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들이 살맛 나는 세상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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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들이 살맛 나는 세상 만들어요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1.22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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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공동체 ‘아이다마을’&‘씨스터푸드’ 김난시 대표


‘아이다마을’은 아시아 이주여성 다문화공동체다. 2008년 10월 ‘인천여성의전화’와 이주여성인권활동 일환으로 출발했고, ‘한국여성재단’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기타 많은 분들의 지원으로 지난해 5월 비영리단체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해까지는 ‘인천여성의전화’에 소속된 형태였으나 올 해부터 독립해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이주여성 공동체 ‘아이다마을’과 경제공동체 마켓 ‘씨스터푸드’를 맡고 있는 김난시(46)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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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난시 대표   ⓒ 이재은


김난시 대표는 1994년 필리핀에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뒤 다음 해 한국으로 넘어 왔다. 본격적인 결혼생활은 한국에서 한 셈이다. 기자가 “20년이 다 되어가네요”라고 하자, “한국에서 늙어 가요.”라며 활짝 웃는다. 꾸준히 이주여성 모임에 소속돼 있다가 ‘아이다마을’이 생길 무렵부터 이곳에서 활동했다.

올 해부터 단체를 자체 운영하기로 한 만큼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데 대한 부담이 크다. 사업자 등록도 다시 하고, 축제 준비도 해야 한다. 음식과 차를 파는 ‘씨스터푸드’ 한쪽에 칸막이를 쳐 ‘아이다마을’ 사무실을 만들 계획이다. 1월 말에 공간을 재배치하고 2월부터 새 마음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요즘에는 사회적 기업 승인 준비로 바쁘다. 주아니타(매니저)와 아나벨(총무), 이전에 씨스터푸드를 맡았던 성미경 대표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



- 이주여성 다문화공동체 ‘아이다마을’


아이다 마을은 이주여성들의 ‘친정’이자 사랑방이다. 주변 사람에게 선뜻 말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힘을 모아 해결해 나간다. 이주여성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알아야 할 것들을 배울 수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가족을 비롯한 사람들과 관계하고 서로 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남편을 다루는 법을 배우기도 해요. 또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권리와 의무를 배웁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주해왔다는 이유로 시민으로 살아갈 권리를 제약 당해서는 안 되잖아요.”


예전에는 컴퓨터와 홈패션, 영상제작을 가르쳐주는 자원 활동가가 많았다. 요즘에는 봉사자가 별로 없는 데다 재봉틀이나 컴퓨터 같은 기자재도 부족해 누군가 도와준다고 해도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편이다.

‘뿌리깊은 나무’(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한국어 교육 모임)나 ‘아이사랑’(어린이집 원장님을 중심으로 엄마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동안 아이들과 놀아준다), ‘카멜레온의 눈’(한 달에 한 번 만나 글 쓰는 법을 배운다)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그 외 나라별 소모임 활동(이주여성 자조모임)도 활발하게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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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깊은 나무' 한국어 수업   ⓒ 아이다마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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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사랑' 활동 모습   ⓒ 아이다마을 제공



아이다마을은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성숙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매년 축제를 열어 왔다. 2009년 ‘아이다마을축제’(부평 문화의거리), 2010년 ‘아시아여성축제’(인천대공원), 2011년 ‘나라문화체험축제’(인천대공원)를 개최했다. 지난해에는 아이다마을 자조 모임 중 하나인 다마얀(필리핀여성모임)에서 진행하는 ‘리틀다마얀 축제’를 개최해 많은 시민들과 함께 했다.


“아직은 축제 계획이 없어요. 사무실 정리하고 차차 구상하려고 해요. 그런데 우리끼리만 하는 건 너무 힘들어요. 작년에도 너무 힘들었어요. 올 해는 가족 캠프만 할까 생각 중이에요.”


지난해에는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지원한 ‘무지개다리 사업’이 인천문화재단과 컨소시엄형태로 운영됐다. 문화다양성 확산을 목적으로 ‘아버지 인문학 카페’, ‘카멜레온 글쓰기 공작소’, ‘리틀다마얀 페스티벌’, ‘뿌리깊은 나무 워크숍’ 등이 열렸다. 글쓰기 모임에는 필리핀, 중국, 카자흐스탄, 일본인 외에 한국인도 2명 참여하고 있다. 날씨가 좋을 때, 한 달에 한 번 공원에서 만나며 ‘울랄라 쉼터’ 선생님이 지도해 준다.



- 이주여성 경제공동체 ‘씨스터푸드’


“장사 목적은 아니에요. 만남의 장소예요. 엄마들, 친구들이 많이 놀러 와요. 주말에 음식도 해 먹고 차도 마시고 얘기도 해요. 여기에서 생일파티 같은 것도 자주 해요. 식자재나 음식 판매 수익금으로 유지되긴 하지만 교육 공간, 문화 공간이 주목적이에요.”


아이다마을과 함께 운영되는 ‘씨스터푸드’는 자매애(Sisterhood)와 좋은 먹거리(Good Food)가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지역사회 안에서 갖가지 음식으로 문화적 교류를 하며 다양하고 평등한 가치를 전파하는 ‘다문화 생산터’이기도 하다.


“한국 사람은 아직 별로 없어요. 친구들이 많이 와요. 평일에는 별로 없고 토요일에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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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스터푸드' 주방과 내부 모습        ⓒ 이재은


‘씨스터푸드’는 각종 세미나, 기념식, 파티, 모임을 위한 장소로도 대여된다. 창업과 취업을 꿈꾸는 이주여성들을 위해 인큐베이팅 과정과 다문화 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필리핀 음식도 만들어 먹고, 춤도 가르쳐줘요. ‘반싯’은 한국의 잡채 같은 거예요. 옥수수분으로 면을 만들고 닭고기와 야채 등을 넣죠. ‘바나나 토론’은 옥수수분을 만두피처럼 얇게 만들어서 그 안에 바나나를 넣고 튀기는 거예요.”


“티니끌링은 대나무 춤이에요. 대나무를 두들기면서 추는 거죠. 만당고사 일라우는 촛불 춤이고요. 머리 위 그리고 양손에 초를 하나씩 얹고 (이렇게) 팔을 돌리면서 추는 거예요. 또 모자 춤도 있어요. 수블리라고 하는데 모자를 이용해서 추는 거죠.”


김 대표는 한국 음식은 다 좋아하고, 김치도 잘 먹는다고 했다. 아직 만드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마트에서 사다 먹는단다.

사교육비가 가장 부담이라고 했다. 대표는 오후에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자녀 교육비를 마련한다. 아이다마을과 씨스터푸드 활동으로는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다. “3월에는 10시부터 5시까지 여기 있어야 해요. 그럼 영어는 5시 넘어서 가르쳐야죠.”


이주 여성으로 한국에 사는 것이 어떤지 물었다.

“한국 어때요? 좋으세요?”

“그래요. 계속 살고 있잖아요. 싫었으면 필리핀 갔죠. 아니면 도망갔던지.”

뽀얀 웃음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김 대표는 ‘yes’라는 의미를 “네”가 아닌 “그래요”라고 대답했다. “좋으세요?”, “그래요.”, “바쁘시겠네요?”, “그래요.”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낯설면서도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 다를 뿐, 뜻이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 사는 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족들도 그런 것 아닐까. 우리와 조금 다르지만 그래서 재미있고, 그들로 말미암아 생활이 활기차질 수도 있지 않을까.




‘씨스터푸드 체험프로그램’


◎ 식사 메뉴

① 스파게티 (크림, 토마토등 2종)

② 반싯(필리핀 잡채: 닭고기, 새우, 야채등 3종)

③ 바나나 토론

④ 음료: 아메리카노, 증웬커피, 망고, 갈라만시, 코코넛등 다수

⑤ 그 외 필리핀 음식 주문 (시니강, 코코넛 야채볶음, 닐라강 바가등)


◎ 교육프로그램

ⓛ 각 국의 식자재를 활용한 음식 만들기/손으로 먹는 음식 체험등

대상 : 이주민, 선주민, 학생들

② 창업 인큐베이팅과정 지원(식당 및 카페운영)

대상 : 이주여성/ 참가비 1일 2시간 (1:1지도)

③ 다문화 간식 만들기 체험 / 문화다양성, 인권교육 강좌 포함

대상 : 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 학생 / 회당 참여인원 20명 이내

④ 나라문화체험교실 : 중국, 일본, 베트남등

대상 : 초등학생 / 1일 40분 / 20명 이내

⑤ 필리핀 전통 무용 강습


◎ 체험비, 재료비 별도논의, 출장 가능

◎ 세미나 공간대여: 커피, 음료 포함 1인당 5,000원 / 2시간 기본

◎ 신청방법 : aida_2008@naver.com/ 070-8249-3313, 010-8382-0113(대표 김난시)


모든 수익은 아이다마을 후원금으로 사용된다.


아이다마을+씨스터푸드 (Asia Women's Community+SisterFood)

인천 부평구 부평4동 399-4 형우빌딩 1층 103호 (070-8249-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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