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탄생하는 정의의 여신-디케(D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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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탄생하는 정의의 여신-디케(Dike)
  • 이수석
  • 승인 2014.03.04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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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 인천교육미래찾기(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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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속에 빠져있는 아이들


상황1 폭력에 의해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아이들


교사1 : “어떤 새끼가 떠드는 거야? …아가리 닥치지 못해? 재봉틀로 주둥아릴 꿰매던지 해야지. 도대체 잠시도 조용히 있지 못하는구먼. 사내놈이나 계집애나 다 똑같구나. ……이교혁! 너, 조용히 하라고. 아니 밖으로 나와 무릅끓고 있어! 박종진! 넌 나와서 대가리 박아!”

교사2 : ”정말 예뻐요 예뻐. 오늘 좋은 일 있냐? 미팅 나가니? 치마도 짧고, 어, 화장은 아예 클럽 나가는 모습이구나?”

학교 규정 : ‘남학생의 두발은 눈썹까지 내려오지 말아야 하며, 뒷머리는 목덜미가 보여야 하며, 옆머리는 귀가 보여야 한다. 교복은 변형을 해서는 안 되며 규정에 따라서 입어야 한다. 여학생은 눈썹 화장을 금지하며 립스틱 바르는 것도 금지한다. 귀걸이 착용을 금지하며 학생신분에 맞지 않는 과다한 화장을 금한다. 치마는 무릎 위 10센티미터를 넘어서는 안 된다. …… 기타 등등’

 

학생1 : “아 시발. 짝나, 열 받네. 왜 다들 지랄이냐? 도대체 그 ○○○는 왜 그러냐? …야 강찬모 씨○○야……! 넌, 내 말을 씹냐? 아가리 닥치지 못하겠니? ……저게 가만히 놔두니까 이젠 맞먹네, 맞먹어!”

학생2 : “야, 꺼져. 찌그러져 있으라고.”

학생3 : “넌 가슴이 무척 예쁘구나. 오우 섹시한데?”


<강도 치사죄>로 사람을 죽여서 무기징역을 이미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던 신창원은 1997년 1월 부산교도소를 탈옥하였다가 99년 7월 16일 순천에서 검거되었다. 그가 탈옥 후 한 고백이 응보적 정의가 아닌 회복적 정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애초 나 같은 놈이 만들어지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 하고 머리 한 번만 쓸어 주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이 쌍놈의 새끼야, 돈 안 가져 왔는데 뭐 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 하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상황2 학교폭력에서 회복적 정의로의 모색


전문 조정자(Mediator) : “한분의 목소리를 청합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주십시오.”

가해자 : “……세영이가 저에게 ‘야, 꺼져. 찌그러져 있으라고.’하였어요. 화가 나서 세영이의 얼굴을 때렸고 발로 찼습니다.’”

전문 조정자(Mediator) : 피해자인 세영이를 보며 “어떤 말씀을 들었습니까?”

피해자 : “제가, ‘야, 꺼져. 찌그러져 있으라고.’한 말 때문에 화가 나서 참지 못해 절 때렸다고 했습니다.”

전문 조정자(Mediator) : “이 말이 맞습니까?”

가해자 : “네, 맞습니다.”

전문 조정자(Mediator)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가해자 : “제가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때려서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전문 조정자(Mediator) : 피해자인 세영이를 보며, “실제로 일어난 일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주십시오.”

피해자 : “저는 억울해요.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대화에 끼어들어서 화가 났어요. 그리고 그냥 하는 말로 수석이에게 ‘야, 꺼져. 찌그러져 있으라고.’했어요. 이건 그냥 저희들이 그냥 하는 말이에요.”

전문 조정자(Mediator) : 가해자인 수석이를 보며 “어떤 말씀을 들었습니까?”

가해자 : “세영이가 친구들과의 대화에 제가 끼어들어서 화가 나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야, 꺼져. 찌그러져 있으라고.’했다고 말했어요.”

전문 조정자(Mediator) : “이 말이 맞습니까?”

피해자 : “네, 맞습니다.”

전문 조정자(Mediator)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피해자 : “제가 그냥 하는 말을 세영이가 오해했던 거 같아요.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학교폭력과 회복적 정의의 출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법률 제11690호)에 따르면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라고 정의(定義)하고 있다. 이는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폭력 모두를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폭력’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올바른 행위를 정의(正義)라 한다. 이 정의는 질서와 평화를 아울러 포함한다. 전통적인 응보적 정의가 ‘잘못을 처벌’하는 개념이었다면 회복적 정의는 ‘관계 회복’에 그 초점을 둔다. 지금 학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스쿨 폴리스제도, 교내CCTV 설치,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사실 기록, 보복에 대한 가중처벌, 강제전학, 가해자와 피해자의 격리, 사회봉사 등은 응보적 정의를 실현하려는 방안이다. 이들은 폭력행동을 조기에 중지시키고 통제하는 효과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안들이 가해자의 잘못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처벌로 끝난다.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 학교 및 지역사회 공동체는 학교 폭력 사건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다. 피해자는 폭력으로 인한 고통과 분노를 그대로 안고 살아간다. 이제는 응보적 정의만으로는 인간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학교 폭력은 더욱 그렇다.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에는 저울을, 또 다른 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그리고 두 눈은 안대로 가리고 있다. 저울은 개인 간의 권리 관계에서 발생한 다툼을 한 쪽에 치우침 없이 해결하는 것을 의미하고, 칼은 사회 질서를 집행하는 제도를 말한다. 두 눈을 안대로 가린 이유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선입견과 편견에도 휘둘리지 않는 공평무사한 자세를 지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이 정의의 여신이 진화해야 할 때가 왔다. 아니 이미 진화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를 구속하여 벌을 주어 또 다른 범죄의 확산을 막는 것으로부터, 가해자와 피해자가 화해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정의로 바뀌고 있다. 일벌백계로서 사회질서와 평화를 깨뜨리는 사람을 제재하는 것에서 오히려 피해자의 정신적 육체적 물리적 피해를 회복시켜 주는 것으로 바뀌어야 할 때가 되었다.

 

정의의 여신이 두 눈을 감은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여 발생하는 선입견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다. 저울을 통해서는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이야기를 공평하게 듣고 말 할 수 있기 위한 기준을 나타낸다. 그리고 칼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입거나 손상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이다.

 

렌즈를 바꾸자


하워드 제어(Howard Zehr)가 쓴 <회복적 정의란 무엇인가(렌즈를 바꾸기(Changing Lenses)”>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정의는 눈을 가린 채 저울을 들고 있는 여신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 과정의 중심은 절차의 평등이지 환경의 평등이 아니다. 형사사법 절차는 모든 피고인들이 마치 법 앞에 평등한 것처럼 대우하려고 노력하면서, 각자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차이를 무시하도록 요구한다. 이 절차가 불평등한 자들을 평등하게 대우하려고 하는 까닭에, 기존의 사회, 정치적 불평등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사법은 그렇게 평등의 이름으로 불평등을 유지한다.”

 

이제 ‘응보적 정의(Retributive Justice)’에서 ‘회복적 정법(Restorative Justice)’로, 범죄에 대한 대응방식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한다, 우리가 쓰고 있는 렌즈를 바꿔야 한다. 렌즈를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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