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저항예술제, “밀실에서 나와 살아있는 예술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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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저항예술제, “밀실에서 나와 살아있는 예술을 하자.”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8.27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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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1일 아트플랫폼에서 연출하는 문계봉 집행위원장을 만나다

해마다 ‘민족예술인대회’를 열었다. 민예총 소속 예술가들이 활동을 공유하고, 시대적 사안이나 고민을 나누는 행사했다. 올해는 형식을 바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저항예술제’를 기획했다. 마침 인천민예총 창립 20주년을 맞아 의미도 살릴 겸, 새롭게 용트림 하자는 의지도 다질 겸, 기조를 ‘저항’으로 정했다. 오는 30일, 31일(토,일) 아트플랫폼에서 펼쳐지는 ‘인천 저항예술제’ 문계봉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 왜 저항인가.

> 예술가들은 ‘시국’이나 ‘반정부투쟁’과 연결 짓지 않아도 살아있고, 건강하고, 울림이 있는 예술을 하기 위해 제도, 굴레, 억압, 진부함 등과 부단히 싸운다. 실천하는 예술가는 저항하는 마음, 깨어있는 마음을 갖고 있다. 올해가 인천민예총 창립 20주년이다. 한동안 민족예술인 대회가 열리지 못했는데 올해 행사는 인천에서 하자고 본부에 제안하고 (저항예술제를)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 그 사이 국정원 댓글 관련 부정선거가 이슈가 되고 세월호 참사가 벌어져 촛불집회 등이 열렸다. 그런 것들이 맞물려 ‘저항’의 의미가 심화된 것 같지만 기본 틀은 제도와 편견, 아집을 깨자는 거였다.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예술가들을 골방에 머물게만 할 수 없게 하는 것 같다. 세월호 참사 관련 집회가 정치세력화의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순수하게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시민들은 생경하게 느낄 수 있다. 이때 예술가들이 글, 그림, 무용, 노래 등으로 슬픔을 위무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왜 이런 일이 있어났을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도 던질 수 있다.

 

- 몇 팀이 신청했나. 어떤 예술가들이 참여하나.

> 현재 40-50팀 정도 된다. 공모형식으로 작품을 받았지만 당일에 현장에서도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 어찌 보면 공모기간도 굴레일 수 있다. 자유롭게 하고 싶다.

‘제3지대 예술가’라고 해야 하나? 단체 등에 소속돼 있지 않는 예술가들 있잖나. 딱히 운동권이나 반정부적이지 않지만 눈앞의 모순이나 부조리에 저항하는 자들. 그런 예술가들이 많이 모일 것 같다. 100명 남짓 예상하고 있다. 우리는 큰 틀거리만 제공할 뿐, 와서 얼마든지 난장을 피우라는 거다.

 

우리들은 예술가다. 부정에 항의하고, 상상력을 말살하는 이 땅의 모든 억압적 제도와 천박한 자본과 그에 기생하는 일련의 문화적 흐름에 저항하는,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예술가들이다. 그렇다면 예술은 무엇인가? 예술은 제의이자 축제이고 해원(解寃)의 계기이며 상생(相生)의 매개다. 예술을 통해 인간은 세상의 본질을 통찰하고 통찰된 본질 속 아름다움을 구현한다. 인간은 예술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세상의 부조리를 읽어내며, 그것과의 싸움을 시도함으로써 자신의 삶은 물론 세계를 아름답게 승화시킨다. 예술은 세상과의 적극적인 소통 행위이며 자신의 존재의의를 확인하는 창의적인 활동이다. 따라서 예술가는 시대정신을 누구보다 먼저 읽어내야 하는 것이며, 그 정신의 구현을 위한 적극적 실천의 주체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바로 ‘그 예술가'이다.(문계봉 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한국민예총과 저항예술제 참가단 성명서’ 중에서)

- ‘인천문화예술행동 리멤버 0416’을 소개해 달라.

> 뜻 있는 예술가들이 세월호 문제가 해결되는 그날까지 기억하자, 잊지 말자는 취지로 자발적으로 모였다. 격주로 행사하고 있고, 관교동 로데오거리에서 2회 (퍼포먼스, 노래 등으로) 모임을 가졌다. 이번 저항예술제에 3회째 결합한다. 공식적인 문화행사가 끝난 10시 이후부터 공연을 할 계획이다.

 

- 행사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나.

> 시비 5천에 민예총에서 1천만원 지원을 계획했는데 시비가 4천만원밖에 안 나왔다. 행사를 준비하는 단체나 주체는 모두 비슷할 텐데, 우리도 폼 나고,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대회를 치르고 싶다. 부족한 예산에 맞춰 기획하다보면 아무래도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아쉽지만 더욱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 이번 행사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지역에서 일하는 활동가나 예술가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예술판이나 사회단체 등도 소위 물갈이가 돼야 한다. 지금은 다소 정체돼 있는 느낌이 있다. 이번 행사에 젊은 예술가들이 많이 결합해 그들과 싸우고, 사랑하며 활발한 관계를 맺는, 이를 통해 민예총도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예술에서 신, 구세대를 구분하는 것이 불필요하고 어리석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하지만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지리멸렬함 대신 자극을 받고, 후배들은 선배들에게 생각지 못했던 영감을 얻는, 살아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국가와 민족이 암울한 상황에 빠져있을 때, 상처 입은 국민을 위로하고 해당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예술가들의 저항은 언제나 있어왔다. 문학의 경우, 일제 치하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목숨을 내걸고 저항하며 조국광복을 희원했던 많은 시인과 작가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님의 침묵’의 한용운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그리고 ‘광야’의 이육사, ‘서시’의 윤동주 등등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자유당 시절, 혁명의 고독함과희생을 노래했던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 속에 예술가의 고뇌와 의지를 생각해 보라.(문계봉 글, ‘저항예술제를 준비하는 현장의 예술가들에게’ 중에서)

 

문계봉 집행위원장은 시인이며, 인천작가회의 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대학입학 이후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하면서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생겼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학교 시화전 전시 작품을 ‘군인’들이 철거하려는 실랑이를 지켜보면서 “이건 아닌데?”하는 마음이 커졌다. ‘소심한 A형’인데 문학회에서 활동하면서 ‘반골 기질’을 글로 토해내곤 했다.

문 위원장은 오늘날의 예술가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구조 안에 있다고 여긴다. 생업전선에 뛰어들면서 한편으로 자신의 욕망을 쏟아내야 한다. 전업 예술가로 살지 못하는 것은 열정이 희미해져서가 아니다. 예술가의 삶(생활)을 개인의 의지 탓으로 돌리기에는 시스템이나 국가의 예술지원이 많이 부족하다.

“예술가들이 밀실에 갇혀 있고, 작업실에 안주하면 희망이 없습니다. 이웃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 신음하고 있는데 저 혼자 고고하게 자기만의 길을 간다는 것은 작가적 양심으로 받아들일 수 없죠. 더불어 사는 우리는 모두 타인에게 빚진 바가 있는 거예요. 연대 행위를 통해 현장에서 재능기부도 하고 시민과 함께 하면 좀 더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비교적 명확해서 전술을 짜기 쉬웠던 반면, 오늘날은 적들이 교묘하고 다원화됐다고 문 위원장은 말한다.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정교하게 싸워야 해요. 제도 언론이 아닌 인터넷, SNS 등의 루트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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