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도 지켜야 하나요?
상태바
악법도 지켜야 하나요?
  • 이수석(인천교육연구소 인천석남중학교)
  • 승인 2014.07.03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동기획-인천교육 미래찾기(57)
 
책 읽는 재미에 다시 빠졌다. 한권을 꾸준히 읽지 못하는 나는 상당히 산만하게 책을 읽는다. 읽던 책이 화장실에도 있고 머리맡에도 있고 거실에도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또 다른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리하여 소크라테스, 공자, 맹자, 그리고 내 삶에 영향을 준 많은 학자들을 불러 모셨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질문하였다.
 
소크라테스와 대화
“소크라테스님! 당신은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하셨나요?”
“아니,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지요? 제가 어렸을 때 보았던 교과서에도 당신이 한 말이라고 나와 있던데요.”
“오해일세. 아니 음모일세.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네.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자네가 어렸을 때 존경하여, 그의 죽음 앞에서 향을 살리며 복수의 다짐까지 했던 박정희씨 일걸세. 그는 자신의 유신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해바라기성 학자와 교수들을 앞세워,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내가 했다고 한 거지. 결국 악법도 법이다고 한 사람은 박정희라고 할 수 있네.”
 
공자와의 대화
“공자님! 도대체 법이란 무엇인가요?”
“법이란 물이 가는 것일세. 물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네. 그리고 낮은 곳으로 흐른 물은 형평성을 갖네. 모두가 평등하게, 모든 물이 같은 높이를 갖게 되는 것이지. ……결국 물은 하나의 원리를 그대로 지키며, 모두를 평등하게 대우하려는 것일세.”
“만약 그 법이 약자에게 가혹하고 강자에게 부드럽다면, 어떻게 합니까?”
“그건 법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걸세. 따라서 그 법은 고쳐야 하네.”
“당신은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며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만일 그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이 그들답게 살거나 행동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건…….”
 
맹자와의 대화
“맹자님의 말씀을 청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임금과 신하는 사회적 관계고 인륜일세. 아버지와 아들은 자연적 관계고 천륜일세. 만약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면 그 임금을 깨우쳐야 하네. 몇 번의 깨우침과 반성의 기회를 주었는데도, 고칠 생각을 하지 않으면, 그 임금을 갈아야 할 것이네. 그것이 사람과 사람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고 도덕일세.”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천륜 관계는 다르네. 어찌 부모 없이 자네가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겠는가? 그만한 지혜는 자네도 갖지 않았는가?”
 
다시 소크라테스와의 대화
“소크라테스님! 당신의 말처럼, 당신은 죄가 없었잖소. 그런데도 아테네의 법은 당신에게 사형을 선고했소. 더군다나 당신은 그 법을 무시하고 아테네를 탈출할 수 있었는데도, 독미나리 즙을 마시고 죽었소. 그래서 박정희와 그 일당(?)들이 위대한 성인 소크라테스도 ‘악법도 법이다.’며 독배를 마셨다. ‘악법도 법이니 지켜라!’며 유신악법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강요했소.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것이요?”
“악법도 법이다. 하지만 그 악법은 고쳐야 할 법이다. 악법도 법이라며 무조건 지키기만 한다면, 그 악법은 어떻게 고쳐지겠는가. 노예법과 신분법은 어떻게 없어졌는가? 유신악법은 어떻게 없어졌는가? 모든 사람들이 법이기 때문에 잘못된 법이라도 지키기만 한다면, 그 악법에 의해서 고통 받고 차별받았던 많은 노예나 상민, 오늘날 우리나라의 약자나 노동자들, 나아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은 어떻게 개선할 수 있겠는가? 악법은 법을 어겨서라도 고쳐야 한다. 내가 독배를 마시고 죽음을 택한 것은 아테네의 악법에 항의한 것이었다네.”
“그게 무슨 말 같지 않은 말인가요?”
“법으로 다스리는 법치주의에는 형식적 법치주의와 실질적 법치주의가 있네. 법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위해서 법은 지켜야 한다는 게 형식적 법치주의지. 하지만 법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 사회와 사회의 관계를 보다 윤택하고 살기 좋기 위해 약속으로 만들어진 것이잖은가? 이 때문에 법은 인간의 삶과 사회가 변하면 거기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게 실질적 법치주의네.”
“어렵군요. ……쉽게 이야기해주세요.”
“……인간과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며 현재 인간의 삶을 억누르는 법은, 고쳐야 하네. 법은 실정법 위반이라며 탄압 할 것이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을 수도 있네. 나도 사실 죽었잖은가? 법을 고치자는 자네들의 생각은 점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갈 것이네. 인류의 역사는 그렇게 변하면서 발전한 것이네.”

다시 맹자와의 대화
“오늘 전국교직원 노동조합의 조합원 교사와 비조합원 교사들 1만2244명은 세월호 참사의 정부 책임을 제기하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을 촉구하는 2차 교사 선언을 발표했어요. 법외 노조 판결까지 받은 상태에서 박근혜 정부와 전쟁을 선포한 것이지요.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지지부진한 채 아까운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대통령에게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참사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의지가 남아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를 법 밖으로 내몰았다.’
‘우리 교사들은 전교조 법외노조화로 인해 참교육 25년, 정성 들여 쌓아올린 학교혁신·교육민주화·무상교육 등 소중한 성과가 수포로 돌아갈 것을 우려한다.’
맹자님! 교사들의 이와 같은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은 임금이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한두 명의 참언하는 신하의 입은 막을 수 있네. 하지만 수백 수천의 지식인의 입을 막은 권력은 망한다네. 그리고 수만 수십만 수백만의 백성의 고통을 외면하는 권력은 패가망신한다네. 망하지 않으려면, 역성혁명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민심의 말을 들어야 한다네. 듣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민심이 떠나기 때문에 자연히 알게 된다네. 기다리시게. 그리고 차분히 행동하시게. 자네 나라에 김대중이란 대통령이 말했다고 들었네.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악의 편이다.’
때가 되면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백성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안다네.”
“악법은 법을 어겨서라도 고쳐야 한다는 말인가요?”
“그게 인류의 역사고 그게 진리라네. 자네가 공부해서 알고 있지 않은가? 내가 한마디 더 하겠네. 절이 싫으면 중더러 떠나라고 하는데, 중이 자꾸 떠나는 절도 문제가 있다네. 이제는 절이 싫다고 중이 떠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절을 사람들이 수행하고 도량을 닦을 수 있는 절로 고치시게. 잘못 지어진 절이라면 절을 뜯어고치게. 잘못 운영되어 사람들이 생활할 수 없는 곳으로 절이 변했다면, 그 절을 사람이 사는 절, 참다운 수행과 도량을 닦을 수 있는 절로 고치시게. 이제 교육도 고칠 준비가 되가는 것 같던데…….”
 
나의 바람
바람이 분다. 이 바람이 현실이 되는 나라에 살고 싶다. 이젠 국민들이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그리하여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보여주자. 세월호 참사 사건, 전교조 법외 노조, 인사 참극, 의료민영화 추진 등등의 배후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의 바람은 바람으로 출발했지만 성사되는 바람으로 바뀌길 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