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성의 ‘신비’-첫 번째
소년은 답이 없다.
대신 숱한 물음을 품고 있다.
달은 왜 반듯하지 않은지, 별은 왜 좀 더 반짝여주지 않는지, 왜 구름의 속살은 엄마의 젖가슴처럼 만질 수 없는지.
이슬맛이 달콤한 이유와 안개비가 부드러운 이유를,
소년은 알지 못한다.
소년이 사라지면 판자는 공가(空家) 처리될 것이다. 이런 지붕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소년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몇 번이나 악을 썼다. 그때마다 달과 별과 구름이 하늘을 스쳤다.
머리 위에 우주를 얹고 소년은 집을 나선다. 그를 뒤돌아 세우는 사람은 없다. 가진 것은 스노보드 하나뿐이라는 듯, 작은 바퀴에 의지해 온 힘을 발바닥에 싣고 세상 속으로 미끄러진다. 당연한 것처럼 흐른 시간에 그가 당도한 자리. 아무도 부르지 않았지만 소년은 그곳에 서 있다. 목적지도 정착지도 아닌 벌판, 혹은 신비의 푸른 숲을 마주하고.
드물게 만나고 싶은,
우리 안의 한 생명이 저기 있다.
▲ 스노보드(2014. 6. 1./남동구 논현동)
사진 김태성(사진공간배다리 운영위원)/ 글 이재은
* 매주 토요일 <사진in인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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