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동구의 역사, 문화와 함께 하는 ‘인천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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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동구의 역사, 문화와 함께 하는 ‘인천발품’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3.19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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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빡세게 걷기’ 진행하는 장한섬 대표


중구와 동구를 걷는 ‘인천발품’은 2009년 8월, 첫 마실을 했다. 일정이 만만치 않은데다 날씨까지 더우니 힘이 들어 이후에는 봄, 가을로 날짜를 조정했다. ‘인천발품’을 기획한 ‘플레이캠퍼스’ 장한섬 대표는 한 해 한두 번씩 꾸준히 ‘발품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중구와 동구는 도시 형성의 배경이 많이 다르다. 20세기 초 중구는 시청, 은행이 있는 정치, 금융 권력의 중심지였다. 호텔도 많았다. 반면 동구에는 호텔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푸줏간과 달동네가 있었다.


“도원역을 기점으로 오른쪽에는 철공소가, 왼쪽에는 목공소가 있었어요. 지금 두산인프라코어가 있는 자리에서 예전에는 탱크를 만들었죠. 동구에는 왜 목공소가 많았을까요? 달동네를 배경으로 유추해보면 작은 집에 애들이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날락거렸을 거 아녜요. 목재를 이용해 그런 걸 만들었겠죠.”


장한섬 대표는 ‘인천발품’ 포스터에 ‘구간의 차이는 미약하나 구라의 차이는 창대하다’고 썼다. 달동네와 문지방, 목공소의 연결은 장 대표의 ‘구라 마인드’에서 나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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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한섬 '플레이캠퍼스' 대표 ⓒ 이재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걷는 ‘발품’ 일정은 다음과 같다.


도원역 출발. 한국철도 최초 기공지에서 평화시장을 거쳐 우각로 문화마을에 간다. 영화학교와 여성 기숙사를 구경, 창영교회와 러일 전쟁시 침몰한 배의 고철로 만들었다는 설이 있는 창영초등학교를 지난다. 배다리 탐방(띠 갤러리, 마을사진관 다행, 아벨서점 등) 후 배다리 안내소에서 새참을 먹는다.


김구선생이 옥살이를 하던 곳

인천감리서 터로 가니

감리서 터는 말할 것도 없고

곽낙원 여사가 머물며 아들 밥 해 주던 집도

아무런 흔적도 없이 싹 밀어버린 일이 못내 아쉽고,


수도국산박물관을 돌아보고 송현시장, 양키시장, 화평동 냉면골목, 화수 자유시장를 지나며 역사적 사실과 문화적 허구가 섞인 이야기를 듣는다. 화도진 도서관에서 ‘교양미 넘치는’ 점심을 먹은 뒤 화도진 공원을 돌아보고 차이나타운으로 이동한다. 제물포구락부, 자유공원, 짜장면박물관 등을 들른 뒤 간식을 먹는다.


이제 예식장 이름은

주차장이름에만 남아 있고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을 안 하거나 못하는데

노인들의 수명은 날로 길어지니

예식장이 요양원으로 바뀐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


아트플랫폼과 주변(근대문학박물관, 개항장박물관)을 방문하고 감리서터, 신포동의 베네치아 신포시장을 구경, 요양병원으로 바뀐 신신예식장 자리를 확인하고 가구, 웨딩, 그릇 거리가 있던 싸리재, 용동 우물터, 인천학생문화회관이 생기게 된 배경을 보고 듣는다. 삼치거리에서 뒤풀이 후 마무리한다.


비도 오는데 너무 한꺼번에 많은 곳을 다녔지만

알아야 사랑하는 거지,

계속, 인천에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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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식 겸 새참 먹는 장소인 배다리 안내소 ⓒ '마을사진관 다행' 강 제공



강도 높게 걷는 이유를 물었다. “기존의 관성, 가치관으로 도시를 보면 안 되기 때문에 저항력을 떨어뜨린 뒤 있는 그대로 보게 하는 거죠. 뇌의 유희가 아닌 몸의 각인화 작업입니다.”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구간의 정밀함이 아니라 구라의 창대함을 보여주는 거예요.” ‘보통 사람’이 만든 ‘보통 기획’은 아닌 게 분명하다.


인천을 돌아본다고 하면서도 중구에 있는 차이나타운만 들르거나 동구의 수도국산박물관, 배다리만 보고 가는 사람이 많다. ‘인천발품’은 도시 형성 역사와 정치경제 배경이 다른 동구와 중구를 한 번에 보고 느끼자는 취지에서 기획했다. 가장 큰 목적은 지난 3월 1일 오픈한 배다리 안내소 홍보다. 수익은 배다리마을공동체 기금으로 사용한다.



장한섬 대표가 운영하는 ‘플레이캠퍼스’는 놀이와 연주가 있는 공간으로 연극, 문화공연, 콘서트, 인문학 강연이 열리는 소극장이다. 놀이, 노동, 학습을 하나로 엮는 ‘공간의 놀이터’다.


장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다. “나는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자라고 인천에서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정체성을 의심받는다. “장한섬, 참 부산스럽네.””


‘부산스러운’ 장 대표의 ‘빡센’ 중, 동구 마실이 궁금하다면 오는 29일(토요일), 인천발품에 도전해보자.



+

궁서체로 인용된 글은 신현수 시집 ‘인천에 살기 위하여’에 실린 동명의 시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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