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야, 모여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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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야, 모여서 놀자"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1.27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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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생활 속으로 들어간 뫼골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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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 청천동에 위치한 ‘뫼골문화회관’은 2011년 행정안전부 주최 희망마을 공모에서 공동체 공간지원 사업으로 선정돼 탄생했다. ‘동네야 놀자’를 기반으로 한 ‘우리동네 희망마을’에서 주체적으로 운영, 주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공동체사업 및 지역 청소년을 위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우리동네 희망마을’ 상임이사이자, ‘동네야 놀자’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용우(41) 씨를 만나 마을 공동체 활동 과정과 ‘뫼골문화회관’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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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희망마을’ 이용우 상임이사 ⓒ 이재은
 

- 활짝 꽃핀 ‘희망마을’

  
“‘우리동네 희망마을’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에요. 모 단체가 ‘동네야 놀자’예요. ‘동네야 놀자’는 2001년부터 주민 축제를 열었어요. 공부방, 어린이집, 청년단체들이 축제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간 거죠. 5, 6년쯤 되니까 우리도 동네를 위해서 장기적으로 뭘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2년 정도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할까 공부도 하고 검토를 했죠. 2007년도에 사무국을 만들자고 결의가 됐어요. 첫 번째 사업으로 뭘 할까, 우리지역의 낮은 계층이 누굴까 고민했죠.
 
그때는 이 동네에 이주민이 많았어요. 이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뭘까? 소통, 말이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어교실’을 시작했어요. 그때 ‘동네야 놀자’ 대표님이 어린이집을 하고 계셨는데 그 공간을 빌려 바자회를 열고 수익금을 동사무소에 기부하기도 했어요. 홀로 계신 어르신들 수의 제작비로 쓰라고요. 그런데 투명하게 잘 쓰인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직접 지역 어르신을 찾아보기로 했다. 100만원의 목돈을 가지고 (봉사하는) ‘엄마들’이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을 찾았다. 10명에게 고추장 된장 등 생필품을 10만원어치씩 사드리기로 했다. 이미 수급 받고 있는 분들을 제외하고 ‘엄마들’이 직접 어려운 분들을 찾아가 배달했다.
 
 
“사람이 또 그렇잖아요. 돈만 줬으면 어르신들을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직접 물건을 사들고 가서 어르신을 만나니까 그 후에도 궁금한 거예요. 1, 2월쯤 생필품을 전해드렸는데 5월쯤 돼서 활동했던 엄마들이 다시 찾아가보자고 얘기했어요. 빈손으로 가면 서운하니까 반찬을 만들어가자. 그러면서 어떤 결심을 했어요. 한 번 갖다 준다고 생활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또 기대치가 생긴다. 그러니 시작한 걸 멈추지 말자고요. 정기적으로 찾아 가자고요. ‘홀몸 어르신 지원사업’은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요즘도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어요.
 
어르신들은 도시락도 기다리지만 사람을 더 기다려요. 혼자 계시니까 배달을 가면 붙들려 앉아서 한참 놀게 돼요. 근데 우리는 바쁘잖아요. 도시락 맡은 게 있으니 다른 집도 방문해야 하고요. 그때 우리 말고 ‘시간 있는 녀석들’이 배달을 하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같이 활동하시던 분의 자녀 중에 세일고에 다니는 학생이 있었어요. 그 학교에 특별반이 있는데 봉사활동 하고 싶다는 학생들과 인연이 닿아 2010년도부터 같이 하고 있어요.
 
세일고 친구들이 30명 정도 돼요. 한 달에 두 번씩 1년에 24번 오죠. 자원봉사자 엄마들이 오전에 음식을 해놓으면 수업 마치고 와서 두 명씩 짝 지어 자기 할머니를 찾아가요. 그게 지금 4기가 됐어요.
 
다음 달 2월 8일에는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모임이 있어요. 아이들은 배달하면서 자기 할머니만 보잖아요. 그래서 일 년에 한번은 우리 할머니들, 반찬 해주시는 엄마들, 친구들, 한 80명이 자기 활동 돌아보고, 할머니 얼굴 보고, 마지막 식사를 해요. 그 다음 주에는 자기 후배를 데리고 오는 거죠. 할머니 인수인계 하고, 그렇게 1년을 이어갑니다.
1년 동안 활동한 내용, 할머니랑 찍은 사진 등을 모아서 아이들이 동영상도 만들었어요. 다음 카페(http://cafe.daum.net/dongnea)에서 볼 수 있어요.”
 
 
‘뫼골문화회관’ 1층에 있는 ‘쉼표’는 수익형 카페로 수익금은 문화회관 운영비와 프로그램을 위해 사용된다. 2층에서는 어머니 한글교실, 건강웃음치료교실 등이 열리며, 세미나실을 겸한 휴게실, 아름인 도서관 등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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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인 도서관 ⓒ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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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 두는 어르신들이 춥다고 해서 2층에 세미나실 겸 휴게실을 만들었다. 
전에는 커피를 내놨는데 금세 없어져서 요즘은 쌍화탕만 끓여 놓는다. 쌍화탕은 
아는 한의사가 무료로 제공해준다 ⓒ 이재은
 
 
‘뫼골문화회관’이 공동체 공간 지원사업의 최초로 선정된 것은 아니다. 보통은 도심 외 지역에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지원된다. 주민협의체로는 2011년에 부평구 ‘동네야 놀자’와 동구(만석동 괭이부리마을 근처)가 받았는데 동구는 그 후에 협의체가 깨졌다. 동구에는 4층짜리로 뫼골문화회관보다 훨씬 크게 지었었다. 현재는 구에서 직접 관리한다. (뫼골문화회관처럼) 협의체가 법인으로 넘어와서 운영되는 곳은 많지 않다.
 
 
“이 건물은 통째로 위탁받은 거예요. 재산권은 구에 있고요. 주민협의체였던 ‘우리동네 희망마을’을 사단법인으로 변경해서 2년 위탁제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 사정을 모르시는 분들이 있어요. 나라에서 나오는 돈으로 운영하는 줄 아세요. 말씀 드려도 이해를 잘 못하시고요.”
 
 
- ‘우리동네’라서 더 ‘좋은동네’
 
 
“이 앞길부터 저쪽은 산곡동, 이쪽은 청천동이에요. 행정적인 구분일 뿐 생활권으로 보면 롯데마트부터 CGV까지죠. 저 밑에, 잘 사는 2동, 브랜드 아파트촌은 제외예요. 정확하게는 산곡1동, 청천1동이 저희가 생각하는 ‘우리동네’예요. 저층 주거지역도 많고 어려운 분들이 많이 모여 사세요.
 
딸이 롯데마트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 출신이거든요. 너네 학교 밑에 어려운 어르신들 사는 거 알고 있어? 물으면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 골목을 가본 적은 없다고 그래요.
회원들 자녀가 성장하면서 중학생 또래가 많아졌어요. 그 친구들 학교에서 봉사활동 시키면 동사무소 가서 쓰레기 치우는 게 다잖아요. 별로 의미 없죠. 우리 애들은 그런 거 시키지 말고 자기가 사는 동네를 이해할 수 있는 뭔가를 하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작년부터 중학생 자원봉사를 한 달에 한 번 하고 있어요.
 
하는 일이 매달 달라요. 지난 1월에는 연탄 나눔을 했어요. 애들이랑 같이 3000장을 날랐어요. 롯데마트 쪽으로 청천초등학교 담벼락 아래가 일제 사택 촌이에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가는 골목길 옆으로 낮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죠. 아이들도 그 안쪽으로는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거죠. 골목 안까지 가 보지 못했다가 연탄 나눔 하면서 할머니들하고 얘기하고 어떻게 사시는지 보고.... 의미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12월에는 케이크 만들어서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어르신들을 돕기도 했어요. 고등학생 형들 따라서 도시락 배달도 하고, 간식 만들어서 어르신 만나러 가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니 중학생, 고등학생, 어른, 노인까지 다 연결돼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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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한글교실’은 학생이 42명이다. 일주일에 두 번, 월요일과 수요일에 
수업하며 1, 2, 3학년으로 나눠져 있다. ⓒ 뫼골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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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웃음치료교실’은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 이재은
 

- “나도 한글 배우고 싶어” 직접 찾아온 할머니
 
 
“어느 날 어떤 할머니가 상담하러 오셨어요. 저는 집에 베트남 며느리가 오는 구나 했죠. 수업은 언제 언제 있다고, 날짜랑 수업 얘기를 주욱 해줬는데 뭔가 핀트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상하다 그러면서도 “다음에 며느님 데리고 오세요.”라고 인사했죠. 그런데 할머니가 대뜸 “나 언제 오면 돼?” 물어요. 할머니는 당신 한글 수업 받는 걸 얘기한 거고 저는 며느리 한국어 수업을 얘기한 거예요.
 
이미 말씀드렸듯이 ‘동네야 놀자’가 사업으로 선택한 건 딱 하나, 이주민을 위한 한국어교실이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온 며느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거라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할머니가 왜 나는 안 해주냐, 그래요.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이었죠. 글을 모르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우리한테 가르쳐달라고 얘기할거라는 생각은 못 했어요. 활동하시는 분들하고 의논 끝에 요구가 있으면 해줘야한다고 결론 내렸어요. 그래서 할머니에게 “5명만 데리고 와요. 어르신들 5명만 모셔오세요.” 그랬죠. 정말 5명을 모셔왔고, 그분들을 탁자에 모여 앉혀 놓고, 한글은 이렇게 쓰는 거예요, 하면서 수업을 시작했어요.
 
인원이 금방 늘어난 건 아니에요. 사무실에 오다가 우연히 친구를 만나서 “거기 무슨 일이야? 뭐 있어?”하고 물어보면 “그냥 놀러온 거야.” 그래요. 자신이 한글을 모른다는 걸 말하기 싫은 거죠. 창피해 하신다는 걸 알았지만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으니까 우리끼리 조용히 수업을 계속 했죠.
병원에서 본인 이름을 쓰고 와서는 기뻐서 얘기해요. “야, 내가 드디어 이름을 썼어.” 맨날 간호사한테 써달라고 부탁하다가 본인이 이름을 쓰니까 뿌듯함에 감격하신 거예요. 그런 일이 늘어나고 어디 가서 자랑을 하니까 “아, 너도 몰랐니? 나도 모르는데.”, “나는 받침을 잘 못 써.” 이렇게 된 거예요. 그러면서 1학년, 2학년, 3학년으로 수가 점점 늘어났어요. 이제는 당당하게 들어오세요. “아휴, 공부해야지.” 하시면서요.”
 
 
- 마을 사랑방 카페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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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밖으로 '뫼골공원'이 보인다  ⓒ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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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뫼골문화회관 1층에 있는 카페 ‘쉼표’ 실내. 나무 난로가 정겹고 포근하다 ⓒ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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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쉼표’ 메뉴판. 가격이 꽤 저렴하다 ⓒ 이재은
 

“이렇게 좋은 게 생겼다는 걸 바깥 분들이 잘 몰라요. 동네 분들은 다 아는데. 바깥으로 홍보하는 게 관건이에요. 주차공간이 적다 보니(3대 주차가능) 차를 가지고 외지인이 오기에는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원적산 공원이라고, 뒤에 작은 산이 있어요. 230m라 높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산책 겸 많이 지나가는데 그 길에 이런 카페가 있다는 걸 잘 몰라요.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어요. 요 앞에 있는 건 도깨비 시장인데 아마 인천에서 가장 쌀 걸요.
 
저녁만 되면 여중생들이 카페를 점령해요. 차는 서너 잔만 시켜놓고 15-20명씩 모여 앉아 있는 거죠. 갈 곳이 없으니까 여기서 얘기하고 노는 거죠. 저희도 카페 운영이 힘드니까 가끔 눈치 주기도 하는데 어쩌겠어요.(웃음)
 
그 친구들이 우리의 새로운 고민거리예요. 그 친구들이랑 어떻게 하면 놀 수 있을까, 저 친구들이 원하는 게 뭘까 연구하고 있어요.
지금은 어르신들 위주지만 대상을 정해놓고 사업을 하는 건 아니니까요. 하다보면 만나지는 사람이 있고 새로 하는 사업이 생기고 그런 것 같아요. 사실은 어르신들을 위한 사업도 안 하려고 했어요. 무서워서요. 저희가 해결해 줄 수 없으니까요. 그랬는데 하다 보니 ‘홀몸지원’도 하고 ‘한글교실’도 열고... 일이 커지네요. 청소년을 새롭게 만나야겠다는 고민은 봉사단에서 활동하면서 하고는 있었는데 카페를 열자마자 자기들이 점령하는 바람에...(웃음) 청천중, 산곡중, 산곡여중, 산곡남중, 산곡고, 세일고, 명신고, 인천외고 등 근처에 학교가 꽤 많아요. 반면에 학생들이 놀거나 쉴 공간은 부족하죠.”
 
 
‘해바라기 하기 좋은 계절’이 되면 카페 앞에 어르신이 스무 명도 넘게 앉아 계신다고 한다. 안에 들어올 돈은 없는데 담이 바람을 막아주고 햇볕도 좋아서 그렇단다. 이용우 상임이사는 ‘저기 저 어르신들’하고는 또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야 할까 머리를 짜내고 있었다.
 
 
“카페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카페 수익금으로 문화회관이 운영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저기 나무 난로 참 좋죠? 자본금이 들어도 기본 난방비가 적게 나오는 걸 선택했어요. 나무는 동네 어르신들이 갖다 주세요. 노동력으로 도와주시는 거죠. 난로 밑에 벽돌, 화단, 전등 갈기 등도 동네 사람들이 도와주셨어요. 카운터 탁자나 목재 테이블은 동네 목수 아저씨가 저렴한 가격에 해주신 거고요.
 
이런 공간이 뚝딱 만들어졌으면 나와 상관없는 곳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내가 가서 전등 하나 갈고, 벽돌 하나 쌓으면 다르잖아요. 내 손이 닿은 곳, 나와 연결돼 있는 장소가 되는 거죠. ‘동네야 놀자’에서 한글 공부하던 할머니들도 새 교실로 이전한다고 하니까 쌈짓돈 50만원을 후원해 주셨어요. 기본적으로 애정이 있어요. 난방비가 많이 든다고 하니까 조금씩 추렴해서 후원비 내주겠다고 하시고...”
 
 
문화회관 건너편에 있는 ‘동네야 놀자’ 사무실을 구경시켜준다기에 따라나섰다. 카페를 나서자마자 이용우 상임이사는 어르신들을 향해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다. 왼쪽 한 번, 오른쪽 한 번, 허리를 굽히고 고개 숙인다. “인사요? 하루에 백 번도 더 할 걸요?”
 
뫼골문화회관은 ‘같이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건물이 뚝딱 생긴 것도 아니고, 운영이 술술 되는 것도 아니다. 서로 도우면서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곳이다.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거죠. 제가 아니라 우리가 다 같이 운영하는 거예요.”
 
 
뫼골문화회관 교육문의 : 508-0206
카페 쉼표 : 오전10시부터 오후9시까지 오픈. 매주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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