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를 지키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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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터를 지키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 진달래
  • 승인 2013.10.2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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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진달래 / 인천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경제추진분과 위원장


9월부터 한 대학의 사회학과 석사과정에 등록한 뒤에, 그 이전의 한가로움을 한껏 태워버리기라도 할 듯 12학점과 서너개의 세미나를 소화해가며 산 지도 벌써 한달 반이 되었다. 삘삘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하지만 역시 초등학교때부터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앉은 것도 익숙하고 참 즐거운 일이다. 졸업 후 일 년이 지나 다시 돌아온학교는 그때만큼 지루하지만, 새로이 잡게 된 책들은 지루하지 않고 절박하다. 혼자 앉아 책을 읽으며 실실 웃는 내 모습을 보면 누구든 의아히 생각하리라.

 

하지만 이 평화는 내가 우연히 가질 수 있었던 특권일 뿐이다. 조금만발을 딛어 나가면 바로 전쟁터가 나온다. 밀양에서는 송전탑을 둘러싸고 7,8년째 대립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 양상은 2013년에들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한전과 정부는 밀양 송전탑을 밀어붙여 이미 수백 개를 쌓아올린 765kV 송전탑을 연결하려 하지만, 송전탑으로 인해 삶터를 잃게되는 주민들은 공감하는 사람들의 힘을 얻어 계속해서 저항하고 있다. 정부가 필요하면 사람들을 돈을 주어걷어내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 폭이 100m나 되는송전탑이 ‘선’적인 사업이라는 이유로 부지를 매입하지 않고보상금만 지급하면 된다는 생각들이 그 계획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누가 살던 곳에서 그리 쉽게 나올수 있으며, 뿌리를 둔 논밭을 돈 몇푼에 포기할 수 있을까? 그들중 많은 수를 차지하는 60,70대 노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든 가서 뭐든 먹을 수 있는 몇푼 안되는돈이 아니라, 인생을 바쳐 일구고 친족과 이웃들이 함께 살아온 마을과 생활터를 지키는 것이 아닐까?

 

그 비슷한 일은 안타깝게도 요새 인천 서구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SK인천석유화학공장에 ‘파라자일렌’이라는 약품을 만드는 공장이 증설공사를 시작한다는 소식이다. 이 공장 부지는 가까이는 신현동, 가정동에 붙어 있고 조금 가서는청라지구, 그리고 연희동과 심곡동 등 서구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에 아주 가깝게 붙어 있다. 누출시 폭발하거나 인근 마을에 퍼져 심각한 인명피해를 끼칠 수 있는 유독물질 공장을 인구가 가장 많은 곳에설치한다는 사실에 많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으며, 이미 인천 서구의 학모들을 중심으로 반대운동이 결성되어진행되고 있다. 절차적 확인 조차 제대로 밟지 않고 진행된 이 공사에 대해서 공장 측에서는 사유지에 사유공장을 (최대한 안전하게)건설하는 것이 왜 나쁘냐는 입장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사고 이전까지 안전하다고 믿었던 것처럼, 정말만일의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인천에서 우리의 삶터는 대체 어떤 곳일까.방사능 누출로 반경 20km 안의 거주민들이 대피했다는 후쿠시마 발전소 근방마저도 여전히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인천 사람들이라고 안 그럴까. 2002년부터 끊임없는 토목공사를 통해 간척한 수많은 땅에 건물을 짓거나, 팔거나, 물길을 내거나, 공장을유치하거나 해왔지만 번 돈보다 잃은 돈이 더 많았다. 갯벌매립과 토목공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인천시는 인구증가가 계속됨을 기뻐한다.

 

만들어 놓고 쓸 수조차 없었던 월미은하레일의 뒷처리, 2량밖에 운행하지못하는 인천 지하철 2호선(한번 운행에 206명까지만 탈수 있다)의 눈에 뻔히 보이는 적자, 인천 아시안게임경기장의 사후 처리와 운영에서 겪을 어려움들. 연륙교 건설도 기약없이 수년째 연장돼도 답이 안보여 분통 터뜨리는 아파트 입주민들. 인천 시민들은 단지 인천에 산다는이유만으로 다른 고장에서는 겪지 않았을 생활의 어려움, 불안을 겪고 있다. 그리고 다같이 갚아야 할 거대한인천의 빚을 떠안고 있다. 

인천 땅 안에서의 업을 함께 짊어지고 살아가려 애쓰는 인천시민, 인천 그 자체인 시민들을 더 사랑하고 그들의 마음으로, 돈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는 마음으로 위정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세계를 좀더 바로 보고 싶어 선택한 이 길은 오히려 세상 밖에서 세상을 이야기하는 텍스트로 가득 차 있다. 나는 가끔 내가 딛고 서 있는 이 가을이 실제가 아닌 환상은 아닌지 두렵다.하지만 밖에서 자신의 삶터를 지키기 위하여 더 힘들게 사는 분들을 생각하며, 또 우리의삶터를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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