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n인천]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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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n인천] 소녀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0.23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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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설의 ‘왜 불러’-첫 번째

▲ 2013. 12. 7. 연안부두
 

소녀1: 아저씨, 아저씨,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소녀2: 언니,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소녀3: 들어주세요.
소녀4: 여행 갈 생각에 신나 있었어요.
소녀1: 화장품도 사고 옷도 샀어요.
소녀2: 저는 엄마를 졸라 운동화를 샀고요.
소녀3: 친구와 똑같은 걸로요.
소녀4: 우리끼리 커플이 어때서요.
소녀1: 남자친구가 없어도 괜찮아요.
소녀2: 전날 밤에 꿈을 꿨어요.
소녀3: 제가 말할게요.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꿈이었대요. 유리 밖으로 온 세상이 내려다보였고요.
소녀4: 파란 바다가 특히 예뻤대요.
소녀1: 정말 고요하고 평온했대요.
소녀2: 그때,
소녀3: 멀리서 노랫소리 같은,
소녀4: 물결이 만들어낸 출렁임 같은,
소녀1: 속삭임이 들려왔대요.
소녀2: 너가 말해.
소녀3: 너가 먼저.
소녀4: 괜찬타
소녀1: 괜찬타
소녀2: 괜찬타
소녀3: 괜찬타
소녀4: 수부룩이 내려오는 눈발속에서는
소녀1: 까투리 메추라기 새끼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소녀2: 괜찬타
소녀3: 괜찬타
소녀4: 괜찬타
소녀1: 괜찬타
소녀2: 폭으은히 내려오는 눈발속에서는
소녀3: 낮이 붉은 처녀아이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소녀4: 울고
소녀1: 웃고
소녀2: 수구리고
소녀3: 새파라니 얼어서
소녀4: 운명들이 모두 다 안기어 드는 소리
소녀1: 큰놈에겐 큰 눈물자죽
소녀2: 작은놈에겐 작은 웃음흔적
소녀3: 큰이애기 작은이애기들이
소녀4: 오부록이 도란 그리며 안기어 오는 소리
소녀1: 괜찬타
소녀2: 괜찬타
소녀3: 괜찬타
소녀4: 괜찬타
소녀1: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속에서는
소녀2: 산도 산도 청산도 안기어 오는 소리
소녀3: 마지막 인사도 못했는데.
소녀4: 사랑한다는 말도 못했는데.
소녀1: 엄마아빠 사랑해요.
소녀2: 친구들아 사랑해.
소녀3: 우리를 미워하지 마세요.
소녀4: 저희를 잊지 마세요.

 

사진 이상설(인천사진작가협회 회원) 글 이재은

 

* 인용된 시는 서정주의 '내리는 눈밭에서'입니다.
* 매주 금요일 <사진in인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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