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자치’에서 해답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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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자치’에서 해답을 찾자!
  • 김진숙(인천교육연구소 연구원, 인천남동고)
  • 승인 2014.05.22 0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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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인천교육 미래찾기(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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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심층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해결책도 절대 단순할 수가 없다. 사회와 가정, 학교의 모든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그 모든 요인들에서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우선 교육적 측면에서 최선의 해결책이 무엇인지 찾아보고자 한다.

 

가해자, 피해자, 그리고 목격자이자 방관자

 

지난 주 칼럼에서 필자는 가해자 역시 사회와 학교가 만들어낸 또 다른 폭력의 피해자일 수도 있음을 말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해학생의 행동을 당연시하거나 처벌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가해학생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책임을 지게 해야 하며,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끔찍한 짓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학교폭력사안에 대해 학생부에 기재한다고 해서 학교폭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궁지에 몰린 가해학생이 더 심각한 폭력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노르웨이의 ‘올베우스 교수’는 학교폭력에 가담했던 청소년이 성인이 됐을 때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일반 학생보다 4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가해학생들을 바로잡는 것은 학교폭력으로 고통 받는 피해학생들을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 사회의 구성원이 될 가해학생의 미래와 사회범죄의 예방적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가해학생도 아직 성인이 아닌 청소년이기에 그들이 학교폭력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학생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교육해내야 하는 것도 이 사회와 교육이 감당할 부분인 것이다.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당하는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이미 많은 매체에서 보아왔을 것이다. 학교폭력뿐만이 아니라 모든 폭력은 인간의 정신을 파괴시켜 정상적으로 살 수 없게 한다. 때로는 폭력의 고통으로 인해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내던지기도 하고, 때로는 축적된 분노가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성으로 전이되면서 피해자가 가해자로 돌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피해자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 바로 학교폭력의 현장을 목격하게 되는 목격자이다. 정상적인 심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든 폭력의 현장을 목격하며 끔찍함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목격자들은 대신 고통을 당하거나 자신이 다음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또는 피해 학생과 어울려서 자신의 지위를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대부분 폭력의 현장을 방관하게 되는데, 이런 아이들에게서 심각한 트라우마가 발생한다고 한다. 최근 방영된 EBS의 다큐프라임에서는 미국의 상담심리학자 리처드 해즐러(hazler) 박사의 ‘방관자의 트라우마’에 대한 연구 내용이 소개되었다. 집단 괴롭힘을 지켜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땀의 분비량’이나 ‘심박수의 변화’ 등을 측정한 결과, ‘대지진 참사현장’의 트라우마 레벨보다 더 높았으며, 이들이 받은 심리적인 충격이 ‘천재지변 또는 생명의 위협을 받은 경험을 했을 때의 충격’과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도우려고 담임교사에게 편지를 썼다가 오히려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혀 괴로워하다 자살한 대전의 여중생이나 집단 괴롭힘 때문에 자살한 친구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자살한 대구 여고생의 경우, 목격자나 방관자가 겪는 심리적 고통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예방’과 ‘치유’

 

그렇다면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모두가 사실상 피해자이며,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되어 제2, 제3의 폭력을 낳게 되는 학교폭력의 최선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 두 개의 관점에서 해결책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첫째, ‘예방’이다. 피해자가 겪는 고통을 생각해볼 때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난 후의 처벌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으며, 효과 역시 미미하다. 게다가 아직 사고가 미성숙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처벌에 있어서도 조심스러운 측면이 매우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교육이며, 예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둘째, ‘치유’다. 현재 학교현장에서 ‘치유’에 대한 조치는 주로 피해학생에게 맞춰져 있고, 가해학생이나 목격자 등에 대한 교육이나 치유는 등한시되고 있다. 가해학생에 대한 교육과 치유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이들은 또다시 폭력 행위를 반복하게 될 것이며, 사회에 나와서도 지속적으로 폭력행위를 일삼게 될 것이므로 이들의 교육과 치유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는 학교폭력의 재발을 방지하면서, ‘치유’가 곧 ‘예방’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목격자이자 방관자인 학생들 역시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 피해자로서 ‘치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해학생에 대한 교육은 ‘포기하지 않는 교육, 문제 이후의 교육, 상처를 나누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문제 학생들의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정체성을 확립시킴으로써 삶의 목적을 발견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최근에 방송된 MBC의 ‘리얼스토리 눈-비행청소년의 소년법정’이라는 프로그램은 가해학생의 교육과 치유의 측면에서 매우 의미 깊었다. 소년법정에서 비행청소년 회복센터인 ‘대안가정(사법홈)’으로 가라는 판결을 받은 비행청소년들은, 가정에서와 같은 관심과 돌봄을 받으면서 동시에 범법 행위에 대한 봉사활동과 교육을 이수하게 된다. 주목할 점은 사법홈 아이들의 재비행률이 ‘18%’로 소년원에 간 경우보다 절반가량 낮은 수치를 보인다는 것이다. 소년법정의 담당판사는 “소년법정은 치유법정이다, 법정의 처벌보다 가정의 사랑이 이들을 반성하게 한다” 라고 말한다. 결국 비행청소년을 변화시킨 비결은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며, 이것이 아이들을 반성하게 하는 열쇠라는 것이다.

 

해답은 ‘자치’다.

 

그렇다면 ‘예방’과 ‘치유’를 아우르는 학교폭력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필자는 그 해답을 ‘교육자치, 학생자치’에서 찾고자 한다.


한 서울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반복적으로 가해 행동을 하는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 학생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공감 능력’의 부족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공감 능력과 정서처리 능력을 촉진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찌 가해학생뿐이겠는가? 한국 학생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동료와 협조하며 조화롭게 지내는 능력, 갈등을 조절하고 해결하는 능력인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이 현저하게 부족하다고 한다. 이는 경쟁만을 강요해온 우리나라의 교육이 불러온 필연적 결과라 할 것이다.

 

학교폭력의 문제는 대부분 개인 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관계 형성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친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존중할 줄 아는 교육, 사람에 대해 지켜야 할 예의를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은, 교육이 오로지 성적과 입시만을 향하는 미친 질주에서 벗어나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교육, 관계가 중심에 놓이는 교육으로서 제자리를 찾을 때 가능할 것이다. 교육부의 사후약방문격인 처벌 위주의 교육정책이 아니라 가해학생들이 스스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깨닫고, 진심으로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자각을 갖게 하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의 가능성을 필자는 ‘자치’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선한 의지가 발현될 수 있도록, 학교 단위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프로그램이 자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회복적 정의’와도 그 끈이 닿아있다고 할 수 있다.

 

학교폭력예방프로그램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는 노르웨이의 ‘올베우스 프로그램’이나 핀란드의 ‘키바 코울루’도 자치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학교폭력 문제와 관련한 내용을 의무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정규 학교수업으로 듣는다고 한다. 수업의 내용은 왕따가 되어보는 ‘역할극’과 관련 내용의 ‘영화감상’, ‘학생들의 토론과 발표’ 등이다. 역할극을 통해 학생들은 피해자의 마음을 깊이 있게 공감하게 되고 학교폭력이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 행위인지를 깨닫게 된다. 또한 피해학생을 도와주는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침으로써 방관자가 생기는 것을 막으며, 학교폭력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침묵하는 다수의 방관자라는 것을 가르친다. 그리고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규정’을 토론을 통해 정하게 되고, 이 규정을 지키겠다는 서약을 하게 된다. 이로써 학교폭력을 없애는 데 큰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마을교육공동체연구소 ‘문재현 소장’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는 ‘평화샘 프로젝트’로 학교폭력예방과 해결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올베우스 프로그램’과 ‘키바 코울루’를 한국적 특성에 맞게 재구성한 것으로, ‘학교폭력 4대 규칙’, ‘왕따 예방 역할극’, ‘멈춰 제도’, ‘학급회의’ 등의 내용으로 진행되는데, 이 역시 자치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최근 EBS에서 소개됐던 인천 용현중학교의 ‘Yes, seven up’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7가지의 품성교육을 통해 진정한 ‘신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학교문화개선을 통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고자 하는 학교 단위의 자치 활동이다. ‘월요 스포츠의 날’, ‘수요 음악회’, ‘학교폭력예방 연극(연극동아리)’, ‘명예경찰소년단’, ‘학생 견학프로그램’ 등의 자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실제 학교폭력 건수가 크게 감소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학교폭력은 이제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다.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이며, 해결방법에 대한 인식의 문제일 것이다. 학교폭력의 원인부터 해결책까지 제대로 바라보고 총체적으로 해결책을 찾아보는, 마인드의 전환과 해결에 대한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앞으로 학교현장은 갈수록 위기 상황에 빠져들 것이며, ‘세월호’와 같은 예고된 참사를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인다면 학교폭력문제 해결과 예방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는 학교자치 프로그램의 진행을 위해 정부와 교육부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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