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의 메카, '씨름마을' 인천이 유력한 후보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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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의 메카, '씨름마을' 인천이 유력한 후보지로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3.10.21 0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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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사람] 박귀현 씨름마을 건립추진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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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마을 건립 추진위원회 박귀현 부위원장

제94회 전국체전의 개막을 앞두고 씨름계로부터 낭보가 들려왔다. 씨름계가 씨름을 다시 국민스포츠로 부흥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씨름마을’ 조성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씨름마을의 위치로 인천 송도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씨름마을은 침체된 씨름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한 구심점으로서 마련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씨름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세우고, 씨름의 세계화와 더불어 국제적인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를 갖고 2012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씨름마을이 조성된다면 전통무도를 위한 전용공간 조성사업으로는 두 번째에 해당한다. 첫 번째는 태권도를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키워보자는 취지로 전라북도 무주에 231만4천 평방미터 조성되고 있는 ‘태권도원’ 사업이다.

이에 ‘씨름마을 건립 추진위원회’ 박귀현 부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진행상황을 들어보았다. 이야기는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몰락의 길을 걸어야만 했던 씨름계에 대한 것으로 시작됐다.

“씨름이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게 된 이유는 씨름인들의 반목과 분열과 IMF라는 내우외환을 겪으면서다. 씨름이 한창 인기를 누리면서 프로씨름단은 8개에 이르렀고 KBS는 독점중계하며 연 12억원을 씨름단체에 중계료로 지급할 정도였다. 돈이 모이는 곳에 늘 부패라는 그림자가 드리우기 마련이다.”

“사실, 이미 90년대로 접어들면서 씨름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있었다.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바로 씨름판에서 기술씨름이 사라지고 체중씨름이 주류를 이루면서다. 화려한 씨름기술에 열광하던 대중은 지루한 체중씨름에 등을 돌리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대중은 이종격투기라는 새로운 종목의 등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씨름계는 이러한 환경변화를 제대로 인지하고 적응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IMF가 터졌고, 기업들이 긴축 경영을 펼치면서 프로씨름단을 해체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씨름 조직간 분쟁까지 발생해 씨름은 회복이 어려운 지경까지 몰락해버렸다.”

당시 씨름판의 대표적인 스타 이만기 교수(인제대)가 한국씨름연맹으로부터 영구 제명되는 징계를 받았는가 하면 ‘모래판의 황태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이태현 선수는 이종격투기로 전향했으나 참패를 겪고 무대를 떠나야 했다. 이런 모습은 당시 씨름계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프로씨름의 해체는 곧 선수층의 붕괴로 이어졌다. 강호동 이후 씨름스타들에 대한 기억은 대중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씨름인들은 이대로 씨름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민속놀이로 남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학웅의 씨름이야기』(민속원)라는 책을 낸 김학웅 한국민속씨름연맹 전 사무총장, 대한씨름협회 박승한 회장과 성석윤 사무국장, 이만기 교수 등, 많은 씨름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씨름을 어떻게 다시 살릴 것인가를 고민했다. 우선, 씨름계를 이어갈 후진 양성이 시급한 문제였다. 그래서 당시 인천대학교 씨름부를 이끌고 있던 성석윤 사무국장 등이 나서서 전국 20여개 팀과 약 400명의 선수가 활동하고 있던 대학 씨름부를 중심으로 한국대학씨름연맹을 설립했다. 이런 노력들이 조금씩 결실을 맺기 시작하면서 2011년에는 씨름진흥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기도 했다.”

씨름인들, 전용경기장 만들자 한 목소리

씨름진흥법은 2011년 8월에 발의돼, 그해 12월 말에 국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2년 4월부터 씨름진흥법이 시행됐다. 이때부터 매년 음력 5월 5일인 ‘단오’를 ‘씨름의 날’로 정했다. 씨름진흥법이 마련되고, 씨름을 부흥시키기 위해 전용경기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야구나 축구, 농구 등 많은 스포츠 종목이 모두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다. 또, 이들 종목은 많은 인기를 누리면서 전용 경기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 민족의 고유한 운동경기인 씨름은 단 한 번도 전용경기장을 가진 적이 없다. 뭔가 구심점을 갖기 위해서도 전용 경기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전용 경기장에 대한 논의는 결국 ‘씨름마을’을 조성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2012년 무렵, 대한씨름협회는 ‘씨름마을 건립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이를 위해 다양한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연구하며 원대한 구상을 해나갔다. 그러자 이 소식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씨름마을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가열되기 시작했다. 

박귀현 부위원장은 성석윤 사무국장과 함께 문턱이 닳도록 문화체육광광부를 드나들며 씨름마을을 인천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부지 확보가 관건이었다. 마침 인천 연수구의 고남석 구청장이 나서서 부지 마련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현재 송도9공구에 해당하는 송도동 300번지에 약 2만평 규모의 부지를 찾았다.

“이곳은 인근에 제2, 제3 경인고속도로와 인천대교가 있어 진출입이 편리하다. 또, 가깝게 인천국제공항과 국제여객부두가 위치해 있어 국내외 관광객 유치도 용이한 장점이 있다. 이는 씨름을 국가 대표 브랜드로 키우고 세계화하겠다는 씨름마을의 취지와도 부합한다.”

씨름, 우리나라만 즐기는 운동 아니야

씨름마을 추진과 더불어 씨름의 활성화와 세계화 등을 위한 노력도 꾸준히 진행됐다. 일본의 스모는 씨름을 관광 브랜드로 개발하기 위한 좋은 선례라고 한다. 하지만 씨름이 가진 잠재력은 스모보다도 월등하다는 것이 박귀현 부위원장의 설명이다. 

“씨름의 국제적인 교류를 활성화하고 세계 씨름의 종주국의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국제적인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스모가 좋은 선례로 꼽히지만, 씨름은 스모보다도 훨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모 선수들은 대부분 비만체형이고, 그래서 수명도 짧은 편이다. 건강을 무시한 스모의 이런 특성상, 스모가 일반 스포츠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 반면, 씨름은 몸을 단련시킬 수 있는 운동으로 손색이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씨름은 각저총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 유래가 깊고 역사적 의미 또한 크다.”

또, 이미 세계에 씨름과 유사한 격투기가 무려 50여개나 된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몽고의 부흐(buh), 스페인의 루차카나리아(lucha canaria), 스위스의 슈빙겐(schwingen) 등이 있다. 이미 이들 나라들과 씨름을 통해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스페인의 루차카나리아의 ‘샅바측정기’는 현행 씨름 경기규칙에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국제교류는 우리나라 씨름경기 운용방식의 문제점 인식과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치열한 공격 씨름, 다시 국민 스포츠로

제94회 전국체전에서 씨름은 새롭게 바뀐 경기규칙이 적용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빠른 시간 안에 승부를 결정짓는 공격형 씨름으로 바뀐 점이다. 이를 위해 경기사간은 3분에서 1분으로 단축됐다. 또, 선수가 수비에만 치중할 경우 경고를 받는다. 경기 시간이 짧아진 만큼, 이런 경고 하나로 승패가 갈릴 수도 있다.

그리고 샅바를 잡을 때 유니폼의 재봉선을 넘지 못하게 하고, 팔을 뻗은 상태에서 일어나도록 규칙을 정한 것도 바뀐 규칙의 특징이다. 또, 상대 선수의 샅바가 헐렁할 경우 이의를 제기해 샅바측정기로 심사를 받게 할 수 있다. 이때, 샅바측정기가 쉽게 샅바를 통과하면 해당 선수는 경고를 받게 된다. 반대로, 샅바에 이상이 없으면 이의를 제기한 선수가 경고를 받는다. 이러한 규칙들은 지루한 샅바싸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상대선수를 경기장 밖으로 밀어내는 것도 금지했다. 물론, 경기가 불리하다고 해서 의도적으로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행위도 금지다. 이러한 규칙은 지루한 체중씨름을 차단하고 씨름의 기술을 화려하게 되살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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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을 강화한 경기규칙으로 씨름은 더욱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로 부활했다. 특히, 씨름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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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이 들고 있는 '샅바측정기'. 샅바측정기는 스페인의 '루차카나리아' 규칙에서 도입된 새로운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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샅바측정기로 샅바가 헐렁하지 않은지 심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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