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안 마시는데 간이 나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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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안 마시는데 간이 나쁘데요
  • 이창희
  • 승인 2013.10.22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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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이창희 / 인천사랑병원 소화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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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진료실에는 간수치가 높다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다. 이전에는 간수치가 정상이었는데 이번에 높게 나왔다는 분도 있고, 술을 많이 마셔서 전부터도 간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분들도 있다. 가족 중에 간암 환자가 있어 나도 혹시 그런 위험이 있는지 걱정하면서 오시는 분도 있고, 최근 몸에 좋다고 달여서 먹은 것이 독성간염을 일으켜서 오신 분도 있다. 오늘은 그러한 여러 가지 이유 중에 점점 더 흔해지고 있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지방간은 크게 술로 인한 것(알코올성 지방간)과 술과 관계없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란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소량만 마실 뿐인데도,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간에 지방이 많이 끼게 되는 병을 말한다. 여기에서 소량의 술이라 함은 보통 여자의 경우 1주일에 소주 1병, 남자의 경우 1주일에 소주 2병 이하를 말한다.
 
술을 마시지 않거나 소량만 마실 뿐이어도,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을 가진 사람들은 지방간을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여성 호르몬제나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약제를 오래 복용하여도 지방간이 올 수 있다. 지방간은 비만일 때 뿐 아니라, 거꾸로 급작스러운 체중 감소가 있을 경우에도 올 수 있다.
 
지방간은 혈액검사를 해보기 전까지는 그냥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간에 지방이 끼게 되면 간의 크기가 커지므로, 가끔 간이 위치한 오른쪽 상복부가 뻐근하거나, 최근 들어 심한 피로감이 생겼다고 호소하는 분도 있다.
 

혈액검사에서 간수치가 높게 나오면 우선 간이 나빠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원인을 찾기 위한 정밀 혈액검사를 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한 원인으로는 만성 B형, C형 간염이나 알코올 등이다. 혈액검사와 함께 꼭 해야 하는 검사가 간의 모양을 보기 위한 초음파 검사(또는 CT, MRI 검사)인데, 지방간인지 간염인지, 간에 혹이 있는지, 간경변이나 간암이 이미 와 있는지 구별하는데 매우 중요한 검사이다. 이렇게 해도 원인이 불분명하거나, 현재의 정확한 상태를 알고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해 드물게 간 조직 검사를 하기도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지방간과 관련된 인자들, 즉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치료하여야 한다.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등이 없어도 대부분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과체중이나 비만을 동반하고 있으므로 현재로서는 ①적극적인 체중 감량, ②적절한 식이요법, 그리고 ③꾸준한 유산소 운동이 가장 효과적인 지방간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과체중이나 비만인 분이 체중을 뺄 경우, 현재 본인 체중의 10%를 감량하면 지방간에 확실한 호전을 가져온다.
 
지방간을 유발하는 약제 등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전문의와 상의하여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하며, 그 외 술이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생약제 등은 간기능을 악화시키고 독성간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되도록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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