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n인천] 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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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n인천] 고도를 기다리며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0.30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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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설의 ‘왜 불러’-두 번째

▲ 2013. 12. 7. 연안부두


사내1: 이 사람아.
사내2: 왜 불러?
사내3: 자네 말고.
사내4: 나 말인가?
사내1: 좋은 세상은 언제 오려나?
사내2: 기다려봄세.
사내3: 언제까지 이렇게 기다리기만 해.
사내4: 난 말이야.
사내1: 뭐가.
사내4: 후회가 너무 길어.
사내2: 길다니?
사내4: 욱해서 저질러버린단 말야.
사내3: 얼마나 하는데? 한 달? 일 년?
사내4: 말도 마. 4년씩이나 한다고.
사내1: 4년 내내 후회를 하고 앉아 있단 말야?
사내2: 찾아가서 잘못을 빌지 그래.
사내3: 자존심이 뭐가 중요하다고.
사내4: 모르는 소리 말게.
사내1: 없어?
사내2: 없지.
사내4: 이 세상에 없다구.
사내3: 이 사람아.
사내1: 당신도 아팠나?
사내2: 아팠냐고?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사내4: (집게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렇다고 단추까지 안 끼고 다닐 거야 없지 않아?
사내2: (아래를 내려다보며) 참 그렇군. (단추를 채운다) 작은 일이라고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
사내3: 뭐랄까... 넌 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거지.
사내4: (꿈꾸듯이) 마지막 순간이라... (생각에 잠긴다) 그건 멀지만, 좋은 걸 거다. 누가 그런 말을 했더라?
사내2: 나 좀 안 거들어줄래?
사내1: 그래도 그건 오고야 말거라고 가끔 생각해 보지. 그런 생각이 들면 기분이 묘해지거든. (모자를 벗는다. 모자 속을 들여다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흔들어보고 다시 쓴다) 뭐라고 할까?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동시에... (적당한 말을 찾는다) ... 섬뜩해 오거든. (힘을 주어) 섬-뜩-해-진단 말이다. (다시 모자를 벗고 속을 들여다본다) 이럴 수가! (무엇을 떨어뜨리려는 듯 모자 꼭대기를 툭툭 친 다음 다시 안을 들여다보고 다시 쓴다) 결국은...
사내2: 여보게.
사내3: 왜 불러.
사내4: 좋은 세상은 언제쯤 오려나?
사내1: 후회할 짓은 하지 말자고.
사내2: 말 해보게.
사내3: 그립다고?
사내4: 그래.
사내1: 그립다.
사내2: 좋아한다고?
사내3: 그래.
사내4: 좋아한다.
 

사진 이상설(인천사진작가협회 회원) 글 이재은


* 일부 내용은 사무에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발췌했습니다.
* 매주 금요일 <사진in인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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