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지부 임단투, 한국사회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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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지부 임단투, 한국사회가 주목한다
  • 이장열 기자
  • 승인 2014.07.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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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상여금 통상임금 포함 여부, 노동부, 대법원 판결도 엇갈려


2014임단협 투쟁승리를 위한 전진대회 (2014년 6월 12일) *사진제공=한국GM 노동조합


지난 9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노조가 2014년 임단투 쟁위행위 찬반 투표에서 69.3% 찬성으로 오는 16일부터 쟁의 행위에 돌입할 예정이다.

2014년 임단협 주요 쟁점으로 통상임금 적용 문제가 노사간 협상 과정에서 크게 대두됐으나 노사간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지난 9일에 열린 노사간 제14차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노조측은 "통상임금은 시대적 사명이다.  GM이 법을 강조하는데 대법원 판결 내용 참고해서 결정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사회적 분위기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 같다. 그러나 상여금만 포함되어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1월 1일자 적용도 회사의 장기적 비전을 보면서 합의할 사항이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현장에서 불법파견, 장시간근로, 정년 60세 법제화 등 굵직한 현안이 있었지만, 최근 통상임금이 최대의 관심사가 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2012년 금아리무진 판결 이후, 잠잠했던 통상임금관련 논쟁은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 때 딘 애커슨 GM회장과 통상임금 관련 면담을 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사측에 신차 프로젝트를 포함한 미래발전방안을 수립할 것과 정기상여금 및 휴가비 등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사측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측은 "앞으로 사측과 추가 교섭을 계속해 나가돼,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노조와 더불어 공정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4월 2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 9일까지 15차 협상이 진행됐다. 그러나 통상임금 적용과 소급 적용 문제 등에서 입장 차이가 커서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지난 7일,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전날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파업으로 인해 생산손실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그에 따른 결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것"이라며 사업장 철수 등의 가능성을 은근히 암시하면서 "파업은 우리 모두의 고용안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생산물량의 추가적인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고 노조를 압박하고 나섰다.



통상임금 논란, 무엇이 쟁점인가?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르면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소정근로시간 또는 총근로시간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해진 시간급금액·일급금액·주급금액 또는 도급금액을 말한다.

통상임금이 중요한 이유는 휴업수당,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해고예고수당 등을 지급할 때 금액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이 올라가면 각종 수당도 올라간다. 근로자는 더 많은 수입이 생겨 웃지만 사용자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늘게 된다.

통상임금에는 기본급은 물론 일정한 기간을 정해놓고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고정급임금이 포함된다. 금융수당, 반장수당, 물가수당, 면허수당, 위험수당, 생산장려수당, 능률수당 등 일정한 금액이 정기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이나 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육아수당, 자녀학자보조금 등도 일정한 기준을 만족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최근 노사가 다투고 있는 통상임금 문제의 핵심은 정기상여금이다.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되느냐, 아니냐를 두고 법원과 고용노동부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는다. 지난해 9월 개정된 '고용노동부 예규 통상임금산정지침의 판단기준' 예시를 보면 정기상여금, 체력단련비 등은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반면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6개월을 넘겨 일한 근로자에게 근속연수에 따라 미리 비율을 정해두고 이에 따라 산정한 금액을 분기별로 지급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논란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2013년 12월 18일 대법원 통상임금 전원합의체에서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통상임금성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그러나 기존 대법원 판례에서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어 온 복리후생적 급여에 대해서는 소정근로의 대가와 관계없이 특정시점에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된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성은 부정했다.

특히 정기상여금의 경우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합의가 무효라고 하면서도 노동자가 그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며 추가임금을 청구할 경우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으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추가임금의 청구는 신의칙(신의성실에 맞게 행위)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5월 29일, 한국GM 노동자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대법원1부에서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한국GM 근로자 남모씨 등 5명이 "미지급 수당과 중간정산 퇴직금을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노사가 정기상여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면 나중에 정상적인 '통상임금 기준'에 따라 수당 미지급분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반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서 시민과대안연구소 김양태 박사는 "대법원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로 현장의 혼란은 오히려 더욱 가중시켰다. 애매모호한 전원합의제 판결로 노사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기상여금의 추가수당청구의 ‘신의칙 위배, 재정적 부담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의 입증책임'이라는 판결은 향후 새로운 임금제도의 설계는 또 다른 노사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김 박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해석상 혼란과 법률쟁점으로 각급 법원에서 진행 중인 180여 건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과 향후 제기될 통상임금 소송을 더욱 복잡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사업장에서는 정기상여금, 기타 수당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는지 여부, 과거 미지급 통상임금에 대한 추가임금 청구가능성, 임금협상 과정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통상임금 범위 재조정 등의 노사갈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통상임금의 잣대가 될 한국GM 노동쟁의와 그 파장

한편,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 판결 이후,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자율적 해결을 유도한다는 명분으로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내려보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이 지침 또한 기존 고용노동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현장의 혼란을 수습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2014년 임단협 과정에서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새로운 공식적 합의를 요구하면서 쟁의행위에 돌입한 한국GM 임단협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상임금에 대해 노조는 대법원 판결의 빌미가 됐던 기존의 사측과 가졌던 합의를 새롭게 갱신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방미 때 GM본사에서 철수까지 거론하면서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요구한 상황에서, GM 계열사에서 통상임금 문제가 임단협 테이블에 올라 온 만큼, 한국GM 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한다면 사측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리고 임단협의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주목된다. 

한국GM 노조 외에도 최근 르노삼성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했으며 현대자동차 노조도 통상임금 범위 등에 대해 사측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등 자동차업계에 전반에 파업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GM 노조의 쟁위행위 돌입 여부는 산업계와 노동계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클 것이다. 한국사회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2014임단협 투쟁승리를 위한 전진대회 (2014년 6월 12일) *영상제공=한국GM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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