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실버시대를 여는 '할머니 바리스타', 인생의 황금기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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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실버시대를 여는 '할머니 바리스타', 인생의 황금기를 맞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4.03.05 04: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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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습지생태공원에 있는 '카페 지 브라운'을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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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밝은 목소리가 먼저 들린다. 손님을 기분좋게 맞이하는 사람들은 다름아닌 ‘할머니’들이다. 월요일만 뺀 나머지 날, 남동구 소래습지생태공원 전시관 2층 ‘카페 지 브라운’에 가면 맛있고 값싼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이처럼 노인들이 보람되게 일할 수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카페 지 브라운은 60세 이상 된 분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일하는 카페다. 4일은 이양희(71), 권분식(62) 할머니가 일하는 날. 이들은 두 명씩 한 조가 되어 하루걸러 일을 한다.

일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들의 답은 간단하다. “일하기 싫을 때까지,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까지 할 거다. 우리는 실버라서 힘들지 않게 느긋하게 하루 걸러 일한다. 날마다 일하면 몸도 마음도 얼마나 힘들겠나. 카페에서 커피 내리고 손님을 만나는 일이 재밌다”며 활짝 웃었다.

유니폼을 입은 이들은 한눈에 봐도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 “일하고 있으니까 좀 활기차 보인다. 우리 카페는 넷이서 일하는데 팀워크가 좋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카페 문을 열 때부터 일하고 있는데, 무척 재미있다고 입을 모은다. 커피 이름도 외래어라 힘들고 종류도 많을 텐데 힘들지 않았을까. “물론 처음에는 어려웠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니 그리 어렵지 않게 다 외워졌다. 본사에서 석 달 정도 교육을 받고 커피를 내리고 있다. ‘아포카토’는 아이스크림에 커피를 얹는 것이고, 할머니 미숫가루는 우유에 말 그대로 미숫가루를 타서 내놓는 것이다. 이름이 참 정겹다”라며 할머니들은 환하게 웃었다.

지금이야 사람이 많아도 당황하지 않지만 처음에는 한꺼번에 몰려오면 당황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좀 느리니까 손님을 기다리게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늘 신경 써서 손님을 받으니까 요샌 그렇지 않다. 이제 날이 풀리니까 공원을 찾고, 우리 카페를 찾는 손님이 조금씩 는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사람이 엄청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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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일하는 게 즐겁다는 권분식, 이양희 할머니(왼쪽부터).

할머니들은 이 일을 하기 전부터 자원봉사를 하는 등 사회활동을 많이 했다. 이양희 할머니는 사랑의열매 같은 봉사단체나 밥집에서 일을 했고, 요즘도 근무가 없는 날엔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권분식 할머니는 일이 없는 날에는 등산도 가고 딸네도 간다. 이들은 날마다 매이지 않아 오히려 시간을 충분히 쓸 수 있다. 볼 일은 볼일대로 보고, 일은 일대로 하니까 좋다.

할머니들의 자녀들도 이들이 일하는 걸 좋아한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움직여서다. 용돈벌이도 하고, 활동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게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친구 중에는 일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지만 일자리라는 게 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이들을 부러워한다. 권분식 할머니는 “한 가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다른 일도 열심히 한다. 더욱이 나와서 일을 하다보면 사람을 알게 되고 알음알음 봉사활동도 찾게 된다”며 “무엇보다 사는 데 활력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용희 할머니는 “예전에는 사랑의열매에 가서 돈도 세어주고, 노인문화회관 안내데스크에도 있어봤고, 도서관에서도 일을 해봤다. 모두 돈을 버는 일은 아니었지만 나름 재미있고 좋았다. 지금도 이렇게 일하면서 돈도 버니까 즐겁다”며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움직여야 건강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커피를 좋아하기보다는 이렇게 깔끔한 데서 일하는 게 좋다. 커피를 내리는 일을 배운 것도 재밌고, 일을 해서 더 좋다. 나이 들어서 어디 가서 힘 쓰는 일도 하기 힘들고, 사무실에서 일할 수도 없는 나이 아니냐? 무슨 장사를 하려고 해도 돈도 있어야 하지만 목도 좋아야 한다. 요즘엔 뭘 시작해도 잘 안 된다고 하더라”며 “우리는 복 있는 사람들이다. 서로 팀워크도 좋다. 일을 누가 더 해도 되고, 덜 해도 되고 다 이해하고 넘어간다. 젊은 사람들처럼 네가 덜 했네, 내가 많이 했네 하면서 싸우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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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은 (주)미추홀카페 직원으로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다.
 
 카페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개 운동하러 오는 사람들이다. 공원에는 자전거를 타러 오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은 자전거가 있으니까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양희, 권분식 할머니는 이곳 소래생태공원에서 일하는 게 좋다. “경치도 좋고, 조용할 때가 많다. 이제 날이 풀리면 한겨울보다 손님이 많아질 것이다. 여기 공원은 운동 코스가 잘 돼있으니까, 한 바퀴 걷고 와서 간단히 커피 마시고 가는 손님들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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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바라본 소래습지생태공원 모습.
 
 
카페에서 인터넷이 되는지 물었다. “기본이다. 요즘에는 카페에 인터넷이 안 되면 손님이 오지 않는다. 가끔 젊은 사람들이 와서 공부하다가 간다”면서 “우리는 아메리카노가 2천이니까 학생들도 부담이 적다고 말한다. 요즘 시내에서는 밥값보다 더 비싼 커피를 대학생들이 들고다닌다. 우리도 어쩌다 친구를 만날 때 비싼 커피를 마시면 맛도 없는데 왜 이렇게 비싼가 싶다. 다 자릿세가 비싸서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서 오세요!” 할머니들의 밝은 목소리가 들리면서 손님 셋이 들어온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이 근처에 살아서 자주 왔는데, 요즘에는 잘 오지 못했다. 오늘은 친구들과 커피 마시려고 왔다”고 말했다. 커피를 마시고 방금 전에 나온 손님은 “예전에는 여기에 올 때 집에서 커피를 싸가지고 왔는데, 이제는 그냥 온다. 2천원에 할머니들이 내려주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다시 운동하니까 몸도 마음도 가볍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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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지 브라운 안에는 커피 향과 친구들의 수다가 짙게 배어 있다.

(주)미추홀카페 직원 김명준씨는 “우리 회사는 노인친화형이다. 2010년부터 인천시에서 실버카페에 대한 관심을 가질 때 시작했다. 가족공원인 승화원을 시발점으로 해서 다섯 군데에 실버카페를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12년도에 인천시노인인력개발센터, 인천시, 보건복지부 등이 컨소시엄을 맺어 시에서 2억원, 국비 2억 5천만원을 받아서 회사가 만들어졌다”면서 “나이드신 분들이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고 계신다. 처음에 우리 회사는 교육장 같은 규모였다. 처음에는 노인일자리사업에 필요한 어르신 위주로 교육을 하자고 했다가, 일반인에게도 저렴하게 교육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노인분들이 교육 받을 때는, 지금 일하는 분들은 직원으로서 직무교육을 받으셨다. 4대보험 들고, 최저시급에 각종 수당을 받게 해드리고 있다. 월급은 일하신 만큼 갖고 가신다. 많게는 40만원대, 적게는 30만원대다. 일주일에 세 번 일하시지만, 경우에 따라서 네 번이 되기도 하고 두 번이 되기도 한다. 격일제나, 3일에 한 번씩 일하시니까 때에 따라서 급여가 적을 수도 있다.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며 “노인분들은 2급 취득한 분도 계시고, 준비하는 분도 계시고, 3수 하고 계시는 분도 있다. 4수 만에 붙는 분도 있다. 자격증을 따실 때 성취감을 느끼신다. 커피종류도 많고 외래어 이름을 외우는 걸 필기시험 볼 때는 어려워하신다. 어떤 분은 시험 볼 때 지나치게 긴장해서 떨기도 하신다. 하지만 일반인과 다르게 매장에 곧바로 투입되니까 실제로 연습하게 된다. 그 자체가 도움이 많이 되실 것이다”면서 나이든 분이라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실버카페를 더 늘릴 계획이 있나 물었다.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정상적인 영리기업은 아니고 커피값도 비싸지 않다 보니까, 올해 내년에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물론 언제든지 어디서 좋은 자리를 제공해주겠다는 데가 나타나면 노인분들한테 일자리를 만들어 드릴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카페 지 브라운’은, 고령자 친화기업이라 예전에는 ‘꿈꾸는 카페’라고 했다. 그러다가 브랜드화시키자, 나중에 하나의 프랜차이즈 역할로 전환할 수 있게 하자라는 생각에 이름을 지 브라운으로 바꾸었다. ‘카페’는 ‘Kaffee’라는 독일어에서 따왔고, 'G'는 ‘골든’을 뜻하고 ‘브라운’은 갈색을 뜻한다. 여기서 ‘브라운’은 ‘황혼’, ‘인생의 황금기’, ‘인생의 제2의 황금기’라는 뜻에서 따왔다.

뭔가 새로운 일을 배우는 데 적당한 나이가 있을까. 이제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도 나이가 없는 듯하다. 나이를 먹어도 일을 할 수 있고, 그에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면 인생이 더욱더 신날 것이다. 나이를 먹는 일이 더 이상 짐이 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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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습지생태공원 전시관 2층에 실버카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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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숙 객원기자 2014-03-06 12:17:01
저도 종종이용하고 소래에가면 이 카페에서 차 한잔은 사서 마시자고 페북에 홍보도 하곤하지요
근데 기사내용중 미추홀카페 직원인터뷰 내용이 중복되어 연달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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