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 배경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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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 배경과 전망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4.05.2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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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화해와 평화도시 인천 향한 중요한 전기될 것
북한대학생 응원단.jpg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때 인천을 방문했던 북한응원단
(우리겨레하나되기 인천운동본부 제공)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극단적 대치로 치닫던 남북관계가 최근 염수정 추기경의 개성공단 방문과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 발표로 해빙의 전기를 마련하게 될지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23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올림픽위원회는 평화와 단합, 친선을 이념으로 하고 있는 아시아올림픽이사회 성원국으로서 오는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남한 인천에서 진행되는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에 조선선수단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참가 선언은 전날인 22일 오후 6시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우리 측 수역에서 초계임무 중이던 유도탄고속함 150m 인근에 포탄 2발을 포격한 직후 나온 발표였다. 특히 무인기 사건과 관련해 우리 국방부 대변인의 '없어져야 할 나라' 발언이 나오고 그에 맞서 북한 국방위원회의 '중대보도'가 이어지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북한의 전격적인 아시안게임 참가 선언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북한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 선언은 정부 당국간의 경색된 상황을 넘어서서 문화·스포츠적 접근으로 갈등 관계를 풀어보고자 하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참가 선언 이틀 전인 지난 21일 염수정 추기경 등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사제단의 개성공단 방문을 허용한 것과도 맥이 닿는 분석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5일 YTN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이 NLL을 넘어서 우리측에 군함에 포를 쏜 다음날 아시안게임 참가를 선언한 이유에 대해 두 가지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NLL문제랄지 또는 군사적인 부문에 있어서는 단호하게 대응을 한다. 그러면서도 스포츠 교류랄지 남북 관계에서 인도적인 부분이랄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갖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주는 행보라는 측면이다.  

김용현 교수는 이와 또 다른 측면에서,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 선언 발표시점이 5. 24 조치 바로 전날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결국 5. 24조치에 대한 북한의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그러면서 선제적으로 북한은 남북관계를 풀어갈 의지가 있다 이것들을 간접적으로 시위하면서 5. 24 조치에 대한 남측정부를 압박하는 그런 행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 시점은 또 26일로 예정돼 있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과 내달 방한할 것으로 추정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분쟁지역 인천이 평화 거점도시로 거듭날 전기 

이러한 분석에 더해 또 하나 감안해야 할 것은 북한과 인천이 그간 다져온 교류와 유대가 작용했으리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지난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할 당시 북한은 9개 종목, 선수·임원 20명을 파견하면서 선수단보다도 훨씬 많은 125명의 미녀응원단을 파견한 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시장이 재임할 시기였지만 인천시 차원에서도 남북간 지자체 교류에 많은 공을 들었다. 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의 교류와 대북지원도 활발했다. 우리겨레하나되기 인천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활발한 대북교류가 추진되고 평양 지역에 어린이영양빵 공장을 건설하는 등의 다양한 민간차원의 노력도 활발하게 전개해왔다.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장 후보도 시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월 3일 인천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달 북한은 인천아시안게임에 남·여 축구팀이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오는 4·5월쯤에 북한이 전 종목에 참가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송 시장은 지난 4월 1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서는 “지난 2월 27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인천평화컵 축구친선대회 때 북한 관계자와 접촉해 그런 의사(전종목 참가)를 전달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송시장의 짐작대로 북한이 5월을 넘기지 않고 전종목 참가를 선언한 것은, 그간 인천시가 북한의 전 종목 참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터진 천안함사건 이래 막혀 있던 남북관계가 전기를 맞이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 전망이다. 아직 확정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북한 선수단의 파견과 함께 대외적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 미녀응원단이 인천을 방문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짐작된다.  

통일부도 "북한의 (참가) 신청이 들어오면 선수단이 입국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며 "국제 스포츠 행사의 남북한 참여는 원칙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관심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그리고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 대회 등 북한이 참가하는 모든 국제대회에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과 한반도 기를 사용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정부와 북한 당국의 전향적인 입장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이 대회 참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인천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45개 회원국 모두가 참여하는 '퍼펙트 아시안게임'이 될 전망이다. 천안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분쟁지역화 되었던 인천이 평화의 거점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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