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는 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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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는 죄인가
  • 이수석 선생님(석남중학교, 인천교육연구소)
  • 승인 2014.07.1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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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인천교육 미래찾기(58)
모르고 저지른 죄도 죄이다

아는 것을 강조한 소크라테스에게 무지는 죄였다.

초록색과 빨간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색맹인 사람과 신호등 체계를 알지 못한 할머니, 그리고 생기발랄한 고등학생이 횡단보도에 서 있었다. 색맹인 사람은 자동차가 지나가지 않음을 보고서 횡단보도를 건넜다. 할머니도 따라 건넜다. 아저씨와 할머니가 붉은 색 신호임에도 건너자, 고등학생도 따라서 건넜다. 그런데 저 건너편에서 교통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면서 그들을 불렀다. 영문을 모르는 아저씨와 할머니는 교통경찰에게 갔다. 그 순간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는 걸 알고 있는 고등학생은 재빠르게 도망쳤다.

색맹인 사람과 할머니가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교통경찰은 ‘법은 지켜야 한다. 모르고 한 일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법을 어긴 것이라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 예외를 인정하면, 그 법은 법의 안정성을 지킬 수 없다’며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두 사람에게 범칙금 2만원 딱지를 발행했다.

‘도로 교통법 위반인 줄 알면서도 무단 횡단한 저 도망친 학생도 잡아야 한다. 죄인 줄 알면서 저지르는 것과 죄인줄 모르고 저지른 잘못 중에서 어는 것이 더 나쁜 것이냐?’며 항의하는 색맹인 사람과 할머니에게 경찰관은 말한다.

‘아저씨와 할머니는 적발되었고, 저는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입니다. 모르고 한 일도 그것이 죄를 저지른 거라면, 무지도 죄입니다. 어부가 물고기를 모두 잡을 수 없듯이, 제가 할 수 있는 능력도 두 분에게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입니다.’

알면서도 죄를 저지른 죄는 더 큰 죄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이 무엇이 옳고 좋은 일이며 또 자신과 모두에게 득이 된다면 누가 그것을 안 하겠느냐며 ‘무지(無知)는 죄’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이 무지에서 탈피한다면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무엇이 나쁘고 무엇이 좋은지 알면서도 죄를 짓기도 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업 중에 선생님 몰래 탐정 소설이나 만화책을 보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는 학생이 있으며, 시험 시간에 해서는 안 되는 부정행위인 줄 알면서도 남의 답안지를 훔쳐보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모두 죄를 지었다

총리후보자의 면면에 대해서 우리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언론이 밝히고 세상이 밝혀내면서 총리후보자는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자진사퇴하였다. 우리는 몰랐었다. 하지만 우리는 죄를 지었다. 모르는 것은 죄였다. 총리후보자가 부적격인물이라고 생각하였다면, 그를 사퇴시켜야만 한다. 죄를 죄인 줄 알면서도 용납하거나 묵인하는 것도 공범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은 그것을 참을 수 없어 외치고 따졌다. 모르는 게 약이고 아는 게 병이다는 속담은 이럴 때 사용할 수 없다. 아는 게 힘이고 모르는 건 죄이다.

과연 모르는 것은 죄인가? 죄인 줄 알면서도 저지르기 때문에 죄인가? 아니면 죄 앞에서 침묵하는 것은 죄인가? 올바름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음은 죄인가? 부정의에 타협하며 침묵하는 것은 죄인가? 이 모든 것은 죄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죄를 짓기 않기 위해 배우고 행동하고 실천한다. 하지만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죄는 더 많이 짓기도 한다. 그게 슬프다.

다시 대한민국 15대 김대중(1924~ 2009)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있는 것을 있다 하고 없는 것은 없다고 하라. 그것이 참이다. 옳은 것은 옳다하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말하고 실천하는 삶이 아름답다.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을 따라가고 싶다.

그런데 지금 나의 이 글 중에 ‘모르고 저지른 죄도 죄이다’ ‘알면서도 죄를 저지른 죄는 더 큰 죄다’의 글은 예전에 출판했던 책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지금의 그 누구처럼 죄를 지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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