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폐지하니 미래형 학력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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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폐지하니 미래형 학력이 보이네
  • 김국태 선생님(인천교육연구소, 인천부평초)
  • 승인 2014.09.03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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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인천교육 미래찾기(66)

일제고사 폐지을 위한 일인시위 (사진 제공=전교조 인천지부)

김샘이 여름방학을 마치고 학교에 나오니, 가장 먼저 논의되는 일이 바로 일제고사 폐지로 인한 평가계획의 대대적인 수정 작업이다. 방학동안 언론을 통해 이청연 진보 교육감의 공약에 따라 인천지역도 경기도처럼 2학기부터 초등학교에서 일제형 지필평가가 폐지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예상된 일이었다.

일제고사의 폐지는 교과서의 내용의 암기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교육과정 중심의 이해 습득 정도를 평가하겠다는 것으로 학습평가 시스템의 큰 변화를 불러온다. 우선, 일제형 지필고사의 폐지로 기존 학년별 공통문제로 치르는 중간, 기말 시험을 없애는 대신 각 학급 및 반별 시험을 자율적으로 실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학급별로 지필평가 문항을 달리 개발해 서술형 또는 논술형 평가, 구술시험, 찬반 토론, 실기 시험, 실험 ? 실습법, 면접법, 관찰법, 자기 평가 보고서, 포트폴리오 등의 다양한 평가기법을 학교 교육과정 여건에 맞게 구안해 운영한다. 아울러 점수식 성적표 대신에 다양한 평가방법을 활용한 ‘서술형 통지표’로 바꾸어야 한다.

이런 변화로 인해, 학생들은 시험에 의한 성적 산출과 점수식 통지로 인한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에서 다소 벗어나고, 배타적인 경쟁심을 유발하는 상대평가에서 탈피해 창의적 사고력, 협력적 문제해결 능력, 인성 등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키울 수 있는 학습 방법으로 교실의 수업 문화가 개선되며, 과정 중심의 평가가 실시되도록 평가 체제를 전환시킬 수 있다.

이런 기대감 속에서 김샘은 평가계획과 지침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고민을 좀 더 하게 된다. 그건 바로 ‘미래형 학력’이라는 것이다. 일제고사 폐지는 바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라 할 수 있다. 궁극적인 지향점은 바로 ‘미래형 학력’이기 때문이다. 김샘은 나름대로 미래형 학력이 무엇일까?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고 싶었다. 일제고사 폐지의 관점에서 보면, 이제 학력은 기존의 교과 성적으로 국한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을 포함하여 학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학생 개인의 특성과 적성, 그리고 이들이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역량까지 포함한다. 즉, 미래형 학력이란 미래사회에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샘은 아직도 추상적인 ‘미래형 학력’을 보다 구체적으로 풀어보기 위해서 ‘미래형 인재상’을 더 찾아보았다. 박영숙의 책 <2020 미래교육보고서>을 보면, 미래학적 관점에서 본 인재상은 멀티플레이어이자 리더쉽이 강하고 경험이 많으며, 문제해결 능력, 창의적 ? 분석적 사고, 팀워크, 의사소통능력, 의사결정 능력이 뛰어난 아이‘라 말하고 있다. 사회구조가 효율성을 높이는 능력보다 변화, 창의성, 유연성을 강조하게 되고, 아울러 인간관계 측면에서 사람의 됨됨이를 중요시하며, 한 분야만 잘하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거나 독불장군 같은 사람은 팀워크를 망치고 결국에는 프로젝트를 실패하게 만들기 때문에 함께 협업하는 능력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또한 핑크라는 학자는 20세기에는 좌뇌 주도의 생각이 주요했다면, 21세기에는 우뇌 주도의 생각을 하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하이테크만으로 부족하며, 이에 더하여 하이컨셉과 하이터치가 가미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이컨셉은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미를 창조하는 능력, 패턴과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 이야기를 구성지게 표현하는 능력, 관련 없을 것 같은 아이디어를 참신한 발명으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라 한다. 한편 하이터지는 감정이입 능력, 인간의 미묘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능력, 일상적인 무료함에서 벗어나 재미를 찾고 이를 타인에게 유도하는 능력을 말한다.

한편 와그너라는 학자도 미국교육이 창의적, 논리적 사고력을 신장시키지 못하고 ‘시험을 잘 보게 하는’ 교육에 주력하고 있어 미래의 국가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학생들에게 21세기 사회에서 요구하는 핵심 역량 일곱 가지를 제시하였다. 비판적 사고력 및 문제해결력, 협동심 및 영향력 있는 리더쉽, 적응력, 이니셔티브 및 기업가 정신, 효과적인 발표력 및 작문 실력, 유용한 정보 탐색 및 분석 능력, 호기심과 상상력이 그것이다.

김샘의 미래 인재상의 고민은 지금의 취업 현장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김샘은 우연히 <한겨레신문>(2014.08.29.)의 ‘과거 스펙을 안보니 미래형 인재가 보이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다. 이 기사는 몇몇 기업들이 최근 도입한 스펙초월 채용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이다. 구직자들에게 ‘스펙보다 끼를 보여 달라’고 주문하는 이들 채용 프로그램을 보면 기업들의 채용방식 변화 흐름과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신문에 보도된 몇 가지 사례를 통해 미래형 인재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을 알아본다.

한국남동발전은 지난해 정규직 고졸 청년인턴 채용 때 1차 서류심사를 아예 없앴다. 대신 지원자를 대상으로 총 4주 동안 4라운드 온라인 미션을 수행하게 하고 ‘생존자’에게 인적성검사, 면접의 기회를 줬다. 지원자의 이른바 스펙은 모른 채 제로베이스에서 사람을 평가한 셈이다. 또한 남동발전은 대졸인턴 채용도 변화를 줬다. 서류전형을 아예 없앤 것이다. 자격증, 외국어 가점도 폐지했고, 학점과 가족정보 등은 아예 수집하지 않았다. 자신을 PR할 수 있는 ‘역량기반지원서’만 작성해 내면 전원 2차 직무능력검사 기회를 주었다.

에스케이바이킹 채린지의 1차는 ‘스토리’접수이다. 성명과 생년월일, 연락처, 졸업시기 4가지 항목만 기재해 지원하면 된다. 학교나 성별, 나이, 학점, 어학점수는 필요 없다. 2차는 전국에서 오디션 형식으로 예선전을 치른다. 3차는 관계사별로 직무역량 합숙면접을 하고 8주동안 인턴 기간을 거쳐 최종 합격자가 가려진다. 이 회사는 히말라야 등반이나 창업같은 독특한 경험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표가 뚜렷하고 그 목표에 맞는 진심이 담긴 스토리가 있다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지원자들의 어떤 개인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2주동안 인성, 창의성 등 6개 미션을 수행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영화 줄거리를 제시하고 ‘내가 주인공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겠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스펙 초월 소셜리쿠르팅 전형을 통해 열정과 창의력을 우선 평가하게 돼 기존 획일화된 채용 관행을 극복할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스펙초월 채용 방식의 방향성은 분명해지는 듯하다. 아울러 스펙초월 채용을 채택하지는 않으면서도 기존의 ‘스펙’으로는 볼 수 없는 자질을 평가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흐름은 바로 자기소개서를 중시하는 것과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하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씨제이 그룹은 상반기 채용에서 ‘2020년 문화 트렌드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3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쓰고, 지원한 직무에 접목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작성하도록 요구했다. 또한 엘지그룹은 과도한 스펙쌓기를 유도하는 인턴, 봉사활동, 어학성적, 외국 활동 경험의 항목을 제외하는 대신, 적성검사 유형에 인문역량을 새로 추가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역사, 문화, 예술 등의 인문학적 소양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소통에 뛰어나고 올바른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 다양한 인문 서적 내용을 주제로 한 토론형 면접을 계획하여 통섭 역량을 평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체용방식의 변화는 이제 ‘스펙’보다 ‘역량’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일제고사 폐지와 스펙초월 채용 프로그램은 모두 미래형 인재가 갖추어야 할 구체적인 역량의 고민을 의미한다. 일제고사를 폐지하는 우리의 인천 교육도 이제 길러주어야 할 핵심역량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샘은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고민을 마무리하며 자신의 아이들에게 길러주고 싶은 핵심 역량들을 소박하게 그려보았다. 우선, 제 힘으로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인생의 계획 혹은 개인적인 과제를 설정하고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아이가 되면 좋겠다. <길들여지는 아이들>의 저자 크리스 메르코글라이노의 말로 지식 대신 ‘제 식’대로 살게 만들어 내면의 자아를 지키고 살아가도록 말이다. 등수로 자신을 재단하지 말고 고유한 에너지와 재능으로 자신의 역량을 관리해 나가 자신의 가치를 적극 알리는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퍼스널 브랜드’라는 개념이 일반화돼 있다고 한다. 이제 우리 아이들도 점수와 성적표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평소 자신이 무엇을 계획하고 어떤 일을 했는지로 타자와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격증이나 스펙처럼 단순한 자기 자랑만이 아니라 일관성 있는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맺으면서 팀 속에서 협동하며 다양한 구성원들과 적극적인 상호작용하는 역량을 갖추면 좋겠다. 미래사회는 인간관계의 측면이 중요시되고 개방적 협업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확률도 높아진다. 모든 일자리가 프로젝트 베이스로 바뀌고, 상하조직이 네트워크 조직화되기 때문이다. 공부만 잘하고 사회성 없는 학생이 최대의 실패자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역량도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가진 인성을 채웠으면 좋겠다. 한 인간으로서 주도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성찰할 줄 알고,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성 ? 성실성 ? 책임감이 바탕이 있어야 한다.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소명의식을 갖길 희망한다. 바른 마음에서 타자와의 공감과 내면의 다양한 힘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김샘은 일제고사 폐지와 스펙 초월 채용으로 인해 떠올려 보게 된 ‘미래형 학력’을 생각하며 서열 매기기를 조장하는 학력 신장에서 벗어나 자신이 그려 본 학생들의 역량을 기르는 현장 수업의 인식 전환도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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