서는 여성 자신의 노력은 물론 사회의 지속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사회의 지속적 노력에 제가 하는 사업이 시스템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후에 WISE나 WISET을 했던 친구들이 사회의 일원이 되고, 우수한 인재로 살아 남는다면 뿌듯할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교수님을 통해 밝은 미래를 보고 있는 여성 공학인들에게 한 말씀한신다면...
 
△ 요즈음 대학교에는 많은 성공한 분들이 오셔서 CEO특강도 하는 등 많은 정보를 주며, 학생들의 미래 설계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 정보가 범람하다보니 학생들이 이를 소홀히 여기며 얻은 정보를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다음을 당부하고 싶군요.
첫째, 대학생활에서 얻는 정보를 동원하여 장기적 인생설계를 하기 바랍니다. 둘째, 여성에게 취약한 사회적응력, 협동심, 조직적응력 등을 얻기 바랍니다. 셋째, 여성이 이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그 중요도를 인식하고 사회의 일원이 되어 주기 바랍니다. 넷째, 지금 세계는 여성의 활약이 대단해지고 있습니다. 그 활약에 한국의 여성도 동참하는 인재로 육성되기 바랍니다. 공학인은 학교 다닐 때 수학이나 과학을 잘했는데, 그 과목들은 논리적인 과목이기 때문에 자기 전공에만 치우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러지 말고 폭 넓게 많은 것을 배우면서 공대생은 단순하다는 편견을 깰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과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질문에 답하며, 최순자 교수는 요즘 공학인들은 자신의 전공분야로만 진출하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단순히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고, 어디서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면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또한 논리적인 과목을 공부하기 때문에, 논리성이 지나치다 보면 그것이 고집이 되고 자기 생각만 주장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포용력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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