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 건립 후 운영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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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미술관 건립 후 운영이 더 중요"
  • 이병기
  • 승인 2010.01.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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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임영방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인천은 내가 태어난 곳이고 조상들의 고향입니다. 나의 뿌리이기 때문에 늘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여러 모로 인천이 잘 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문화적인 면에서 도우려고 해요. 미술관은 한 번 지어지면 오래 가니 서두르지 말고 알맹이 있게 차근차근 준비해야 합니다."

인천문화예술단체연대의 '인천시립일랑미술관 건립 반대 운동'이 '反 안상수 운동'까지 확산된 가운데 인천시는 얼마 전 '시립미술관 건립 시민·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시립미술관의 향후 운영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인천 출신이자 토론회에 앞서 기조발제를 맡은 임영방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서울대 명예교수, 동국대 석좌교수)을 만나 인천의 미술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임영방(80) 교수는 '개항'의 중심지였던 중구 내동에서 태어났다. 1949년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홍콩으로 건너갔고, 프랑스 파리대와 대학원에서 미술사와 철학을 전공했다.

대학에서 르네상스 미술의 세계적 권위자인 앙드레 샤스텔 교수의 영향을 받아 르네상스의 역사적 현장을 찾아서 유럽을 종횡무진했다. 이후 영국의 런던대 코톨드 미술사연구소 초빙교수를 지내고 서울대 미대 교수와 국립 현대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미술관이 많이 있지만, 전문 경영인의 부족으로 운영이 어렵고,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들이 여럿 있다"며 "인천에도 미술관은 잘 지어 놓고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천 시립일랑미술관 건립에 대해 "이종상씨가 벽화도 그리고, 미술관이 들어서면 흉물인 돌산이 아름다워질 수도 있다"며 "세계 여러 나라를 봐도 사회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미술관은 있기 마련인데, 이종상씨가 인천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예술인이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시립미술관'은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며 "그러나 유명 작가의 미술관 건립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명칭 선정 중요, 행정공무원 인식 바뀌어야

그는 공공 시립미술관건립 방향에 몇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 교수는 "인천을 상징하면서 첫 번째로 설립되는 미술관은 무엇보다도 미술관의 명칭을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며 "'인천근대미술관', '인천현대미술관', '국제미술관' 등 명칭에 따라 미술관의 성격이 확정되기 때문에 명칭선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미술관은 문화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도시문화공간의 하나로 누구라도 편리하게 가볼 수 있는 곳에 세워야 한다"며 "존재적인 성격에서 지역미술관으로 운영될 것인지, 대국적 견지에서 21세기의 선구적 미술관으로 만들 것인지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술관의 관리와 운영적인 면에서 임 교수는 행정과 예술의 적절한 균형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기관의 절대적인 예속에서 벗어나 충분한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미술관에 행정적인 간섭이 심해지면 예술성이 훼손될 수 있고, 미술관이 예술 쪽으로만 방향을 잡다 보면 운영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기구 운영을 위한 행정도 중요하지만, 예술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전문가의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특수분야입니다. 국내 미술관이 독립성을 이루는 전문기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여러 부처 간 긴밀한 협조와 행정공무원들의 인식이 달라져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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