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육아로 힘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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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육아로 힘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드립니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1.16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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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상담 네크워크센터, ‘미추홀 베이비플래너 협회’


미추홀 베이비플래너 협회(이하 베이비플래너)를 만든 이태경(47) 회장은 15년 넘게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해 왔다. 아기 사진을 주로 찍어온 탓에 엄마들을 자주 만났는데 의외로 임신과 육아 문제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았다. 심한 분은 얼굴만 봐도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와주고 싶었다. 돌아보니 주변에 봉사하는 분들이 많았다. 지난주에는 ‘인천을 사랑하는 모임’에 참석해 회원 가입도 했다. 누군가의 손길을 간절히 원하는 엄마들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었고, 경험있는 플래너들이 모여 협회를 만들었다.
 
인터뷰는 이태경 회장 외에 김현주 사무국장, 유한나 플래너가 함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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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추홀베이비플래너협회 이태경 회장   ⓒ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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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유한나 플래너, 김현주 사무국장, 이태경 회장  ⓒ 이재은
 
 
- 미추홀 베이비플래너 협회(이하 베이비플래너)는 언제 어떻게 창립됐나? 무슨 일을 하는 단체인가?
 
베이비플래닝 분야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임신과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을 돕기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로 지난해 11월 1일 창립됐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무료 전화상담을 하고 있으며, 일대일 방문을 통한 플래닝서비스(‘미추홀 엄마의 소리(이하 미소)’)를 해드리고 있다.
 
‘미소’는 연락을 받으면 집을 방문해서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다. 플래너들은 기존에 수유, 육아를 경험했기 때문에 엄마들의 어려움을 안다. 이론에 치우친 전문가도 아니고 경험이 전무한 초보자도 아닌 ‘경험자’들만이 할 수 있는 얘기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소통이다. 이렇게 해봤더니 괜찮더라. 그런 말만 들어도 위로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 한 번 가면 또 왔으면 좋겠다고 하고…….
 
 
-‘미소’는 신청 자격이 있나.
 
인천에 거주하는 엄마라면 누구나, 임신출산육아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상담 받을 수 있다. 관계회복이나 소통을 원하는 분은 모두 ‘미소’를 신청할 수 있다.
 
 
- 현재 상근자와 그 외 활동가 규모는?
 
상근 회원은 3명이며 기타 상담 전문가, 정신과 원장님, 산부인과 원장님 등 비상근 회원 20여분으로 구성돼 있다. 회원 중에는 요양사, 상담사, 중국어 가능자도 있다.
 
 
- 대면 상담 외에 다른 식의 코칭 계획은 없나.
 
‘애플데이’라는 게 있다. 초등학교에서 쓰는 방법인데 사과하고 싶은 사람에게 ‘사과’를 건네면서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애플’을 동영상으로 하려고 한다.
 
엄마들은 나름의 이유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 마음을 영상으로 제작해주는 거다. 반대로 사과 받고 싶은 사람에게 영상을 전할 수도 있다.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 시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영상을 통해 우회적으로 토로하는 것이다. 카메라라는 객관화된 장치가 마음을 거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70년대생 엄마와 80년대생 엄마는 다르다. 아이를 돌보면서는 아무래도 텍스트를 보기가 힘들다. 80년대생 엄마들은 영상 세대로,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트렌드를 따라야 하고, 자라온 세대도 무시할 수 없다.
 
 
-어떤 장비를 사용하나? 편집 기술은?
 
휴대전화로 충분하다. 우리가 찍어주고 또 예쁘게 편집한 걸 이해받고 싶은 사람, 사과 받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면 된다.
 
동영상 편집 기술은 인천 여성영화제 쪽에서 도움 받기로 했다. 여성영화제 측과 협의가 완료된 상태이고, 원할 경우 엄마들에게도 동영상 편집 기술을 교육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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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1월 창립총회 모습        ⓒ 미추홀베이비플래너협회 제공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서 상담 받는 것도 가능한지 물었다.
 
“그럴 경우 상담은 물론 관심분야가 비슷한 엄마들을 모아 소그룹을 만들어줄 생각이다. 대화를 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면서 서로 힘이 될 수 있다.”
 
“경력단절은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결혼 전에 받은 급여의 반밖에 받지 못하는데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일하는 예가 많다. 아직은 취업 교육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지만 취업 교육협회나 여성단체에 연결시켜주려고 한다. 베이비플래너를 통해 다른 물고를 틀 수 있게끔 도와줄 생각이다.”
 
 
 
- 단순히 내가 임신육아출산을 경험했다는 것만으로 다른 엄마들을 위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위험해 보인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같은 프로그램을 봐도 전문가가 나서야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가. 전문성은 어떻게 갖추고 있는가. 조직도를 간단히 소개해 달라.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영역을 나눠 공부 중이다.
 
1단계 임신부터 출산까지는 김태은 플래너, 2단계 출산부터 12개월까지는 이은주 플래너, 3단계 13개월부터 24개월까지는 유한나 플래너, 4단계 25개월부터 36개월까지는 김현주 사무국장이 맡고 있다.
김현주 사무국장은 유아·한글교육 담당으로 교육 프로그램이나 정책을 엄마들이 미리 알 수 있게끔 정보를 제공할 생각이다.
 
 
- 다른 여성단체와 다른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여성단체는 인권, 남녀차별, 양성평등 등을 광범위하게 다룬다. 우리는 포커스를 ‘엄마’로 정했다.
 
인천은 복지나 문화 혜택이 부족한 편이다. 인천에 있는 엄마들은 힘들어도 그걸 말할 곳이 별로 없다.
‘나누자’고 생각했다. 우리가 다리 역할을 해서 엄마와 엄마를 만나게 하는 거다. 베이비플래너는 ‘네트워크’가 콘셉트이다. 여성 단체, 공공기관, 인터넷 사이트, 전문가 집단, 지역 모임 등을 소개해 줄 수 있다.
 
 
- 네크워크 역할을 하려면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홍보는 어떻게 하고 있나.
 
비영리단체 홍보 사이트 ‘벼룩알리미’에 꾸준히 광고하고 있다. 기존에 플래닝했던 엄마들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알리고 있는 정도다.
이번 달은 지원사업 문제로 바쁘지만 2월부터는 가두 캠페인, 블로그 마케팅, SNS 등을 통해 홍보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 마지막으로 <인천in>을 통해 베이비플래너를 홍보한다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나.
 
인천 여성의 임신출산육아 환경은 다른 도시보다 열악하다. 소외계층 분포(인종과 연령)나 상황(다문화, 미혼모)도 다양하여 공공기관에서 사례별로 깊이 있게 접근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개인이 처한 상황, 개개인의 사례, 엄마의 연령에 따른 디테일한 분석을 통해 육아 스트레스 경감은 물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꾸준히 공부하고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 인천을 ‘엄마가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하겠다.
 
많은 응원과 지지 부탁드린다.
 

 
베이비플래너가 추구하는 ‘네트워크 연결’에 사진을 포함시킬 마음은 없는지 물었다(이 회장은 프로사진협회 사무국장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거나 찍히는 과정에서 기분전환이 되고 위로가 된다면 그 시간을 통해 발랄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대표는 물론 계획하고 있다면서 “가장 자신 있는 분야라 뒤로 미뤄뒀어요. 시작 단계이니만큼 부족한 부분에 먼저 힘을 싣고, 사진 봉사는 나중에 하려고요.” 호쾌하게 대답한다. 어감에서 든든함이 느껴졌다.
 
부평구 갈산동에 있는 사무실은 아담하고 깨끗했다. 종이컵에 담긴 둥글레차를 한 잔 마셨을 뿐인데 인터뷰 내내 온기가 가시지 않았다. 임신과 육아로 힘들어하는 여성에게 관심과 시간을 내어 다가가려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달됐기 때문일 것이다. 베이비플래너 대표와 플래너들이 소외되고 외로운 엄마들을 지치지 않고 오래오래 돕길 바라며 짧은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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