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NO!, 혁신!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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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 NO!, 혁신! YES!
  • 김기용 인천교육연구소기획실장
  • 승인 2014.10.23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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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인천교육 미래찾기](71)

이미지 출처 : getlogged.in

개선인가? 혁신인가? 얼핏 보면 비슷하여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는가 싶을 때가 있다. 뭔가를 고쳐 새롭게 한다는 의미에서는 그게 그거 같지만, 요즘 둘의 차이를 두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벌어지는 곳이 있다. 2014년 후반기 대한민국의 학교현장이다.

언젠가 동료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다. 교육감 선거가 한창이던 지난 6월, 당시 진보 성향 후보들의 대표적인 공약은 대부분 혁신학교였다. 그 와중에 그 학교 교무실에서 하셨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재미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나는 혁신이라는 말이 싫어, 개선이라면 모를까. 학교를 통째로 없앴다가 새로 만드는 것도 아닌 데, 고쳐서 쓰는 정도면 되는 거 아닌가?”하셨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는 비슷한 말이지만 어떻게 이런 느낌의 차이가 있을까 싶었다. 같은 말이라도 하는 사람에 따라 의미의 정도가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말이라는 게 그래서 무서운 건가 보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전적으로만 풀이한다면 ‘혁신’(革新, innovation)은 ‘일체의 제도나 방식을 고쳐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반면 ‘개선’(改善, reform)이라는 단어는 ‘잘못을 고쳐 좋게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혁신은 개선보다 더 근본적이고 더 전반적이며 더 포괄적인 변화를 지칭하는 의미가 있다. 변화에 대한 깊은 철학이 담긴 언어다. 그래서 혁신에는 용기 있는 결단, 자기를 희생할 각오, 변화에 대한 깊은 신념이 전제적 조건이다. 근본까지 바로 잡아보자는 결기어린 단어다. 개선이 집의 고장 난 문짝이나 창틀을 수리하는 정도라면, 혁신은 집 전체를 새로운 용도에 맞게 리모델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진지한 성찰 없이 진보교육시대를 맞이한 사람일수록 혁신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조금이나마 가벼워 보이는 개선으로 가고 싶어 한다. “함께 혁신해 봅시다.”라고 하니, “그래요, 개선에 힘써 봅시다.”하는 격이다. 완전한 동문서답은 아니나, 그 말의 이면에는 변화에 대한 소극적인 축소 지향이 들어 있다. 특히 기득권 그늘에 많이 가려져 있을수록 혁신은 ‘어렵고 부담 백배’일 터이다. 그러니 그늘에서 단번에 나오지는 못하고 한발 내밀었다 한손 내밀었다, 를 초조히 되풀이 할 뿐이다.

교육개혁은 대개 국가 주도의 위에서 아래로(top-down) 시도가 이루어진 후, 학교 차원의 아래에서 위로(bottom-up) 접근이 일반적 단계라고 한다. 전문 학자들은 전자를 “제1의 교육개혁 물결”, 현장과 지역에서 주도하는 후자 방식을 “제2의 교육개혁 물결”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당연히 학교 혁신은 제2의 물결이다. 그 배경은 국가가 멀리서 원격 조정을 통해 교육 현장의 실천적 행위를 바꾸려는 시도는 한계가 있으며 현장의 변화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있을 때에 성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기초한다. 학교 혁신은 ‘얼굴 없는’ 원거리 관료들의 지시와 명령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학생들과 면 대 면으로 상호 작용하고 있는 교사들이 가장 적절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 양극화와 인간 삶의 수단화가 날로 심화되는 현실에서 미래 세대의 삶을 지원하는 교육을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 지향점은 교육기회와 성장의 가능성을 차별 없이 향유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니, 자발성과 헌신성을 바탕으로 한 아래에서 위로의 총체적인 학교혁신이 요구되는 것이다. 수업과 상담, 학급 운영 등의 부분적 변화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단위학교의 전면적이고 구조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래서 개선(改善)이 아닌 혁신(革新)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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