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初心)을 잊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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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初心)을 잊지 말아라"
  • 이문일
  • 승인 2010.06.2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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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일 칼럼] 인천의 지방선거 당선자들에게 바란다

'소통부재(疎通不在)'

8년간 인천시정을 이끌었던 안상수 시장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큰 원인으로 '소통부재'가 꼽힌다. 시민들과 대화를 별로 나누지 않고 '독선'과 '아집'으로 시정을 편 결과라는 얘기다.

물론 안 시장의 공과(功過)야 훗날 역사가 평가할 일이다. 하지만 당장 안 시장의 '능력'을 평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한때나마 인천시정을 끌어가느라 애를 쓴 안 시장을 폄하(貶下)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나름대로 '인천시 발전'을 위해 애면글면한 안 시장으로선 억울하기까지도 할 터이다. 안 시장이 잘한 일은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다. 어떻게 8년간 못한 일만 있겠는가?

한 도시의 수장(首長)으로서는 반드시 그 도시의 발전을 위해 책임을 지고 일해야 함은 삼척동자(三尺童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또 그렇게 하라고 시민들이 뽑아준 사람이다.

시민들이 그동안 일을 해온 선량(選良)들을 갈아치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자기가 한 잘못에 책임을 질줄 모르고, 그래도 잘했다고 떠벌리는 사람들을 용서하지 못한다. 다음 선거에서는 꼭 떨어트리고야  만다. 그것이 시민들의 권한이요 힘이다.  


세계로 뻗어 있는 인천대교.
끝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시민들은 인천대교의 위상 만큼 인천이 꿈과 비전을 갖기를 바란다. 


풀뿌리 지방자치가 무엇인가? 가장 먼저 주민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지역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하라는 '명령'과도 같은 것이다.

풀은 바람이 불면 눕고, 여기저기 짓밟히면서도 다시 일어선다. 그 끈질긴 생명력을 본보기 삼아 우리는 '풀뿌리'라고 부른다.

지방선거에서 뽑힌 이들도 이러한 사정을 다 안다. 그래서 처음에는 '풀뿌리 자치'를 한다며 의욕적으로 일을 한다. '초심(初心)'을 잊지 않겠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시정·구정·군정·의정을 펴다 보면, 어느새 초심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점점 어깨에 힘을 주고, 곳곳에서 조언을 하는 이들을 무시하며,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일쑤다. 여기에 온갖 비리와 부패가 싹을 틔우고 자라기도 한다. 

결국 이런 문제의 핵심에는 '소통부재'가 똬리를 틀고 있다. 주민들과 의사를 주고받지 않고 제멋대로 일을 한답시고 질퍽거리고 다니지만, 주민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그 과정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民心)이었다.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가 5일 후(7월1일) 민선 5기 출범을 맞는다. 시장뿐만 아니다. 교육감, 구청장, 군수, 지방의원, 교육의원 등도 새롭게 일할 채비를 서두른다. 다들 의욕에 차 있는 모습이다.

우선 송 시장 당선자는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대화를 통해 가감 없는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고 한다. 고무적이다. 시장직 인수위에 '시민소통위원회'를 별도로 두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안 시장의 '전철(前轍)'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하나 대화에 그쳐선 안 된다. 그들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귀담아 듣고, 잘 따져서 실행에 옮기는 일이 중요하다. 시정이 시민들의 생활과 떨어져 있어선 곤란하다.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들어야 한다. 서민들의 생활현장을 방문하거나 기업인과의 만남을 통해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일도 절실하다.

그동안 인천시정은 일반 시민들과는 동떨어진, '엇박자' 양상을 보여 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인천이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개발 주도'의 행정을 벌이고 있지만, 그 그늘에서 신음하는 이들에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비판도 일었다. 시민들이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 수준'도 전국 꼴찌인 게 인천의 현주소다. 

그래서 많은 시민들은 인천을 정말 '꿈과 비전'이 없는 도시로 여기기도 했다. 인천의 여론 주도층들은 "인천에는 별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들을 자주 한다. 왜 그럴까? 

시민들은 '일 잘하는' 시장을 원한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다르다. 너무 많은 것을 펼치는, 보여주기 식의 시정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한 시정을 바란다. 

'송 시장'은 시민들과 가깝게 지내야 한다. 과연 시민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현장에서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인천시 공무원들은 관습적이거나 형식에 치우치게 업무를 보지 않았나 자문(自問)해야 한다.

'송 시장'은 그런 부분이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시민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살펴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공무원 세계'라는 인의 장막과 탁상공론식 시정에서부터 벗어나야 마땅하다. '송 시장'과 시민들과의 사이에 대화가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시장뿐만 아니라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모든 당선자들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인천에 비전이 보인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변하는데, 자기 혼자 고집을 피우다간 '집안'을 거덜내는 건 물론이고 시민들에게 '슬픔'만 안겨준다.  

시민들은 인천의 밝은 비전을 보고 싶어 한다. '잘 먹고 잘 사는' 인천의 미래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당선자들이 초심을 잃지 말고, 지역을 발전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주민들과 진심어린 대화를 통해 실행에 옮길 것을 바란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을 4년이 지나 교체하는 일은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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