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사진모임 ‘빛과공간’ 21주년 기념전시회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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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사진모임 ‘빛과공간’ 21주년 기념전시회 연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1.26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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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시선’ 타이틀로 사라져가는 인천의 모습 담아

인천의 사진인들이 모여서 꾸린 ‘빛과 공간’이 올해로 21년을 맞았다. 지난해 20주년 행사를 했는데 사진전은 열지 못했고, 1년 간 열심히 준비해서 21주년 기념전시회를 마련했다.

‘빛과 공간’ 소속 8명의 작가가 준비한 ‘시각과 시선’전이 오는 28일부터 12월 4일까지 신포동 선광미술관에서 열린다.

요즘은 경치 좋다고 소문난 장소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에서도 심심치 않게 사진애호가들을 만날 수 있다.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찍고 감상할 수 있게 되면서 ‘사진은 쉽다’는 인식도 널리 퍼졌다. 사진은 정말 쉬울까?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아무나’ 사진가가 되거나 전시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사진모임 ‘빛과공간’은 지난 20여년간 자체 사무실을 운영하며 사진을 현상, 인화할 수 있는 작업실을 보유해왔다. 디지털 기기의 일반화로 1년 전 사무실을 폐쇄하고 동구청에서 운영하는 아뜨렛길 다목적실을 월례모임 장소로 활용하며 소속작가의 사진을 공유,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사진 직종에 종사하는 프리랜서, 일반회원이 고루 섞여 있다.

그동안 기획전 위주의 굵직굵직한 전시를 했다. ‘인천의 맥을 잇는 사람들(무형문화재 편)’, ‘부둣가에서 만난 사람들’, ‘재래시장과 시장사람들’ 외에 회원전도 열고 사진집도 다수 펴냈다.

이수언, 유덕기, 이희원, 이종만, 김귀한, 임승규, 최광열, 김형철 작가(왼쪽부터)

원래는 ‘인천, 사라지는 것들’이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준비했다. 제목을 ‘시각과 시선’으로 바꾸면서 폭을 넓히고 관객과의 공감대를 확대했다. 회원들은 사라져가는 직업, 공가, 건물 등을 자기만의 시각과 시선에 맞게 촬영했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작가의 눈과 관객의 눈이 다를 수 있는데 우리가 바라본 시각과 시선을 관객들도 함께 봐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타이틀을 정했습니다.” 빛과공간 유덕기 대표의 말이다.

“예를 들어 저는 영종의 폐 염전을 담았는데, 80%는 작업이 중단됐지만 아직 세 군데가 남아있어요. 그곳의 자국이나 흔적을 관객이 같이 호흡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염전의 고랑과 고랑 사이에 나무토막을 두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그 판대기가 변한 모습도 클로즈업으로 촬영했습니다.”

김형철 지도위원은 ‘빛과공간’ 초창기 멤버로 수차례 대표도 역임했다. “처음에는 근로청소년복지회관에서 사진 강좌를 수료한 사람으로 시작했어요. 직장 다니면서 새로운 취미를 찾고 싶었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욕심에 모임에 참여하게 됐죠.”

김형철 작가는 송림동을 무대로 지금은 보기 힘든 철조망을 찍었다. “재산을 지키기 위해 담 위에 병을 깨서 쌓기도 하고, 두꺼운 철사로 철조망을 만들기도 했잖아요. 그걸 크게 잡고 뒤에는 아파트나 고층빌딩을 배치시켰어요. 옛 것과 새 것을 한 프레임에 넣은 거죠.”

임승규 총무 역시 초창기 멤버다. 30년째 동구에 살고 있고, 15년 전부터 꾸준히 동구의 구석구석을 찍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재능대의 예전 모습도 볼 수 있다.

김귀한 작가는 사라지는 직업을 찍었다. 직업을 알 수 있는 큰 사진은 컬러로 하고 내부 사물들은 큰 사진 주변에 작은 흑백 사진으로 배치했다. 방앗간, 약방, 이발관, 양복점 등,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직업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희원 작가는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사라지는 것들’이라는 주제 속에 예쁜 아가씨, ‘눈탱이가 밤탱이 된’ 꼬마, 온 세상 짐을 다 지고 있는 듯한 친구 얼굴 등을 넣었다. 주로 인물 사진이다. “어차피 모든 게 사라지잖아요. 인생도 젊음도...”

이수언 작가는 청각 장애인이다. 하나비전감리교회 사진부에서도 활동 중이며 밀알 선교단에서 장애인을 위해 사진 봉사를 하고 있다. 인천 곳곳의 재개발 지역, 낡은 집들을 예쁜 모습으로 담았다.
 

내 주변의 모든 것은 시기만 다를 뿐 그 모습에서 잠시 존재할 뿐이다.
아름답고, 추하고, 작고, 크고, 길고, 짧고...
각양각색이지만 모든 것은 바라보기 나름이다.
1년여에 걸쳐 인천의 여러 곳을 다니며 ‘시각과 시선’이란 타이틀로 담아낸
이 사진들은 지금 이 순간 우리 모습의 표현이다.
그리고 관객의 시각과 시선을 의식한 의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 내면의 모습이 관객과 소통되기를 바라며, 이 순간을 관객과 함께 하고 싶다.
- 전시를 준비하며.. 사진모임 ‘빛과공간' 회장 유덕기-


‘빛과공간’이 마련한 ‘시각과 시선’전은 오는 28일부터 감상할 수 있고 29일(토) 오후 3시에 오픈전을 연다. 12월 4일까지. 신포동 선광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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