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도시 인천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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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도시 인천을 꿈꾸며
  • 박인규 시민과대안연구소 소장
  • 승인 2014.05.09 0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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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칼럼] 시민과대안연구소 협약

세월호 안전.jpg

온 국민을 비탄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가 빚어진지 벌써 3주가 흘렀다. 실종자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분주히 바닷속을 오가는 잠수사들의 사투는 극한을 오가고, 전국의 합동분양소를 찾는 시민들의 애도의 발걸음은 끝없이 이어지고, 돈벌이에 눈이 먼 선사의 불법비리는 한없이 쏟아져 나오고, 재난에 대응하는 정부와 관계기관의 무능과 무책임은 도를 더해가고 있으며, 이를 질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바닷 속에 잠겨버린 세월호의 시계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시계도 온갖 혼돈 속에 멈춰버린 듯하다.   


아침에 일어나 궁금한 마음에 TV를 켜서 지난밤 실종자수는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해보고, 낮 동안 틈틈이 인터넷으로 관련 소식을 검색해 보고 잠자리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또 TV를 마주하고 난 후에야 잠을 청하는 지난 3주간의 동일한 패턴의 생활을 많은 국민들이 겪어왔다. 마치 대다수 국민들이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과 한 마음인 것 같은 집단적 동질감을 공유하고 있기에 쌓여가는 비탄과 분노의 감정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해 왔다. 그래서 흥겨운 놀이 문화도 달아올라야 할 지방선거 분위기도 아직은 냉랭하다. 책임을 지우기 위한 수사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어도, 더욱이 문제점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대안을 내세우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가고 있어도 아직은 애도의 분위기에 파묻혀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실종자 수색이 완전히 종료되고 나서야 언론도 정부도 정치권도 국민들도 서서히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려나 보다. 그동안 수많은 황당한 대형재난 사고를 겪고도 신속하게 이를 망각해온 씁쓸한 전통이 이번에는 깨질 것 같다. 그만큼 슬픔 속에 잠재된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아니 깨져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제대로 다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재난사고에 신속하고 훌륭하게 대처하는 선진국들의 사례가 그 어느 때보다 부럽지만 그들이라고 대형 재난사고를 겪지 않았겠는가? 다만 우리나라와 선진국 사이에는 망각과 교훈이라는 화해할 수 없는 단어를 각각 짝짓기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사건을 겪으며 우리들의 마음속에 깊게 각인된 말은 ‘안전’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성장, 복지, 환경, 고용 및 교육 등을 국가가 책임져야 할 담론으로 끌어올리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면 정부의 요란한 구호와는 달리 은연중에 안전이란 그저 개인들이 신중하고 조심해서 위험을 피하면 되는 것 정도로 국민들이 인식하도록 가볍게 취급해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는 사이에 산업재해율과 어린이교통사고 사망률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세월호 사건은 숱한 재난 경험에도 불구하고 동일하게 반복될 수밖에 없었던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많다. 


그래서 혹자는 인본주의(人本主義)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여 이를 해결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응급차량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무조건 차량을 길 가에 정차시켜야 하며, 통학버스가 정지하면 모든 차량은 정지하고 버스가 떠날 때까지 움직이지 못한다. 더불어 같은 방향으로 가는 차들은 물론이고 반대방향에서 오던 차들도 정지한다. 영국에서는 2007년에 기업살인법을 제정한 후 노동자 1명의 사망사고를 발생시킨 기업에 약 7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산재사망 벌금이 단지 50만원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선진국의 두 배가 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나아가 안전이라는 것이 단지 건축과 시설물 및 특정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도시 자체가 안전한지 진정으로 안전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는 것도 필요하고 중요하다. 지난 1989년 9월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제1차 사고와 손상예방 세계학술대회에서 안전도시(Safe City)라는 개념이 공식적으로 대두되었다. 안전도시는 '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이 대회의 선언에 기초하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끼치는 사고와 손상에 대하여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이 예방 활동을 통해서 안전의식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도시를 말한다.


안전도시를 지향함에 있어서는 단지 새로운 기구나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고나 손상 예방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존의 기관과 단체들이 역량을 결집하여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중요시하고 있다. 대형재난사고가 나면 새로운 재난관리기구를 신설한다는 등의 면피용 호들갑이 아니라 사고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통합적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하는 것이다.  


무수히 많은 재난사고들이 지휘체계의 혼선으로 피해를 키웠던 사례들을 보면 통합적인 콘트롤 타워의 중요성을 확인하게 된다. 더불어 상황에 따른 매뉴얼을 만들고 안전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체계적으로 실시하여 재난사고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안전 관련 시스템 정비해야 한다. 또한 일상생활에서부터 보행질서와 교통법규를 지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안전이 나와 우리 가족만의 문제를 넘어서서 이웃이 서로 안전지킴이가 되어주는 안전공동체(Safe Community)가 안전도시(Safe City)의 튼튼한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공동체가 무너진 곳에 국가가 모든 것을 대체해 줄 수는 없다. 법제도의 정비와 시스템 구축을 통해서 국민의 안전을 담보해야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은 쉼없이 경주되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마을과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공동체의식과 참여가 안전공동체를 담보하는 기초가 되어야 한다. 


더욱이 개발과 성장의 논리속에 외형적인 성장을 거듭해 온 인천은 그 어느 지역보다도 사고의 잠재력이 큰 도시다. 덩치만 큰 미숙한 어린아이가 되어있지는 않은지 둘러보아야 한다. 1999년도에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건으로 57명이 사망하고 81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피해자중 다수가 꽃다운 나이의 중고등학생이었던 점을 상기해 보더라도 그리고 이번 세월호 참사의 지역적 출발이 인천이었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차제에 안전에 대한 지역사회의 총체적인 관심과 점검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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