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신포니에타 조화현 단장과의 솔직담백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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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신포니에타 조화현 단장과의 솔직담백한 인터뷰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4.10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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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하우스 현' 이어 10년 후엔 음악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i는 인천의 i, 신포니에타는 ‘작은 실내악단’이라는 뜻이다. ‘신포동’의 ‘신포’가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오해한다. 그렇게라도 기억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신포니에타가 '작은 실내악단'이라는 뜻이라지만  'i-신포니에타'는 인천에서 결코 작지 않은 역할을 하는 클래식 악단이다.
 
2004년에 창단한 i-신포니에타(April 현악앙상블에서 명칭 변경)는 지난달 중구 우현로 75번지에 ‘영원한’ 둥지를 틀었다. 그간의 활동과 성과는 본지뿐 아니라 다수의 매체에 소개되고 알려졌다. 인천에서 꾸준히 클래식 음악을 해왔다는 것, 단원이 7명이라는 것, 문화재 및 박물관 공연, 소외계층 학생과 함께 하는 ‘엘 시스테마’, 무료웨딩콘서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와인파티, 그리고 초중고등학교 방문 연주회까지. i-신포니에타는 인천의 클래식 음악 전파에 톡톡히 한 몫을 했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는 없을까. 익히 알려진 i-신포니에타도 좋지만 악단의 리더인 조화현 단장에게 좀 더 집중할 수는 없을까. 한두 걸음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클로즈업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행여나 인터뷰 당일에 당황하실까 봐 전화로 “취미 같은 걸 물어보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어요?” 넌지시 암시했다. 조 단장은 웃음으로 오케이. 그녀는 인천 토박이다. 동구 화수동에서 태어나 동인천과 신포동을 오가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봄꽃처럼 화사하고 다정한 ‘클래식 음악가’와의 대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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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가을, <시사인천>과의 인터뷰에서 관절염 때문에 바이올린 연주를 그만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건강은 좀 어떠세요. 요즘에도 잠을 두세 시간밖에 못 주무시는지.

-> 자주는 못 하고, 가끔 연주해요. 연습을 많이 하면 손이 붓고 아파서요. 잠은 많이 줄었어요. 예전에 신포니에타 만들고는 직원 없이 혼자서 이것저것 하느라고 두세 시간밖에 못 잘 때가 많았어요. 집에 가서도 게시판 돌아다니면서 글 올리고, 홍보하고... 그때 한참 적게 자고, 안정이 되면서는 좀 괜찮았는데 ‘콘서트하우스 현’ 오픈하면서 지금까지 또 못 자고 있어요.(웃음)


- ‘i-신포니에타’는 어떻게 운영하나요. 신포니에타를 응원하는 후원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들었습니다. 공연하는 데 필요한 것을 ‘알아서’ 챙겨준다고요. 후원만으로 운영이 되나요. 후원자가 몇 명 정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 아직은 많지 않아요. 한 달에 한 번씩 후원하는 분들이랑 이사님들이랑 모여서 회의를 해요. 이제 정식 공연장이 생겼으니까 회원제로 운영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 무료웨딩콘서트는 꾸준히 하는 프로그램인가요. 어떤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가요. 외국인이나 연세가 많으신 분도 있나요.

-> 해마다 6월에 하고 있어요. 7호 부부까지 탄생했어요.

시작은 박물관 공연을 기획했을 때였는데, 진짜 어려워서 결혼식을 못 올리신 분이 대상이었어요. 결혼한 지 20년? 25년쯤 되시고, 어렵게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부였죠. 그때가 제일 재미있었는데 그때 프로그램이 행진곡, 왈츠, 춤곡에 대한 거였거든요. 왈츠를 연주하다가, 행진곡 소개를 하는 가운데 그 분들이 행진하면서 들어오는 거였어요. 맨 앞줄에 가족들을 앉히고... 새얼 이사장님이 덕담해주시고 박물관장님이 성혼선언문을 낭독해주시고요. 그렇게 시작이 된 거죠.

이후 문화재에서 공연하면서 그곳에서 한 쌍씩 탄생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다문화 가정을 해달라는 요청이 왔고 두 쌍을 같이 하게 됐어요. 시나 여성단체에서 합동결혼식을 원했거든요. 지원은 많이 받았지만 진짜 한 쌍만을 위한 웨딩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한 쌍은 너무나 다정다감한데 같이 합동결혼식을 하면 서로 비교도 되고, 하객도 겹치고 그렇더라고요. 그분들도 얼마나 ‘제대로 된’ 결혼식을 하고 싶으시겠어요. 이후로는 무조건 한 쌍만을 위한 결혼식을 하고 있어요.

올해도 6월 둘째 주 토요일에 결혼식이 있어요. 아직 부부는 결정이 안 났고요, 혹시 무료 웨딩이 필요하신 분은 연락 주세요. 지금은 소문이 나서 서로 도와주려고 하는 분이 많아요. 웨딩드레스를 지원해주겠다, 꽃은 우리가 해준다, 그렇게요. 작년에는 합창단까지 참여했어요. '정말 나도 저런 결혼식은 못 할 것 같다' 하는 그런 결혼식을 올려드렸어요. 도와드리고 나면 굉장히 뿌듯하고 좋아요.


- 클래식을 낯설고 어려워하는 분들을 위해 공연 전에 음악가의 생애나 악기에 대한 특성, 곡에 대한 설명을 곁들인다고 하셨는데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알고 나면 더 잘 보이고 더 잘 들리잖아요. 사진 전시회에서 작가노트를 읽거나 미술관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것과 비슷한 이치 아닐까요.

-> 맞아요. 저도 그래요. 사람을 알면 음악이 다르게 들려요. 일화 같은 걸 들려주는 거죠. 차이코프스키를 우리가 굉장히 좋아하잖아요. 차이코프스키가 동성애자였거든요. 그가 동성애자였다, 그 얘기만 하면 “그래? 난 그 사람 거 안 들을래.” 그러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동성애자였는데 이러이러해서 이런 음악을 만들었고, 누가 후원을 했고 등을 얘기해주면 흥미로워 해요.


- 경인방송에서 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은 지금도 하시는 거예요? 토요일, 일요일에 했던 클래식 방송이요.

-> 아뇨, 6개월밖에 못했어요. 방송이 폐지돼서 많이 아쉬웠죠.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어요.

DJ 꿈도 예전부터 있었는데 어느 날 그게 찾아온 거예요. 경인방송에서 클래식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면 어떻겠냐고 연락을 하셨어요. 음악방송 DJ는 공연장을 짓고 싶었던 것만큼이나 하고 싶었던 일이거든요. 그걸 이룬 거죠.

아쉽지만 디제이 부스가 여기 '콘서트하우스 현'에 마련됐으니 여기서 다시 시작하려고 해요. 차 마시러 오시는 분들 대상으로 하루에 1시간씩 방송하고, 인터넷 방송으로 내보내려고요. 팟캐스트에 올릴 수도 있고요. 아직은 여유가 없지만 곧 시작할 거예요.


- 텔레비전 방송도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요.

-> 하하. 불러주시면요.


- 요즘은 얼마나 자주 공연을 하나요. 곡이 자주 바뀌고 그러나요. 많은 곡을 연주하려면 연습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 1년 프로그램이 나와 있잖아요. 3월에는 무슨 공연, 4월에는 무슨 공연... 프로그램마다 공연이 바뀌어요. 계절에 어울리고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연주하죠. 학교에 갔을 때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곡을 하고, 경로당이나 장애인 단체에 갔을 때는 또 다르고요. 가요, 팝을 편곡해서 연주하기도 해요.

한 달에 두 번 정기공연이 있어요. 지난달에는 4-5회 공연했고 이번 달에도 그 정도가 될 것 같아요. 단원들과는 일주일에 2번씩 연습을 하고 있어요.


- 클래식 음악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 ‘콘서트하우스 현’에 있으니까 더 좋은데, 음악 들으면 편안하잖아요. 생각할 수 있고, 생각을 안 하고 멍하니 있어도 편안하고요.

일단 가사가 없잖아요. 사랑하다 헤어지고 나서 가사 있는 노래를 들으면 다 내 얘기 같고 그렇잖아요. 클래식은 그 자체로 나랑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추억을 담을 수 있는 음악이죠.


- 추억을 담을 수 있다고요?

-> 이를 테면 지금 흐르는 곡이 모차르트의 ‘작은 별 변주곡’이잖아요. 이 음악이 나오면 저는 이 음악 갖고 초등학교 가서 연주했던 일, 아이들한테 이런저런 얘기 했던 때가 떠올라요. 어떤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때 내가 뭐했었는데, 하는 추억을 담을 수 있죠.

(이 음반의) 첫 곡이 결혼행진곡이었는데, 그러면 다문화 무료웨딩 했을 때의 추억이 생각나고, 하나하나 얘기를 담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여기서 팝도 듣고 가요도 듣고, 두루두루 다 좋아하는데 클래식을 듣고 있으면 행복해요.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클래식은 어렵다고 생각하니까 쉽게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방법을 더 많이 고민해야죠.


- 어떤 음악가를 좋아하세요?

-> 누구랄 것 없이 요새는 다 좋아요. 모차르트는, 예전에는 굉장히 연주가 가볍다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모차르트도 너무너무 좋아요. 베토벤을 듣고 있으면 베토벤도 너무 좋고. 누구 하나 뺄 수 없이 다 좋아요.

학교 다닐 때는 멘델스존, 브람스도 좋아했어요. 지금은 작곡가 나름으로 모두 좋아요. 아주 가볍지만 크라이슬러도 좋고, 요한 스트라우스가 없었으면 우리가 활기찰 수 있었을까 생각하고요.

음악 방송 진행하면서 작곡가 찾고 조사하고 해서 살펴 보니 모두 그들 나름의 고유한 삶이 있었어요. 슈베르트는 진짜 우울하잖아요. 근데 슈베르트 음악을 듣다보면 '아, 이 사람에게 이 음악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이렇게 곡을 만들 수밖에 없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 참, 지난해 하반기에 발족한 ‘아줌마 포럼’에도 관계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어떻게 활동하고 있나요.

-> 여러 분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고 회원도 많이 늘었어요. 저는 거기 자문위원이에요. 얼마 전에 이곳에서 포트럭 파티도 하고, 방송에서 찍어가기도 하고 그랬어요. 세미나도 하고요. 전 행사 있을 때만 참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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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미가 뭐예요. 시간이 나거나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주로 뭘 하세요.

-> 요리!(웃음) 아니에요. 저희 셰프님이 요리를 잘하시고 저는 세팅, 장식하는 거 좋아해요. 꽃을 좋아하거든요. 꽃으로 예쁘게 장식하고, 꾸미고. 거기서 행복을 찾아요. 곁눈질로 요리도 좀 배우고요.


- 커피나 술 좋아하세요?

-> 커피를 많이 좋아해요. 하루 종일 커피를 들고 있을 정도로요. 커피도 잘 뽑고요. 술도 조금 마시죠. 어제도 직원들하고 회식했거든요. 소맥도 마시고...(웃음)


- 단장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혹은 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랄까요.

-> 우선은 i-신포니에타죠. 악기를 계속 연주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에 소중하고 중요해요. 지금은 '콘서트하우스 현'을 만들었으니 여기가 또 가장 중요한 공간이 됐고 여기서 공연을 하고, 새로운 음악가를 발굴해내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사람인 것 같아요, 사람.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 '콘서트하우스 현'에는 매니저님, 사무팀장님, 저, 그리고 알바하는 학생이 있거든요. 각자 분야가 다르잖아요. 매니저는 음식을 하고, 알바생은 애니메이션을 하고, 각자 분야에서 재미있는 일들을 하고 있거든요. 6개월 후쯤에는 뭔가 이 공간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 것 같아요.

적어도 나랑 관계를 맺었던 사람은 끝까지 믿어주고 지켜줄 수 있었음 해요. 우리 알바생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믿음직하게 자기 일을 잘 해요. 여기서 열심히 하면 내가 그쪽으로 소개시켜 주겠다고 농담처럼 얘기하지만 꿈을 갖게 해주고 싶어요. 제가 기획을 하면 우리 매니저님은 아름다운 음식을 만들고, 저는 예쁘게 세팅을 하고, 사무팀장님은 사무적인 일을 해주고... 이런 식으로 이 작은 공간에서도 일들이 하나하나 벌어졌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콘서트하우스 현'을 찾아주시는 관객들도 어떤 꿈을 하나씩 안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요.

-> 그때도 이 공간을 지키고 있다면 멋진 기획자가 되고, 제가 하는 음악방송도 유명해지고, 말씀해주신 것처럼 텔레비전 방송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웃음)

지난 3월 교통방송에서 인터뷰 했을 때 “10년 후에 음악학교를 만들 거예요.” 그랬어요. 제가 10년 전 실내악단 시작하면서 “공연장 만들고 싶어요.” 그랬는데 이뤄졌잖아요. 여기서 커피를 뽑고 있지 않는다면 음악학교를 하고 있겠죠.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아이들이 와서 배우고 연주할 수 있는 소중한 음악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전문 교수를 초빙해서 가르치는 건 큰 데서 하실 일이고, 저는 작은 음악학교를 만들 거예요.


- ‘인천in’과 협약을 맺어서 인천in 후원독자 분들께 공연 관람 디스카운트도 해주고 그러는 거 어떠세요.(웃음)

-> 좋죠. 인천in 독자를 위한 공연을 따로 만들 수도 있고요. 와인파티에 옷을 잘 차려입거나 아는 사람끼리만 오는 그런 게 아니라 일반시민이 와서 '우리도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향유하는 거예요. 공연 보기 전에 와인이나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도 하고요.

단체 모임을 와인파티에 와서 하시는 분도 있어요. 그 시간을 활용해서 만나고 연주가 끝나고 차를 마시거나 맥주 마시면서 뒤풀이를 할 수도 있고요. 스크린, 프로젝트, 모니터가 있어서 세미나나 회의 장소로 이용하셔도 좋을 거예요. 또 케이터링 서비스도 하기 때문에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가격에 맞게 준비해 드리죠. 행사 계획도 짜드릴 수 있고요. 와인파티는 넷째 주 수요일에 열리는데, 보통 150-200명이 참석하세요.


- ‘인천in’에 바라는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 초창기부터 인천in을 봐왔는데 최근 들어 조금 가벼워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는 것 같고, 인천 ‘in’이잖아요. 시민들이 만든 신문이고요. 인천에 사는 평범한 시민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 인천 사람들이 나눌 수 있는 따듯한 이야기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여성독자들은 그런 걸 좋아하니까요.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 원 없이 여행하고 싶어요. 여행을 많이 못 다녔어요. 늘 바빴거든요. 아직 유럽여행도 못 가봤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돈 걱정도 안 하고, 우리 단원들 어떻게 해야 하나, 연주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걱정 안 하고 몇 달만 여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웃음)


*귀를 돌아 감고 흐르는 선율. 그러고 보니 인터뷰 내내 클래식 음악이 들렸다. 볼륨이 조금 큰 것 아닌가... 조 단장 얘기에 귀 기울이기 위해 몸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 가슴을 조금 더 앞으로. 통했다고 표현해도 될까. 부드러운 멜로디로 마음을 적신 듯 기분이 참 좋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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