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이 밝고 행복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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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이 밝고 행복해질 때까지”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2.07 12:5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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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마을’ 만드는 ‘계양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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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작은 나눔을 실천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은 바람”에서 출발, 사회적 기업 ‘함께 사는 마을’을 꾸리며 “우리 이웃들이 밝고 행복해질 때까지 노력하는” 봉사단이 있다. ‘계양봉사단’ 임정수 대표를 만나 그동안의 활동과 올 해 계획을 들었다.


계양봉사단의 시작

임정수 대표의 ‘나눔’은 꽤 오래 전에 시작됐다. 석유 사업을 하면서 98년도인가 99년도부터 중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줬다. 장학금을 받던 학생의 제안으로 어느 날 광주를 방문, 5.18 묘역에 가게 됐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컸지만 묘비명이 가슴을 울렸다. 후대 사람이 썼겠지만 원망의 글귀가 적혀있는 묘비가 하나도 없었다. 돌아오면서 저런 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했다. 다음(daum)에 ‘5.18 민주화운동 후원회’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만들어서 몇 년간 부상자 가족을 지원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촛불시위가 있을 때 카페 회원들과 차를 빌려 서울에 가기로 했다. ‘시위’를 한다기보다 ‘참석’해보자는 의미가 더 컸다. 그 즈음이 총선기간이었는데 당시 계양구 국회의원이 부인과 함께 버스에 탔다. KBS에 패널로 참석하기 전에 촛불시위에 참여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회비를 1만원씩 걷었는데 의원 부부도 돈을 낸다고 하기에 그냥 같이 갔다. 도착해서는 헤어졌다. 다음날 보수 언론지에 여당 국회의원이 5.18단체를 동원해서 시위에 참석했다고 기사가 났다. 힘들었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누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갈 것 없이 내가 사는 지역에서 베풀고 나누자고 마음먹었다. 사실 타이틀을 거창하게 붙일 필요도 없었다. 2004년도에 ‘계양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임 대표는 2001년부터 꾸준히 ‘이웃 나눔’ 활동을 해 왔다. 매월 첫째 토요일에 생활이 어려운 이웃에게 쌀과 생활용품을 보냈다. 활동가들은 자기 담당밖에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2009년인가, 전체적으로 다 같이 한번 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때 여러 어르신들을 만났는데 짐작했던 것보다 더 형편이 좋지 않았다. 쌀 몇 킬로를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임 대표는 어르신들을 자립할 수 있게 해줘야겠다고 결심했다. 사회적 기업 연구회를 만들었고, 2010년에 ‘함께 사는 마을’이 탄생했다. 헌옷을 기부 받거나, 싸게 사들여 수선, 리폼해서 재판매한다.

“‘함께 사는 마을’ 매장은 5개가 있어요. 여기 사무실에 하나, 30평짜리 노천에 하나, 지하철 로드 매장에 세 개. 매장에서 활동하는 분이 35명 정도인데 절반이 55세 이상의 취약 계층이에요. 장애가 있는 분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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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부 받은 옷을 수선, 리폼해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 이재은


굴포천, 이야기가 있는 벚꽃 길

2000년쯤만 해도 지금처럼 환경 지킴 운동이 많지 않았다. 서부간선수로가 원래 굴포천과 연결돼 있던 건데 그걸 아파트 짓느라 막아버렸다. 하천에 물이 흐르지 않으면 썩는 건 당연하다. 지저분하다고 욕하면서도 사람들이 쓰레기를 갖다 버리기 시작했다. 악취, 모기, 해충 등으로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임 대표는 한 달에 두 번씩 굴포천 청소 봉사를 시작했다. ‘서부천 살리기 운동 본부’, 생태하천 만들기는 그렇게 시작했다.

“2009년에 계양구청에서 주민토론회가 있었어요. 인천시와 농어촌공사 공무원들을 패널로 초청했죠. 수수꽃다리라는 청소년봉사단이 있는데 학생 30명에게 노트를 한 권씩 나눠주고 맨 앞에 앉아서 그들이 하는 얘기를 기록하라고 했어요. 주민도 200여명 참석했죠. 토론만 하고 끝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민간협의체를 만들자고 건의했습니다.

2010년도에 지자체 선거가 있었는데 시장, 구청장이 협의체 만들기에 사인을 했어요. 80억의 예산을 받아서 1차로 시행해보겠다고 했죠. 그때 계양구 시의원, 구의원, 구청장 등등이 공약을 걸었어요. 2011년에 송영길 시장이 당선되고 80억을 배정받았어요. 굴포천 옆으로 아시안게임 양궁장이 건설되니까 그쪽으로 물이 흐르게 만들어놨죠. 3km 구간에 배정된 예산이 80억이면 적은 겁니다. 거기에 왕벚나무를 심기로 했는데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서 민간 모금을 하기로 했어요.”


부평에서 아라뱃길까지는 총 7.5km, 양쪽을 채우려면 1500그루의 나무가 필요하다. 벚꽃나무는 5년생 이상이 돼야 꽃을 피우니 6년생 왕벚나무를 심어야하고, 가격은 나무 한 그루당 20만원. 2012년부터 인터넷 모금 운동을 해서 600그루, 부평 주민들이 200그루, 지난해까지 2년간 800그루를 심었다. 올 해 300그루, 내년에 400그루를 심어서 2015년까지 꽃길을 만들 계획이다.

“나무만 심는 게 아닙니다. 그 아래 명패석도 박아 넣어요. 10그루 이상 기부하면 명패를 쓰게 해줍니다. 시청 농협지점장도 200만원을 기부해서 20그루를 심고, ‘농협 벚꽃 길’이라고 이름을 썼어요. 가로세로 60센티 정도의 안내판이라 긴 문장도 쓸 수 있어요. 어떤 분은 자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남기기도 하죠. 병원, 단체, 노사모에서도 기부했어요. 꽃만 심는 게 아니라 벚꽃 길을 이야기 길로 만들고 싶었어요. 이야기가 있는 길로 하자는 게 목표였습니다.”

삭막한 느낌을 주는 콘크리트도 예쁘게 꾸미기로 했다. 귤현동 주민들이 200명 정도 참여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주제로 나흘에 걸쳐 벽화를 그렸다. 귤현동에는 인천지하철 차량 기지가 있는데 기지가 동네를 성벽처럼 막고 있다. 주민들은 성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원금을 바라지 말고 스스로 움직여서 마을을 변화시키자는 임 대표의 말에 주민들이 ‘귤현동 사람들’이라는 카페를 만들어서 110만원을 모금했다. “생각을 바꿔야 해요. 주민 참여를 유도해서 스스로 행동하면 오래 보존됩니다. 돈 들여서 누군가가 때깔 좋게 해줘 봐야 관리도 안 되고 금방 잊어버려요.” 서부천 생태 환경 운동에 10만인 서명을 받은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다. 서명으로 ‘참여’하면 관심의 출발이 되는 것이다.

“‘수수꽃다리’라는 청소년봉사단이 있어요. 모임에 정기적으로 나오는 아이들이 30여명 정도 됩니다. 벽화를 그린다고 하면 이곳저곳에서 모여 들어요. 100명 넘게 모일 때도 있고요. 몇 시간을 해야 한다는 의무 같은 건 없어요. 최소 2시간 이상 하되, 학원 갔다 올 사람은 갔다 오고, 볼 일 있으면 갔다가 다시 오면 됩니다. 처음에 하겠다고 약속한 것만 지키면 돼요. 그 학생이 시간을 제대로 채웠는지 체크하고 감시하는 사람도 없어요. 봉사 명목으로 단순히 쓰레기 줍기나 불법 전단지만 뗄 게 아니라 뭔가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봉사하면서 인성교육까지 되면 좋잖아요. 방학 때 점수를 채우기 위해 잠깐 하는 봉사가 아니라 평소에 꾸준히 점수를 쌓아가는 게 의미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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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과 일반 자원봉사자들이 벽화를 그리고 있다  ⓒ 계양봉사단 제공



콩콩콩, 콩으로 기부해요

‘해피빈’이라는 사회복지재단이 있다. 모 사이트의 ‘도토리’처럼 네이버 해피빈 ‘콩’도 온라인에서 현금 역할을 한다. 해피빈 재단이 네티즌에게 이런저런 명목으로 콩을 나눠주면 네티즌은 받은 콩을 손쉽게 관심 있는 모금 단체에 기부한다. 콩 하나에 100원이다. 네티즌이 콩 10개를 기부하면 단체는 1000원의 기부금이 생긴다. 콩 1000개면 100,000원. 이렇게 콩으로 기부를 받는 해피로그 단체만 전국에 6000여개가 있다.

“네이버가 새로운 기부 문화를 창조했다고 생각합니다. 해피빈 덕분에 많은 사람이 기부 문화에 참여하게 됐어요. 콩을 주는 것이 동기부여가 돼서 처음에는 어쩌다 받은 걸로 기부를 실천하고, 나중에는 스스로 충전해서 도와주는 거죠. 해피빈은 ‘후원콩’이고 일반인이 돈을 주고 산 콩은 ‘충전콩’이에요.”


현재 네이버 ‘계양봉사단 해피로그’에서는 ‘아이언 아이’ 장애인 트라이애슬론 선수단 후원, ‘행복마을’ 노인 공동체 돕기 후원 등을 진행 중이다.

계양봉사단은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얼마나 많은 곳에 후원하는 걸까. 임 대표는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시설단체가 6군데(목포 청소년 그룹홈 ‘목포 우리집’, ‘신나는 지역 아동센터’, 정신장애 시설 ‘해피투게더’, ‘성심원’, ‘봉산지역아동센터’, ‘하늘지역아동센터’), 비정기후원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임정수 대표는 사진 촬영을 정중하게 거부했다. “라면, 휴지, 세제를 왜 가장 많이 기부하는 줄 아세요? 싸고, 부피가 크고, 사진 찍기 좋기 때문이에요. 내가 뭔가 했다는 것을 내보이는 게 싫습니다. 그래서 사진도 찍지 않아요.”

‘계양봉사단 해피로그’ http://happylog.naver.com/gy2080.do
좋은 물건 싸게 사고파는 ‘게라지 장터’ http://cafe.naver.com/t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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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2014-02-08 11:19:54
아름다운 이웃을 만드시는 것 같아요..
넘~~ 우리가 행복해지네요^^

이명주 2014-02-08 11:16:42
넘 따뜻한 기사를 오랜만에 보네요.
저도 네이버를 하다보니 생긴 콩이 있는데 모금함에 기부해야겠군요! 기사 잘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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