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요리 여왕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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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요리 여왕의 탄생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2.01 2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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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남시장에서 ‘다문화 요리축제’ 열려


다문화 가족과 주민, 전통시장 상인이 마련한 요리 축제가 12월 1일(월) 오후12시부터 3시까지 남구 용남시장에서 개최됐다. 지난 10월 외국인 유학생 요리경연대회에 이은 두 번째 음식행사다.

이번 요리 축제는 다문화 가정과 용남시장이 삶의 터전인 상인들이 함께 하는 시간으로 2014 지역특화사업인 ‘외국인 유학생과 다문화 가족이 함께하는 Happy Bridge 프로젝트’ 일환으로 마련됐다.

축제에는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중국, 필리핀 총 4팀이 참여했다. 팀별로 두 명씩 짝을 이뤄 팔로우&파미돌 샐러드, 빤꾼, 파전, 치킨 아프리따다 등을 요리했다. 재료비로 받은 현금 5만원으로 식재료를 용남시장에서 직접 구매하며 상인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가졌다.

갑자기 낮아진 기온에 구경꾼들은 어깨를 움츠렸지만 참가자들은 열정을 불태우며 자국 음식 만들기에 몰입했다. 쉬지 않고 들리는 칼질 소리와 끓이고 지지고 볶는 열기에 용남시장 상인회 사무실과 그 주변은 시간이 갈수록 온기가 더해갔다.

‘다문화 요리축제’는 남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주관하고 용남시장 상인회가 후원했다.

조세은 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유학생들이 요리할 때와 차원이 다르다. 역시 ‘주부의 힘’이라며 종류와 스킬 등이 수준급이다. 전부 맛있을 것 같다”며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모든 팀을 골고루 응원하며 기대감을 보였다.

-참가팀과 음식들-

▲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굴노자와 마르하보.


소고기, 당근, 통마늘, 토마토, 오이 등으로 팔로우&파미돌 샐러드(볶음밥 및 샐러드)를 만들었다.

맛은 우리의 볶음밥과 비슷한데 조리 과정은 확연히 다르다. 소고기를 잘게 썰어 만든 육수에 불린 생쌀을 넣고 오래 끓인다.(우즈벡에서 직접 가져온 쌀을 재료로 했다)

마르하보는 7년 전 한국에 왔다. 우즈벡에서 법학대학을 졸업하고 경찰로 근무했다. 지금은 한국에서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굴노자는 7년 전 한국에 온 언니를 따라 지지난해에 들어왔고,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 베트남에서 온 진수현과 레티흐엉.


채소(숙주나물,오이,상추), 앞다리살, 쌀가루를 이용해 빤꾼을 만들었다. 베트남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간단한 아침식사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레티흐엉은 베트남에서 눈썹과 입술 등을 문신하는 일을 했다. 3년 전 한국에 와서 결혼했고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레티흐엉은 베트남 음식을 만들어서 택배로 판매하기도 한다.
 

▲ 중국에서 온 마계문과 김복자.


돼지고기, 고추, 파, 마늘, 샐러리를 이용해 파전과 샐러드를 만들었다.

지난 10월 유학생 요리경연대회에 참여해 1위를 차지한 팀이다.
 

▲ 필리핀에서 온 프란시아와 아날다.


닭, 감자, 당근, 피망, 소시지, 토마토소스, 생강 등을 이용해 치킨 아프리따다를 요리했다. 닭을 볶아서 야채와 소시지를 넣는데 토마토소스로 끓이는 게 특이하다.

프란시아는 필리핀에서 지금의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마닐라에서 아이 둘을 낳고 4년 전 한국에 와서 딸 하나를 더 낳았다. 지금 넷째를 임신 중인데 기다리던 사내아이다.
 

▲ 박우섭 남구청장이 베트남 음식을 맛보고 있다.


참가자들의 음식이 거의 마무리될 무렵 박우섭 남구청장이 현장을 방문했다. 박 구청장은 “한국인에게는 함께 음식을 먹어야 훨씬 친해지고 가까워지는 문화가 있다. 직접 만든 음식을 나누며 서로 더욱 친밀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번 축제의 의미와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각 팀에서 하는 음식에 관심을 보이며 하나하나 시식을 하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마르하보는 박 구청장에게 바라는 점이 있느냐는 관계자의 질문에 “한국에서도 경찰 하고 싶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 청장은 난감해하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으면서 “공부하셔야 하는데...” 대답했다.

요리 경연이라기보다 즐기고 하나 되는 축제의 성격이 강했던 만큼 진행되는 내내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지나가던 주민들과 용남시장 상인들도 애정을 보이며 함께 음식을 맛보고 투표에 참여하기도 했다.

1위는 우즈벡과 단 한 표 차이로 베트남의 레티흐엉, 진수현 팀이 차지했다. 레티흐엉과 진수현 씨는 현장에서 직접 쌀가루 반죽을 스팀으로 익혀 얇은 피(라이스페이퍼)를 만들었는데 그 기술과 정성에 모두들 감탄하기도 했다. 우승팀에게는 소정의 상품권이 제공됐다.

김용구 남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Happy Bridge' 프로젝트를 잘 이끌 수 있었다. 내년에도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 유학생, 상인들이 모여 하나 되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1위를 차지한 베트남 음식 빤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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